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카톡을 중심으로 대거 생성된 ‘절약방(거지방)’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택시를 타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 평소 자연스럽게 하는 지출에 극단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고, 생각보다 많은 일에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려주는 곳이다. 절약방의 대부분은 이미 정원이 차서 입장이 어려울 지경이라고. 유료 이모티콘을 사용하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절약방에서는 비판의 대상이다. 고물가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 역시, 절약방의 신조를 본받아 며칠간 무지출에 도전했다.
4월 29일
절친의 결혼식 날이다. 무지출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제일 고민이었던 지점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소비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였다. 방법은 하나다. 어쩔 수 없는 소비는 그대로 두고, 그 외에 불시에 발생할 법한 지출을 막는 수밖에. 결혼식에서 맛있는 식사를 한 후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갔다. 알고 보니 한 달에 두 번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통신사 혜택이 있었다. 게다가 동반 1인까지 할인이 가능했다! 출발이 좋았다. 하이힐을 신어서 발이 아플 것 같아, 따로 플랫슈즈를 챙겼다. 이 준비물이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택시를 탔을 것이다. 만약 절약방에 들어가 보고했다면 불호령이 떨어질 소비다. 축의금과 교통비 정도를 빼고는 별다른 지출 없이 첫날을 보냈다.

4월 30일
본격적으로 무지출을 가동하려고 하니 자연스럽게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에 눈을 돌리게 됐다. 일단 사흘에 한 번꼴로 이용하던 배달 앱 사용부터 끊어야 했기 때문에, 소문으로만 듣던 ‘냉장고 파먹기’를 시작했다. 무지출 이전엔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행동이다. 부엌 찬장에 있는 참치와 햄 통조림, 냉동실의 각종 레토르트 식품, 오래전 비상식량으로 구매했던 시리얼 등으로 하루 식단을 짰다.
일요일을 맞아 대청소를 하면서, 집에 있는 청소용품 및 생필품 재고를 관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충동적으로 구매한 샴푸만 네 통이고, 먼지 제거용 청소포와 물청소용 시트, 세제 등 꽤 많은 물건이 사용하지 않은 채 수납장에 쌓여 있었다. 소셜 커머스를 통해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구매하는 습관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신기해 보이거나 남들은 다 쓰는데 나만 안 쓰는 것 같은 물건을 구매하는 관성에 젖어 있었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갔기 때문에 오늘은 성공적으로 무지출을 달성했다. 외출을 해야 하는 날은 무지출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절약방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경외심을 갖게 됐다.
5월 1일
비상 상황. 커피 캡슐이 다 떨어졌다. 일어나자마자 커피 두 잔을 마시는 게 습관이 된 지 오래다. 생각해보니 캡슐로는 몇 초 만에 커피를 만들 수 있어서 더 애용했다. 무심코 캡슐을 주문하려다 부엌 찬장을 뒤져보니 몇 달 전 구매한 원두 가루와 필터커피가 남아 있다. 시간은 배로 걸리지만, 구매하고 잊어버렸던 물건을 소진한다고 생각하고 커피를 내리니 뿌듯했다.

3일 차가 되자 지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받아들이고 너무 죄책감을 갖지 말자는 생각이 들면서도, 완전한 무지출을 이뤄내는 것과 무지출을 지향하는 것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절약방에서는 서로 상식(?)을 뛰어넘는 절약 방법을 제안하고, 사람들은 그 꾸지람으로 절약할 힘을 얻는다고 한다. 이렇게 강력한 동기가 아니면 돈을 아끼기 어려운 시대인 걸까.
5월 2일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이 있는 날. 고민 끝에 친구들을 설득해 약속 장소를 식당에서 우리 집으로 바꿨다. 집에 있는 와인과 맥주를 소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절약방에 영감을 받아 무지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니 다양한 조언이 이어진다. 원두커피 대신 어머니가 구입하신 믹스커피를 먹으면 생각보다 카페인 각성이 잘 된다는 팁, 처음부터 모든 지출을 틀어막아버리면 나중에 폭발하기 때문에 점진적인 지출 줄이기가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날의 주요 논쟁은 식비에서 촉발됐다. 집밥이 저렴한지, 사 먹는 게 저렴한지에 대해서 의견 대립이 팽팽했다. 온라인으로 반찬을 주문한다고 해도 예상 밖의 식사 약속이 생겨 반찬이 남기 때문에 결국 사 먹는 게 낫다는 주장과 미리 식단을 짜서 장을 봐두는 게 절약하기에 좋다는 의견, 배달 음식을 소분해서 먹으면 결국 요리해 먹는 비용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물가 상승이 체감되어 약속을 잡기가 망설여지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완전히 약속을 안 잡기도 어렵다는 토로도 있었다. ‘프로 소비러’였던 나의 무지출을 응원하는 친구들이 배달 음식 비용을 내줬다. 이게 무지출 챌린지의 매력인가?
5월 3일
슬슬 이전의 습관이 돌아오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새 옷을 왕창 주문하거나 카카오톡 선물하기 페이지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면서 ‘찜’을 누르던 버릇까지. 챌린지 전엔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면 돈을 아끼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어떤 물건이 업로드 됐는지 확인하는 ‘루틴’을 수행하다가, 챌린지 기간 동안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정말 필요한 소비일까?’ 무엇을 아끼고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 고민할 기회를 얻었다고 할까. 돈의 흔적을 지우는 일이라고 생각한 무지출 챌린지, 사실은 내가 쓰고 다닌 돈이 남긴 흔적을 돌아보는 도전이었다.
글. 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