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문방구 가위바위보 메달게임기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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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근에 제작 소스를 공유한 짱깸뽀 머신의 제작 동기와 과정에 얽힌 이야기를 짧게 올려봅니다.

일단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제작 소스 링크부터 올려두겠습니다.

[회로,소프트웨어 부분]

https://blog.naver.com/kimgooni/223678047640

[케이스 부분]

https://blog.naver.com/kimgooni/223683473651

90년대에 초중고를 다니신 분들은 문방구에 대한 추억이 하나씩은 있으실 것이고

추억의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물건이 바로 이 짱깸뽀 머신 아닐까 싶네요.

수중에 돈이 없어 다른 친구의 플레이를 보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가끔 동전 한두개라도 쥐고 있는 날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도전해 보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몇번 접해 보지 않은 시기에 20개의 잭팟이 터져

어린아이가 느낄 수 있는 황홀함의 최고치를 맛 보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그후론 다 털렸지만요.

사실 게임 룰도 몰랐습니다.

그냥 아무 버튼이나 누르고 기계가 뭘 줄지 눈만 동그랗게 뜨고 기다릴 뿐이었죠.

문방구의 황금기를 같이 보내고 이제 벌써 30년 가까이 흘렀지만

짱깸뽀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가끔 레트로 컨샙의 상점을 가면 비치돼있는 것을 보곤하는데

이젠 저정도 기계를 살 능력이 되지않나? 싶다가도

집에 들여 놓기엔 가족의 허락도 필요하고 매물 구하기도 쉽지 않아

에이씨 그냥 하나 만들까?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꾸 주저하게 되는 요소가 있었습니다.

바로 LED!

LED는 짱깸뽀 게임기의 심장이고 얼굴입니다.

그냥 전원만 연결해서 켜면 그만 아닌가? 생각들텐데

저에겐 아직 극복의 대상이었습니다.

손바닥을 구성하는 LED는 총 108개 입니다.

아두이노를 이용해 LED를 제어하려면 그만큼의 핀이 필요할텐데

아두이노 메가, 아두이노 할아버지가 와도 안됩니다.

그럼 자연 스럽게 의식의 흐름은, "손바닥을 제어하려면 몇개의 LED 그룹이 필요할까"로 이어집니다.

가위,바위,보 이미지를 표현할 때 기능이 겹치는 LED를 구분하고 나니

위의 이미지처럼 총 5개 그룹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빨간색 영역은 상시로 켜지게 되고 나머지는 용도에 맞게 켜지거나 꺼지면

손가락 표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령 가위를 표현한다면 빨,녹,파에 해당하는 LED를 켜는 것이지요.

5개의 그룹 중에 상시로 켜지는 1개의 그룹은 아두이노를 거치지 않고

바로 켜지게 하고, 아두이노로 나머지 4그룹만 제어하면 됩니다.

근데 문제는 각 그룹을 아두이노 1개 핀으로 제어가 가능하냐 입니다.

출력핀 1개는 최대 5v 50mA를 제공합니다.

LED는 개당 3v 20mA를 소모하기 때문에 겨우 2개 켤 전력밖에 안됩니다.

그렇다고 핀 1개당 LED 2개를 담당하기엔 역시 핀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생각나는 방법은 릴레이입니다.

릴레이를 온 오프하면 220v도 제어가 돼 LED 수백개도 단번에 켤 수 있습니다.

근데 너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바닥 모양이 1초에 여러번 바뀌어야하는데

그때마다 릴레이 여러 개가 따다다다닥 튀는 소리를 들어야하고 위험하기도 합니다.

그럴 땐 최신식 사이버 친구 gpt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몇번 칭얼대니까 결국 녹아내린 gpt가 트랜지스터를 쓰라고 귓속말 해주더군요.

실마리를 얻고 구글링 끝에 어떤 트랜지스터를 어떻게 쓰면 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현실화에 확신이 들어 거침없이 PCB 도면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리지널 기통과 똑같은 사이즈는 매리트가 없다고 생각해

3mm LED로 손바닥을 표현했고 최소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모든 LED에 저항을 달아 전력을 조절하는 것이 영 노가다이지만

이 과제는 나중에 개선하는 것으로하고

트랜지스터의 존재를 찾아냈다는 사실 하나에 일단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아두이노는 처음엔 메가를 쓰려다 프로미니 2개가 훨씬 작고 저렴해 양옆에 하나씩 달았습니다.

룰렛 LED와 MP3 모듈, 버튼, 코인 센서 등등 모든 것을 연결하고도 핀 한두개가 남더라구요.

2개의 아두이노는 시리얼 통신으로 마치 하나의 아두이노인 것처럼 작동하게 했습니다.

첫번째 기판을 주문하고 수령하기까지 몸이 닳아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회로가 과연 의도대로 작동 될까 제 자신을 평가해보고 싶었습니다.

수령하고나서 저항,LED등을 마치 십자수 두듯 붙여 나갔습니다.

가볍게 테스트 코드를 작성해 업로드할 때 정말 심장이 떨렸습니다.

결과는?

손바닥 LED의의 영롱함에 정신을 잠시 잃었습니다.

문방구 짱깸뽀의 영혼을 집에서 마주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와 정말 트랜지스터가 제 역할을 하는구나 감탄을 연발했죠.

허나 몇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날로그 핀 A6,A7은 출력으로 쓸 수가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이로인해 "졌다"와 "비겼다" LED를 켤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또한 동전 갯수를 결정하는 룰렛 LED의 위치가 너무 안쪽에 몰려있어

케이스 디자인이 원본과 상당히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회로는 금방 수정이 되었지만

룰렛 LED의 위치를 옮기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마른 수건같은 회로도에서 물을 쥐어짜는 기분으로 LED 위치를 옮겼습니다.

첫번째 버전과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이제 큰 산은 넘었습니다.

다음 단계는 코인호퍼 연동입니다.

LED만큼이나 중요한 장깸뽀 게임기의 특징은 촥촥촥 나오는 동전 피드백입니다.

처음엔 호퍼를 직접 설계하려고 모터로 여러번 테스트했는데 영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몇시간 허비할 바에는 알리에서 3만원짜리 호퍼를 사는게 싸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사이즈가 커 영 내키지 않았지만 성능 만큼은 확실하거라 믿어 구매했습니다.

배선까지 끝내고 "이겼다"가 나왔을 때 문방구의 그것처럼 동전을

박진감 넘치게 뱉어낼지 손끝이 떨렸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동전을 뱉어내고도 멈추지 않아 속을 모두 게워냈습니다.

요리조리 점검한 끝에 센서 불량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대체품을 만들기 위해 집안 서랍을 뒤졌습니다.

포토 인터럽터와 3D 출력물을 결합해 본래의 센서 모양을 유지했습니다.

배선 후 테스트하니 그제서야 1개,2개,4개 원하는 만큼만 동전을 뱉었습니다.

어느새 필수 요소는 제작이 끝났습니다.

코인 투입부는 그냥 구멍만 뚫어 놔야겠다 생각했지만,

호퍼에 호환되는 사이즈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에 아차싶었습니다.

오백원은 뱉어낼 수 없고 십원 오십원은 내부 장치에서 끼어 멈춥니다.

그럼 백원만 투입하도록 걸러 주어야하는데

일반 코인기는 부피가 커서 미니 짱깸뽀 컨샙을 해쳐 차마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중력에 의해 크기가 작은 동전은 그대로 미끄러져 밑으로 떨어지며

백원은 레일을 타고 옆으로 빠지게 했습니다.

오백원은 애초에 입구가 작아 들어가지 못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케이스입니다.

전면 인터페이스는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일러스트를 재활용 했습니다.

예전에 왜 만들었지? 궁금해하실 분이 있을까봐 말씀드리자면,

요렇게 PC용 게임도 개발한 경험이 있어서 였습니다.

역시나 밋밋한 모니터로 접하는 짱깸뽀는 맛이 없었습니다.

배면 인쇄를 맡기기 위해 필요한 이미지를 준비해야 했는데

처음엔 많이 헤멨습니다.

컬러+화이트+재단선 3 가지의 파일이 필요했으며

투명한 아크릴 위에 CMYK 컬러를 먼저 인쇄한 후

그 위에 흰색 잉크로 한번 더 씌워 흰 종이 역할을 대신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인쇄에 재단까지 맡겼는데 장당 7천원 꼴이어서 남는게 있나 싶었습니다.

퀄리티는 그냥 오리지널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굉장히 흡족했습니다.

LED 불빛이 나와야하는 숫자와 글자 부분은 일부러 백색 인쇄를 제외시켜

셀로판지 처럼 안쪽이 비치도록 했습니다.

케이스는 아크릴 5T로 결정했습니다.

레이저 재단까지 전부 맡길까 했는데 견적이 비쌀까봐 자재만 산 뒤 직접 레이저로 재단했습니다.

고성능 레이저 장비가 아니어서 아슬아슬 겨우 재단했습니다.

실리콘과 글루건을 적절히 이용해 외관을 조립해 나갔습니다.

사실 MDF로 나사를 박아 조립해야 튼튼한데 냄새와 가루가 날리는게 싫어 내구성이 조금 떨어져도

아크릴로 선정했습니다.

동전이 지나는 경로를 박스로 즉석에서 만들었습니다.

비루해 보이지만 역할은 제대로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이소 2천원짜리 시트지를 부착해 마무리 했습니다.

가로 26,세로 30,높이 38cm의 아담한 사이즈입니다.

더 작았으면 좋았을 텐데 호퍼의 크기로 더 줄일 수 없어 안타깝네요.

게임 사운드는 PC용 게임과 마찬가지로 딸내미 목소리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원본 기기의 옛감성 넘치는 저음질 효과음을 넣고 싶은데 구할 수가 없네요.

게임 승률은 수익을 늘리는 조작이 가미되어 있진 않고 순수 랜덤에 의한 무작위 방식으로

설계했습니다.

물론 룰렛 동전마다의 확률은 다르게 설정되어 있고,

설정 버튼으로 승률과 획득률을 5단계로 조절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아두이노로 수십개의 LED를 켤 수 있을까?

가위 바위 보를 표현할 수 있을까?

테스트만 해볼까? 했다가

짱깸뽀 게임기 제작까지 와버린 사례입니다.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1편, 2편 나눠 만들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영상과 제작 소스를 참조해 도전해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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