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스된 이금기 굴소스, 실수로 만들었다?
홍콩에서 차로 3시간 30분. 중국 광동성 신후이의 ‘이금기’ 공장에 들어서자 구수한 콩 발효 냄새가 진동했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거대한 공장 크기에 냄새는 근처 지역까지 퍼져나갔다. 공장 부지는 여의도 면적(4.5㎢)의 3분의 1 정도인 약 1.3㎢에 달했다. 글로벌 소스기업 이금기의 6개 생산단지 중 가장 크다.
익숙했던 발효 냄새는 간장 원액 발효 탱크에서 나왔다. 한 통에 무려 60톤의 간장이 들어간다. 3000개가 넘는 탱크로 일대가 빼곡했다.
토니목(Tony Mok) 신후이 공장장은 “항아리나 대나무 통에서 간장을 발효했던 전통 방식을 구현하기 위해 현대식으로 개발된 탱크”라며 “식용 유리 재질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간장 탱크는 실외에 있었지만, 가까이 보기 위해선 위생 모자를 착용해야 했다. 철저한 위생관리를 위해서다. 간장 탱크에서 대두는 보통 3~6개월 발효되고 있었다. 증기로 익힌 대두에 코지(koji·누룩)를 넣고 40시간 발효한 다음, 간수를 첨가해 다시 발효한다. 모든 대두는 논지엠오(NON-GMO, 유전자를 변형하지 않은)를 사용한다.
토니목 공장장은 “대두 발효 설비는 가장 민감한 공정 시설”이라며 “습도·온도 등 모든 생산과정을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으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간장은 이금기에서 굴소스 다음으로 판매량이 많다. 간장을 비롯해 새우장, XO소스, 칠리소스, 치킨파우더 등 다양한 소스가 있다. 새우장은 중국에서 굴소스처럼 많이 쓰인다. 국내에선 새우젓과 비슷해 판매하지 않는다. 소스 외에도 스낵, 간편식, 건강기능식품도 있다.
약 300가지 품목에서 총 3000개 이상의 제품(용량별 구분 포함)이 나온다.
현지 공장은 홍콩 본사에도 있다. 다음날 찾아간 홍콩 신계 지역의 본사에서는 굴소스 공정 시스템을 볼 수 있었다. 2010년 설비된 3층 구성의 시스템이다. 3층에서 가열 농축한 굴 추출물이 파이프를 통해 2층 스틸탱크로 보내지면 여기서 소스가 제조된다. 설탕, 옥수수전분 등을 더해 배합된 소스는 1층으로 이동돼 포장된다.
사실 굴소스는 회사에서 개발한 것이 아니다. 19세기 말, 이금상 창립자가 불 끄기를 깜빡 잊어버려 모두 졸아버린 굴 요리에서 탄생했다. ‘의외로’ 훌륭했던 감칠맛에 그는 본격적으로 굴소스를 만들어 팔았다. 136년 전 ‘실수’로 만든 굴소스가 이제는 글로벌 기업의 대표 소스가 된 것이다. 현재 이금기의 수출국은 100여 개국이다.
굴소스 탄생 일화는 공장 안에 있는 이금기 역사박물관에서 조각상으로 재현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이금기 초기 제품부터 해외 공장 설립 당시의 사진도 볼 수 있다.
현재 이금기 공장은 전 세계에 6개가 있다. 1988년 홍콩 공장을 시작으로 1991년 미국 LA, 1996년 중국 신후이 공장, 199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1998년 중국 광등성 황푸, 그리고 2019년 중국 지닝시 공장을 세웠다.첫 해외 공장이 미국이라는 점은 흥미로웠다.
앨리스장(Alice Zhong) 이금기 홍보 총괄은 “이금기가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출발점은 미국의 서부 개척 시기(1850~1890년대 미국의 영토 확장 시대)였다”며 “당시 중국인들이 샌프란시스코로 많이 이동하면서 미국 수출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금기의 전 세계 시장에서 미국은 1위인 중국 다음으로 크다.
아시아에선 일본 시장이 가장 크지만, 한국도 중요한 지역이다. 한국은 1996년부터 오뚜기가 독점 유통하고 있다. 진정기 이금기 한국 총괄이사는 “한국 시장에서 외식업체·식품기업의 매출 비중은 60~70%를 차지할 정도로 일반 소비자 시장(소매점 매출)보다 훨씬 크다”며 “중식당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이금기 소스를 재료로 사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