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선업 살길은 韓" CNN, 울산·거제 조선소 방문 후 '극찬'

미국 CNN이 울산과 거제의 조선소를 직접 찾아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세계 최강 미 해군이 왜 한국 조선소에 주목하는지, 그 이유를 파헤치기 위해서였죠.

미국 조선업계가 만성적인 일정 지연과 예산 초과로 신음하는 사이, 한국은 어떻게 조선 강국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까요?

CNN이 발견한 한국 조선소의 경쟁력 비결과 한미 조선업 협력의 미래를 들여다봅니다.

태평양 동맹국의 숨은 역량


미국의 가장 가까운 태평양 동맹국 중 하나인 한국이 조선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0일 CNN은 HD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조선소를 직접 방문해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는데,

미국 조선 산업이 수년간 겪어온 어려움과 대조적으로 한국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선박을 생산하는 강국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마스가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한미 조선업 협력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시점에서 나온 보도라 더욱 의미가 깊어 보입니다.

16년 경력의 숙련공들이 만드는 차이


한국 조선소의 첫 번째 비밀은 바로 숙련된 인력에 있습니다.

CNN은 현대중공업 직원 3만2천여 명의 평균 근속 연수가 16년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진 HD 현대중공업 상무의 설명을 통해 이 수치의 의미를 강조한 것이죠.

단순히 오래 일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가 있다는 뜻입니다.

복잡한 선박 건조 과정에서 숙련된 인력의 존재는 품질과 속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핵심 요소인 것입니다.

미국이 저지른 '큰 실수'


해운 전문가인 살 메르코 글리아노 캠벨 교수는 미국 조선업의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상업용 선박 건조를 한국과 일본 등 비용이 저렴한 나라에 떠넘기고 군사용 선박에만 집중한 것을 '큰 실수'라고 비판했습니다.

왜 이것이 실수였을까요? 군사용 선박의 수요는 일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들쭉날쭉하면 기업 입장에서 인력과 새로운 공정에 투자하기 어려워지죠.

반면 한국 조선소는 군사용 선박과 상업용 선박을 번갈아가며 작업하기에 핵심 조선소 근로자들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술력이 단절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죠.

반경 50km 안의 완벽한 공급망


한국 조선소의 두 번째 경쟁력은 뛰어난 공급망에 있습니다.

CNN은 한국 중공업 기업의 상당 부분이 남쪽에 자리잡고 있어 부품과 자재 공급이 수월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전유수 한화오션 팀장은 거제 조선소가 반경 50km 이내에서 필요한 부품과 자재의 약 90%를 조달할 수 있다고 CNN에 설명했습니다.

이는 엄청난 경쟁력입니다. 부품 하나를 구하기 위해 먼 거리를 운송해야 한다면 시간도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죠. 한국 조선소는 이러한 물류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 협력의 필요성


CNN은 HD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미국에서의 사업 확대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함대의 끊임없는 성장에 발맞춰 조선 위기에 처한 미 해군의 함선을 건조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한국이 공유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공격적으로 해군력을 증강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에 대응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죠.

한국의 조선 기술력은 이러한 전략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법과 규정을 바꿔야 할 시점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도 존재합니다. CNN은 외국에서 미군함을 건조·구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존스법(Jones Act)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최근 조지아주 한국 배터리 공장 단속 등을 언급하며 한미 협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죠.

CNN은 한국에서 미국 군함을 건조하려면 의회와 트럼프 행정부가 법률과 규정을 개정하고 원활한 비자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글리아노 교수는 의회가 상업용 또는 해군 보조 및 보급선이 미국에서 건조되도록 하는 요건을 완화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선박 건조를 시작한 뒤 이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식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이 조선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중국과의 해양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