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70] 북한 배구에선 왜 ‘오버네트’를 ‘손넘기’라고 말할까

김학수 2026. 1. 20.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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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 '오버네트'는 일본 배구에서 쓰던 것을 국내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말이다.

편의상 정관사 'the'를 빼 오버네트라고 말한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 1964년 7월21일자 '『韓(한)·日排球(일배구)』의 敎訓(교훈)' 기사는 '국제시합에서 브로킹을 前屈(전굴)하는 방법은 대부분이 오버네트가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북한 배구에서 오버네트를 '손넘기'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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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새해 첫 '체육의 날'을 맞아 배구를 하는 북한 인민 모습
외래어 ‘오버네트’는 일본 배구에서 쓰던 것을 국내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말이다. 국제 표준용어는 오버 더 네트(over the net)’이다. 편의상 정관사 ‘the’를 빼 오버네트라고 말한다. 배구에서 상대편 코트 위에 있는 볼에 네트 너머로 손이 닿았을 때의 반칙을 의미한다. (본 코너 525오버네트(Overnet)의 정식 명칭은 오버 더 네트(Over The Net)이다참조)

영어 ‘over the net’는 원래 하나의 고유 명사가 아니라 전치사구이다. 위로, 너머로 라는 뜻인 ‘over’, 그물 또는 네트라는 뜻인 ‘the net’가 결합한 말이다. 본래 의미는 단순히 ‘그물을 넘어’라는 공간적 표현이다. 19세기 말 영미권 스포츠 영어에서 이런 전치사구가 규칙 문장에서 자주 쓰였다.

1895년 배구가 미국에서 창안된 뒤, 초기 규칙서에는 ‘A player shall not reach over the net’(선수는 네트를 넘어 손을 뻗어서는 안된다)라는 문장이 포함됐다. over the net는 반칙의 이름이 아니라 금지된 동작을 설명하는 위치·행위 표현이었다. 20세기 중반, 국제 배구 규칙이 표준화되면서 심판·해설·언론 등에서 반칙 용어로 사용했다. (본 코너 454회 ‘왜 ‘Volleyball’을 '배구(排球)라고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은 1960년대부터 오버네트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네트를 넘어 손을 넣는 행위”, “그물 위로 팔을 뻗는 반칙”이라는 말로 풀어서 썼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 1964년 7월21일자 ‘『韓(한)·日排球(일배구)』의 敎訓(교훈)’ 기사는 ‘국제시합에서 브로킹을 前屈(전굴)하는 방법은 대부분이 오버네트가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북한 배구에서 오버네트를 ‘손넘기’라 부른다. 이는 영어를 단순히 번역한 것이 아니라, 반칙의 본질을 해체해 다시 조립한 결과다. ‘손’은 반칙의 주체이고, ‘넘기’는 규정된 경계를 침범한 행위라는 것이다. 즉 손넘기란 손이 그물이라는 경계를 넘어 상대 공간으로 침입한 행위라는 뜻이다. 네트를 건드리는 것과, 네트를 넘어 손이 들어가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규칙의 회색지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남한은 국제 규칙과의 호환성을 택해 ‘오버네트’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북한은 규칙의 의미를 해부해 ‘손넘기’라는 자국어를 만들었다. 북한은 체육 용어에서 ‘외래어 배척’을 원칙으로 한다. 배구에서 손넘기는 단순한 거부의 결과라기보다 번역의 방식 선택에 가깝다. 음을 옮길 것인가, 뜻을 풀 것인가의 문제다. 북한은 몸의 움직임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말을 선택해 이같은 명칭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손넘기라는 말에는 북한 사회 특유의 질서 감각도 스며 있다. ‘넘기’라는 동사는 선을 넘는 행위, 규정을 어기는 행동을 직설적으로 지적한다. 이 점에서 북한 배구 용어는 스포츠 규칙을 넘어서, 규율과 경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비춘다. 규칙은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지켜야 할 선이며, 언어는 그 선을 분명히 긋는 도구인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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