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령] '박수 칠 때 떠난' 조제 모라이스 감독 근황

조제 모라이스 전 전북 감독
서아시아 무대에서 꾸준한 성과

최근 서아시아 축구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이 있다. 한국 축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인 조제 모라이스 전 전북 현대 모터스 감독이다. 5년 전 전북에서 '박수 칠 때 떠난' 모라이스 감독이 서아시아에서 화제의 중심에 선 이유는 뭘까?

모라이스 감독은 2019년 '무리뉴 사단 출신'이라는 거대한 타이틀과 함께 K리그에 입성했다. 일각에선 감독으로서 성과가 부족하다며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으나 모라이스 감독은 리그 우승 2회, FA컵(현 코리아컵) 우승 1회로 당당하게 지도력을 증명한 후 전북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전북은 모라이스 감독이 떠난 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상식 감독이 한 차례 우승을 안겼지만, 이후 성적 부진으로 팀을 떠났고 2025년 거스 포옛 감독이 더블을 달성하기 전까지 리그 트로피를 따내지 못했다.

전북에서 '우승 DNA'를 몸에 각인해온 모라이스 감독은 서아시아로 무대를 옮겼다. 서아시아는 모라이스 감독에게 아쉬운 기억이 있는 곳이다. 그는 2007년과 2014년 각각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남기지 못한 채 짐을 쌌다.

전북에서 가치를 높이자 세 번째 기회가 주어졌다. 손을 내민 클럽은 다름 아닌 아시아 최고의 클럽 중 하나로 불리는 알힐랄이었다. 당시 시즌 종료를 약 한 달 앞둔 채 러즈반 루체스쿠 감독을 보낸 알힐랄은 모라이스 감독을 긴급 소방수로 투입했다. 한 달짜리 초단기 계약, 미션은 리그 우승이었다.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트로피를 눈앞에서 떠나보낼 가능성도 있었기에 자칫 시즌을 망친 원흉으로 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부임 후 팀을 빠르게 정비해 알힐랄에 연달아 승리를 안기며 커리어에 우승 기록을 한 줄 더 추가했다. 서아시아에 우승 청부사의 이미지를 만든 모라이스 감독은 재계약 없이 다시 한번 '박수 칠 때' 떠났다.

조제 모라이스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22년 6월엔 이란 세파한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세파한은 모라이스 체제 전환 후 페르세폴리스와 에스테글랄 양대 강호의 아성을 깨고 리그 1위를 오랜 기간 유지하며 이란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시즌 막바지 미끄러지며 우승은 놓쳤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시즌이었다. 절치부심한 모라이스 감독은 두 번째 시즌 기어코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세파한에서도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 다음 이번 시즌 무대가 바로 UAE다. 알와흐다의 지휘봉을 잡은 모라이스 감독은 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를 병행하는 상황에서도 공식 경기 31경기 연속 무패라는 대기록을 수립하는 눈부신 성적을 기록했다.

모라이스의 이름이 UAE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건 놀라운 무패 행진에서 기인하고 있기도 하지만, 시즌 중반 리그 경쟁팀인 샤르자로 적을 옮기는 놀라운 선택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알와흐다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던 도중 갑작스럽게 사임을 알린 후 샤르자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배경을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샤르자의 제안이 거부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그렇다 해도 시즌 도중 자진 사임 후 다른 팀의 지휘봉을 잡는 일은 흔치 않기에 현지에서도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슈퍼컵에서 우승한 샤르자 / 사진=샤르자 공식 X

중요한 건 논란 속에도 우승 DNA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라이스 감독은 샤르자 부임 후 두 번째 경기로 UAE 슈퍼컵을 치렀는데, 여기서 샤바브 알아흘리를 상대로 승리하며 또 하나의 우승 기록을 추가했다.

전북을 떠난 후 모라이스 감독의 주가는 연일 높아지고 있다. 전북도 모라이스 감독과 더블을 이뤘던 기억을 토대로 거스 포옛 감독을 선임해 다시 더블을 달성했으니 모라이스와 전북의 만남은 함께했던 2년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양측 모두에게 큰 이득이 된 셈이다.

글 - 김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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