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운명의 한 주] 조선업에서 글로벌 신약까지…진양곤의 '매직' 통할까

진양곤 HLB 회장. / 사진 제공=HLB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 승인 여부가 임박하면서 업계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조선업에서 바이오 산업으로의 대전환을 이끈 진양곤 회장의 도전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보세라닙, 부광약품에서 HLB까지…결실 맺을까

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처방약사용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현지시각 20일(한국시각 21일) 내에 HLB의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최종 허가 여부를 공개할 예정이다.

리보세라닙은 혈관 내피 성장인자 수용체(VEGFR-2)를 억제해 암의 성장에 필수적인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을 차단해 암을 사멸하는 TKI 계열 경구용 약물이다.

리보세라닙의 원천 기술은 원래 국내 제약사인 부광약품이 보유하고 있었다. 암젠(Amgen)의 수석연구원이었던 폴 첸 박사가 개발한 이 신약 후보물질을 부광약품이 주목하며 초기 연구개발을 지원했다.

하지만 부광약품은 글로벌 임상 및 상업화 과정에서 한계를 느끼고 기술을 해외로 이전했다. 이후 리보세라닙은 미국 바이오 기업 LSK바이오파마(현 엘레바)로 넘어갔고 2019년 HLB가 LSK바이오파마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리보세라닙은 HLB 손에 쥐어졌다.

HLB 역시 리보세라닙 개발이 순탄치 않았다. 항암 신약은 개발 기간이 길고 글로벌 임상을 통과해야만 시장에 출시될 수 있어서다. HLB는 리보세라닙을 간암(HCC)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글로벌 임상을 진행했으며 2023년 5월 중국 항서제약과 손잡고 FDA에 간암 1차 치료를 위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다.

하지만 FDA로부터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생산시설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과 함께 보완요구서한(CRL) 통지를 받으면서 첫 번째 도전이 불발됐다.

당시 FDA가 항서제약의 제조공정을 실사하는 과정에서 캄렐리주맙의 화학·제조·품질관리(CMC)에 문제를 발견해 보완을 요청했으나 회사는 뚜렷한 해결책을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HLB와 항서제약은 FDA로부터 지적받은 문제점들을 충분히 보완했다며 지난해 3월 FDA에 재신청을 완료했다.

조선에서 바이오로…진양곤 회장의 HLB 대전환 스토리

당초 HLB(구 현대라이프보트)는 제약회사가 아닌 선박용 구명정 제조업체로 시작했다. 1975년 설립해 조선 기자재를 생산하며 조선 산업의 성장과 함께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2004년 진양곤 회장이 HLB를 인수하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단순한 조선 기자재 제조업체로 머물러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고 2009년 미래 성장성이 높은 바이오 산업으로의 전환을 주도했다.

진양곤 회장은 이전에 금융 전문가로서 증권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 등에서 기업 분석과 투자 전략을 익혔으며 이후 벤처캐피털(VC) 업계로 진출해 신생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고 투자하는 일에 집중했다.

진 회장은 HLB 인수 후 바이오 사업 확장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 전략을 펼쳤다. LSK바이오파마의 지분 인수가 그 첫 시작이었다. LSK바이오파마가 보유하고 있던 리보세라닙이라는 항암제 후보물질이 HLB 바이오 사업의 핵심이 된 것이다.

현재 HLB는 바이오·제약 산업에서 주목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HLB 그룹은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HLB제약, HLB생명과학, HLB이노베이션, 엘레바 등 여러 바이오 관련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동시에 기존 조선·기계 사업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렉라자'에 이어 K-바이오 위상 드높힐까

HLB에 리보세라닙의 성공은 단순한 신약 승인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신약 개발의 최종 관문으로 평가되는 FDA 승인을 획득할 경우 HLB는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또한 국내 제약사가 기술 수출 없이 자력으로 모든 임상과 개발을 종료하고 FDA로부터 항암제 승인을 받은 첫 사례가 된다. 또 유한양행의 '렉라자'에 이은 새로운 글로벌 신약 성공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FDA 승인은 미국 시장 진출의 초석이 될 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등 다른 주요 국가에서도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일반적으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은 유럽 EMA(유럽의약품청) 및 기타 글로벌 규제 기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리보세라닙은 기존 화학 항암제 대비 경구용 치료제로 편의성이 높고, 면역항암제인 캄렐리주맙과 병용요법으로 더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의 FDA 승인 여부는 HLB뿐만 아니라 국내 바이오 업계 전반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특히 기술 수출 없이 글로벌 임상을 완료하고 직접 FDA 승인을 받는 사례가 드물었던 만큼 이번 결과가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천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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