국제 공방 비화된 ‘토스카’ 파행…게오르규 vs 세종문화회관 누가 맞을까

이정우 기자 2024. 9. 12. 19: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게오르규 소속사 성명…“모욕으로 느껴”
세종문화회관 “본질은 공연 진행 방해”
연합뉴스

오페라 ‘토스카’ 공연 도중 무대에 난입해 물의를 빚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세종문화회관의 갈등이 국제적 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세계적 오페라 가수와 대한민국 대표 공연기관이 앙코르 사전 합의 여부를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게오르규 소속사 인터무지카는 11일(현지시간) 오페라 전문 매체 ‘오페라 와이어’를 통해 성명을 내고 "공연자 중 누구도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사전에 ‘토스카’ 제작진과 합의했었다"며 "일련의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공연을 주최한 세종문화회관이 다른 가수의 앙코르 도중 무대에 올라와 공연을 중단시킨 게오르규에게 ‘공연 파행’의 책임을 물은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반면 세종문화회관은 12일 "합의는 없었다"고 재반박했다. 세종문화회관은 "게오르규가 개인 매니저를 통해 본인을 포함해 전 출연자의 앙코르가 없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통역에게 문자로 전달해온 사실은 있으나, 이를 합의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페라 ‘토스카’ 한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사전 합의 "있었다" vs "없었다"

인터무지카 경영진은 "게오르규는 오페라 극에서 벗어난 앙코르가 오페라의 서사적 흐름을 방해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들은 "(앙코르를 하지 않는다는) 사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당시 지휘자가 2막 직전에 게오르규에게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아리아에 대한 앙코르를 제안했고, 게오르규는 공연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감스럽게도 테너의 3막 아리아에서 이 뜻은 존중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게오르규가 앙코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사전에 밝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도중 다시 한 번 지중배 지휘자가 앙코르를 타진한 사실까지 전하며, 게오르규가 그토록 불쾌해했던 배경에 대해 강조한 것이다.

반면 세종문화회관은 "본인의 앙코르 이외에 나머지 성악가들의 앙코르에 대한 결정권까지 소프라노가 가질 수는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면서 "앙코르는 사전 계획이 아니라 라이브 공연 중 관객, 성악가, 지휘자 간의 ‘교감’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며, 이번 공연 역시 테너의 아리아 종료 이후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가 이어진 데 따라 현장에서 결정되고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게오르규는 모든 출연자가 앙코르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자신의 입장을 세종문화회관이 수용한 것이라고 여겼다. 반면, 세종문화회관은 일방적인 의견 전달이었을 뿐 동의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오페라와이어 홈페이지

◆왕년의 디바, 불쾌할 순 있지만…

게오르규의 바람과 달리 지난 8일 ‘토스카’ 마지막 공연에서 앙코르는 일어났다.

‘토스카’ 3막에서 카바라도시(테너 김재형)의 ‘별은 빛나건만’의 앙코르가 진행되자 게오르규는 자기 차례가 아님에도 돌발적으로 무대 위에 올랐다. 그러고는 "잠깐만요. 이것은 공연 (퍼포먼스)이지 리사이틀이 아니에요. 저를 존중해주세요(Respect me)!"라고 외쳤다. 그녀는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 ?도 관객들에게 제대로 된 인사 없이 무대를 떠났다.

인터무지카는 "공연 중 앙코르 문제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진 게오르규는 이를 개인적인 모욕으로 여겼다"고 강조했다.

게오르규는 실제로 이번 공연뿐 아니라 이전에도 오페라 도중 앙코르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2016년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극장 ‘토스카’ 공연에선 상대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55)이 ‘별은 빛나건만’을 앙코르로 다시 한번 부르자 한동안 무대 위에 등장하지 않았다. 앙코르를 불렀던 카우프만이 관객에게 사과하자 그제서야 무대 위에 올라 공연을 마무리지었다.

비단 한국에서의 공연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공연 차질을 불사하며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왔던 것이다.

관객들의 야유로 끝을 맺은 이번 ‘토스카’ 앙코르 사건은 수년간 오페라 무대의 디바로 군림했던 게오르규의 콧털을 건드린 셈이 됐다. 실제로 게오르규는 관객들의 거센 야유에 충격을 받아 분장실에서 한참을 머물다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문제의 본질은 ‘관객 무시’ 행태

세종문화회관은 "이번 사안의 본질은 왜 앙코르를 했는지가 아니라 게오르규가 오페라 3막에서 공연 진행을 방해하고 관객의 공연 관람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설사 게오르규가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가 됐다고 알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모욕감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공연을 방해한 행동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오페라 도중 앙코르에 대해선 우호적 견해와 비판적 견해가 나뉘지만, 결국 이를 결정할 권한은 지휘자에게 있다는 데엔 이견이 크지 않다. 이번 사태 역시 게오르규는 못마땅할 수 있지만 지중배 지휘자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더 나아가 한국 관객을 무시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게오르규 측도 한국 관객들의 비난적 여론에 대해선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이들은 "게오르규는 수년간 한국 관객과 훌륭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그녀가 가진 한국 관객에 대한 깊은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정우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