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하나가 초래한 ‘파국’… 평점 9점대로 2018년 휩쓸었던 한국 영화

영화 ‘완벽한 타인’ 메인 예고편 중 일부 / 롯데엔터테인먼트 유튜브

2018년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은 52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당시 흥행에서는 최고 순위에 오르지 못했으나 네이버 평점 9.08점이라는 이례적 호응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작품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시작되는 한 게임을 통해 일상적으로 숨겨진 인간관계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펼쳐낸다.

게임의 시작, 숨겨진 진실

모처럼 모인 커플 친구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제안한 게임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다. 각자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식사하는 동안 걸려오는 모든 전화, 문자, 메신저, 이메일을 모두에게 공개하자는 규칙. 처음엔 별다른 의심 없이 게임이 시작되지만 휴대폰을 매개로 감춰진 비밀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상황은 예상을 벗어난 방향으로 전개된다.

영화 ‘완벽한 타인’ 출연 배우 이서진과 유해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작품은 등장인물 7명의 사적인 고민, 가족 내 갈등, 사회적 편견, 그들만의 윤리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습을 치밀하게 그린다.

석호(조진웅 분)는 평소 정신과 진료를 깔보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부관계 문제로 몰래 상담을 받고 있었다. 오랜 세월 장인에게 인정받지 못하며 자수성가한 인물로 투자 실패로 전 재산을 잃게 되면서도 가족과 친구를 생각하는 책임감이 돋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엔 불안정한 심리와 강박이 깔려있어 단순히 부주의한 가장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영화 ‘완벽한 타인’ 속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커플들 / 롯데엔터테인먼트

예진(김지수 분)은 남편 몰래 성형수술을 알아보다 들키고 여성부 강연에서 남편 직업을 비하하는 등 겉과 속이 다른 면모를 보인다. 표면적으로 결백한 듯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 딸에게는 엄격하고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면서 본인은 원칙을 지키지 않는 모순도 확인된다.

태수(유해진 분)는 겉으론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인 수현의 음주운전 사고를 대신 뒤집어쓰는 등 가족을 위해 희생한 과거가 있다. 자신도 모르게 게이라는 오해를 받게 되고 불륜 혐의까지 뒤집어쓰지만 끝까지 친구의 비밀을 지켜주는 의리를 보인다.

영화 ‘완벽한 타인’ 출연 배우 이서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수현(염정아 분)은 예진과의 우정을 드러내면서도 내면적으로 질투와 열등감에 시달린다. 남편의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려는 결정이나 블로그에 올리는 소설, 팬과의 연락 등에서 갈등이 반복된다. 술 문제와 부부관계 소원, 드러난 남편의 비밀까지 이어지며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배(윤경호 분)는 특정 이유로 이혼과 교사직 해고 등 사회적 편견을 겪었다. 가장 가까운 친구들에게조차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못한 채 오랜 기간 불안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왔다.

영화 ‘완벽한 타인’ 속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들 / 롯데엔터테인먼트

준모(이서진 분)는 사업 실패와 학력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여성 편력이 심각한 인물이다. 여러 여자와의 불륜, 임신 문제, 친구의 아내와의 관계 등 문제점이 연이어 폭로된다. 스스로는 불륜에 대해 죄책감 없이 행동하면서 배우자 세경이 의심을 받자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몰아세운다.

세경(송하윤 분)은 상대적으로 가장 큰 피해자다. 전 남친의 메시지로 곤란한 상황에 놓이지만 그마저도 해프닝으로 밝혀진다. 남편 준모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으나 남편의 본모습을 알게 된 후엔 단호하게 이혼을 선택한다.

영화는 제한된 공간, 짧은 시간 안에 인물 각각의 내면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며 관계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준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스마트폰 하나가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적 영역인지, 그 사적 영역이 공개되는 순간 인간관계가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각자의 비밀을 사수하려는 움직임과 타인의 진실을 캐내려는 집요함이 맞물리면서 관객은 긴장감 속에 극을 따라가게 된다.

7명의 배우가 보여주는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연기가 작품의 설득력을 높인다. 대사 한 줄, 행동 하나하나에 캐릭터의 성격과 삶이 녹아 있어 극의 몰입도가 크게 상승한다. 연출 역시 등장인물 누구에게도 과도한 분량을 주지 않고 각자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조율한다.

영화 ‘완벽한 타인’ 메인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완벽한 타인’은 영화적 재미와 함께 인간관계의 본질적 한계와 모순을 냉정하게 짚는다. 누구에게도 100% 드러낼 수 없는 비밀과 서로가 서로에게 가질 수밖에 없는 거리감이 남긴 씁쓸함은 엔딩 이후까지 이어진다. 모든 것을 공유한다고 해서 진정으로 가까워질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 작품은 식탁 위 작은 게임이 어떻게 인생의 거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완벽한 타인’은 지금 이 시대의 인간관계에 대한 하나의 통렬한 실험이자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현실적인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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