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집에서] LPGA 1세대의 ‘숨은 조력자’ 이재학 사범

이강래 2025. 8. 2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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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아그네스 리(한국명 이정아)는 최근 YTN의 '날리지 인터뷰'에 출연해 "태권도 사범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격투 장면에 태권도 동작을 넣기 위해 국기원을 방문하기도 했다"고 제작 후일담을 소개했다.

그의 부친은 김미현과 강수연, 박희정, 김주연 등 LPGA투어 1세대의 미국 진출을 도운 그랜드마스터 이재학 사범(7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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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과 기념촬영에 나선 이재학 사범. [사진=이재학 사범 제공]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아그네스 리(한국명 이정아)는 최근 YTN의 ‘날리지 인터뷰’에 출연해 “태권도 사범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격투 장면에 태권도 동작을 넣기 위해 국기원을 방문하기도 했다”고 제작 후일담을 소개했다.

그의 부친은 김미현과 강수연, 박희정, 김주연 등 LPGA투어 1세대의 미국 진출을 도운 그랜드마스터 이재학 사범(75)이다. 충남 예산 출신인 이 사범은 1978년부터 사우디 아라비아의 태권도 국가대표 감독을 12년간 역임했으며 맏딸 아그네스가 9살 때 미국 플로리다주 템파로 이주했다.

이 사범은 이민 가정의 가장으로 언제나 아이들에게 한국인의 자부심을 강조했다. 그리고 집안에서 항상 영어 대신 한국어를 사용하게 했으며 한민족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교육을 엄격하게 했다. 그런 영향 때문인 듯 ‘케이팝 데몬 헌터스’엔 북촌과 한양도성, 명동, 북악 스카이웨이, 남산타워 등 서울의 관광 명소가 배경으로 나오며 민화속 호랑이와 까치가 메신저로 등장한다.

골프 애호가인 이 사범은 90년대 말 동료 사범의 소개로 김미현을 알게 됐다. 베푸는 삶을 살던 이 사범은 미국내 태권도 사범들의 네트워크를 동원하며 대가없이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 이 사범이 LPGA투어에 진출한 초창기 선수들을 발벗고 도운 건 자신 또한 물설고 낯선 이역만리에서 고생한 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풍족한 지원을 받던 박세리와 달리 부모와 함께 중고 밴에 의지해 힘겨운 투어생활을 하던 김미현은 이 사범의 도움으로 큰 시름을 덜 수 있었다. 이런 도움은 태권도 사범을 부친으로 둔 김세영은 물론 재작년 오구 플레이로 징계를 받았던 윤이나에게까지 이어진다.

에피소드도 있다. LPGA투어 경기에 출전한 김미현이 숙소에 샌드 웨지를 놓고 오는 바람에 경기에 큰 지장을 받게 됐다. 이 말을 들은 이 사범은 샌드 웨지를 가지러 숙소로 차를 몰고 가다 과속으로 적발돼 법정에 서야 했다. 규정속도 30마일의 도로에서 65마일로 달리다 경찰에 적발된 이 사범은 그러나 전후 사정을 들은 판사의 선처로 처벌을 면했다.

이 사범은 윤이나가 오구 플레이로 징계를 받은 시기인 지난 2023년엔 미국에서 보호자 역할을 했다. 당시 윤이나는 이 사범의 올랜도 집에 머물며 8개월간 훈련했으며 미니투어에 출전해 실전 감각을 익혔다. 이 사범은 “(윤)이나가 작년에 한국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며 “오랜 세월 세계적으로 성장한 한국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절박한 마음으로 ‘내가 가진 걸 무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범에겐 유명 제자들도 많다. 미국의 프로레슬링 WWF에서 활약했던 빅쇼와 언더테이커, 애덤 스미스는 물론 메이저리거 레지 샌더스가 이 사범에게 태권도를 배웠다. K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이세희의 부친인 계명대 이선장 교수는 군대에서 이 사범에게 태권도를 배웠는데 나중에 국가대표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이 사범의 남은 꿈은 두가지다. 한류의 원조 격인 태권도의 글로벌 위상을 다시 세우는 것, 그리고 재능은 있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골프 유망주들을 발굴해 육성하는 것이다.

이 사범은 “고맙게도 사업을 하는 가까운 친구와 후배들이 금전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국위 선양을 할 골프 유망주들을 키워보고 싶다”고 했다. 그랜드마스터 이재학 사범의 인생스토리를 듣다 보면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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