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2기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한국과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에 미치게 될 영향

최웅철 국민대교수

제2기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강력한 상호 관세 정책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60%, 기타 국가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이 정책은 중국산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관세를 7.5%에서 25%로 대폭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관세 정책의 배경에는 미국의 경제 안보와 기술 주도권 확보라는 전략적 목표가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나 중국의 급속한 전기차 산업 성장과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한 미국의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궁극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통해 미국 내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을 촉진하고, 중국에 대한 기술적 의존도를 낮추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국제 무역 질서의 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 중심의 수익성 확대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탈 국제화를 통한 공급망 재편과 미국 중심의 공격적 관세 정책은 한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기업들에게 양날의 검이 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과 같은 기업들이 중국 경쟁사들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관세 차이만큼의 강점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서 중국 대비 점유율을 높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전체 공급망을 미국으로 이전해야 하는 압력과 함께, 중국에서 조달하던 주요 원자재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생산 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 현지화 전략 강화, 기술 혁신 가속화, 그리고 정책 대응 능력 강화라는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 내 생산 시설의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투자는 상당한 자본 지출을 요구하며,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단순히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전기차 관련 보조금, 환경 규제 등 다양한 미국 내 관련 법규 변화에 대해 미국 내 생산 기업이라는 형식을 통해 현지 환경 활동, 미 행정부와의 협력 채널 구축 등을 용이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시 말하면, 미국 내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에서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을 통해서 미국의 정책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SEN 리서치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CATL, BYD와 같은 중국 기업들은 100%에 달하는 전기차 관세와 25%의 배터리 관세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는 중국 기업들로 하여금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을 더욱 강화하게 만들 것이며, 기술 혁신과 원가 절감에 박차를 가하도록 할 것이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우선, 중국 내수 시장의 보호와 함께 유럽, 동남아, 중동 등 신흥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나름의 생산 혁신을 통해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수많은 경험을 기반하는 기술 경쟁력 확보는 중국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모두 잘 인지하고 있듯이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생산기술의 발전은 쉽사리 간과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기술적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중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우회 전략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과의 합작 투자나 기술 제휴를 통해 간접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방안은 관세 장벽을 우회하면서도 중국 기업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기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비용 증가로 인한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단기적으로는 전기차 수요의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배터리 공급망 형성과 함께 기술 혁신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다양한 공급망 구축과 배터리 기술의 추가적인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원가 절감과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춘 혁신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지형도를 크게 바꿀 수 있다. 미국,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한 3극 체제가 더욱 공고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각 지역에서의 기술 개발과 생산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기차 산업의 글로벌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면서,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은 여전히 큰 성장 잠재력을 보일 것이며, 현재의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기업들이 향후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관련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에 민첩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자체 혁신과 긴 안목에서의 올바른 정책 지원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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