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아도 빚 못 갚는 가구 작년 말 38만곳인데… 대출 금리 폭등에 ‘이자 2배’ 감당 막막

김현주 2022. 11. 3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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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0년 4개월 마에 최고 수준 달해 '하우스푸어' 급증할 듯
한은 집계한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는 작년 말 현재 38만1000개
뉴스1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연 8%에 육박하는 등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주택시장 침체가 심화하면서, 은행권 상담 창구와 대출·부동산 커뮤니티엔 A씨와 같이 빚 부담을 호소하는 문의나 게시글이 부쩍 늘었다. 

뉴스1에 따르면 최근 서울·수도권에서도 집값이 지난해 고점 대비 수억원씩 하락한 단지가 속출하면서 차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주(24일)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올리면서 4·5·7·8·10월에 이어 한은 사상 최초의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불과 1년여만에 9차례나 이어지면서 대출자들의 고통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0.5%였던 기준금리는 이달 3.25%로 무려 2.75%포인트(p)가 올랐다. 2012년 7월(3.25%) 이후 10년4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7% 후반(연 7.790%, 29일 기준)으로 8% 진입을 눈앞에 뒀다.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역시 금리 상단이 연 8%에 근접했다.

금융업계에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영향으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조만간 연 8%를 넘어선 뒤 내년 초엔 9%선도 위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서는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 5억원을 연 4% 금리(30년 만기,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조건)로 빌린 경우 대출 초기 월이자 부담은 약 165만원이었다. 원금을 합친 원리금은 238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대출 금리가 연 8%로 오르면 월이자만 약 330만원(원리금 약 366만원)으로 2배가량 늘어난다. 만약 연 9%까지 금리가 오르면 월이자는 약 375만원(원리금 약 402만원)으로 불어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4824만원으로, 직장인 연봉 수준에 육박한다.

반면 지난해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하던 집값은 올해 하락세로 전환한 뒤 낙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어 차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주택시장 침체를 막기 위해 규제지역 해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추가 완화,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 허용 등 부동산·대출 규제를 대거 완화했으나, 고금리 상황에서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0.46%) 대비 0.52% 하락했다. 2012년 5월 부동산원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3주 연속으로 역대 최대 하락폭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수도권(-0.61%)과 지방(-0.40%)도 최근 규제지역 해제에도 불구하고 낙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집값 하방 압력이 무서울 정도로 거세지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지난해 고점 대비 수억원 하락한 단지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더 걱정인 건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주택금융공사가 28일 개최한 주택금융 콘퍼런스에서 금융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경기동행지수의 경우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하락 가능성이 높아 상반기에도 주택가격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현황에서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는 지난해 말 기준 모두 38만100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3.2%를 차지했다. 이들 고위험 가구의 금융 부채는 전체의 6.2%인 69조4000억원에 이른다.

한은은 부동산 가격이 올해 6월 말 수준에서 20% 떨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내려가면 고위험 가구 비율이 4.3%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고위험 가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를 넘는 가구로,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다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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