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문신이 멋진 17살, 과거의 7살에 보낸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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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관진(가명)이를 만났다.
중학교 1학년 때 동네 목욕탕에서 문신을 한 어른을 보고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관진이의 두려웠던 과거 경험이 실제처럼 매 순간 불안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분석심리학자 칼 융이 말한 '과거는 끔찍하게 현존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관진이와는 놀이를 통해 마음이 과거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있게 하도록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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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관진(가명)이를 만났다. 친구를 괴롭히고 돈을 빼앗다가 피해 학생 부모로부터 고발당해 등교정지 징계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상담실에 온 관진이는 어깨가 넓고 몸이 단단해 보였다. 말을 걸어도 입을 꽉 다문 채 고개만 숙이고 있다. 모험놀이 개별 상담인 발목을 붙여라, 동전 찾기, 발등 밟기 등 세 가지 활동을 하며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세번째 활동인 양손을 잡고 서로 발등을 밟는 활동을 할 때부터 손과 발에 힘이 들어가고 굳은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활동을 마치고 상담 테이블로 이동했다. ‘성공이 보장된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문신을 새기는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은 문신을 보면 멋있게 느껴진다고 말을 이어갔다. 중학교 1학년 때 동네 목욕탕에서 문신을 한 어른을 보고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왼쪽 어깨에 있는 도깨비 문신을 보여 주었다.
말문이 열리고 밝아진 관진이에게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요리사도 되고 싶고 권투 선수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세 가지 중에 가장 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권투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각하게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엄마’라고 말했다. 자신 때문에 너무나 힘들어 하는 엄마에게 항상 미안하다고 말했다.
분위기를 바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듣기 좋았던 칭찬과 기분 좋았던 순간을 물었다. 체육 선생님이 축구를 잘 한다고 했을 때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고 했다.
‘좋았다’의 반대를 물었다. ‘슬프다’고 했다. 이어서 슬픈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태권도를 하다가 다쳤을 때라고 했다. 그 후로 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가장 슬픈 일은 일곱살 때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 것이라고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무섭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깨에 있는 문신을 다시 보여주면서 이 도깨비 문신이 자신을 보호해 주는 수호신이라고 했다.
관진이와 두려움에 떠는 일곱살의 어린 관진이와 다시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의 상황을 문장으로 만들었다. ‘나는 비록 일곱살 때 부모님이 헤어져 불안하고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를 온전히 마음속 깊이 사랑합니다’라는 문장을 만든 뒤 눈을 감고 반복해서 말하게 했다. 상담을 마치며 “항상 불안했는데 막상 터놓고 이야기하니 힘들기도 했지만 시원하다”고 말했다.

관진이의 두려웠던 과거 경험이 실제처럼 매 순간 불안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분석심리학자 칼 융이 말한 ‘과거는 끔찍하게 현존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관진이와는 놀이를 통해 마음이 과거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있게 하도록 노력했다. 그런 다음 “불안에 대해 폭력적 반응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어려운 이야기 같지만 의외로 잘 알아 들었다. “과거는 지금 이 순간에 떠오르는 환상”이라는 말도 해 주었다. 이렇게 불안감이 다르게 인식되면, 오히려 불안하다고 느껴 온 삶의 조건들이 파도타기를 하듯이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방승호 모험상담연구소 소장(hoho61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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