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보험 업계가 ‘적자 늪’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예인을 앞세운 광고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대형사들의 과점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소 보험사들이 브랜드 인지도 확보를 위해 천억원대 마케팅비를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2025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업계 실적을 보면 손해율이 83.3%로 전년 동기 대비 3.1%포인트나 악화됐다. 합산비율도 99.7%로 손익분기점에 근접한 상태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스타 마케팅에 올인하고 있다.
스타급 연예인 총출동… “브랜드 인지도가 생존 열쇠”

하나손해보험은 방송인 강호동을 모델로 내세워 ‘하나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광고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시니어 특화 브랜드 ‘하나 더 넥스트’의 광고모델인 강호동이 처음으로 하나손보 광고에 등장한 것이다.
캐롯손해보험은 배우 고윤정을 모델로 활용해 ‘퍼마일 자동차보험’ 광고를 통해 괄목할 만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2025년 10월 한화손보와의 합병을 앞두고 고윤정이 한화손보의 새 전속모델로도 발탁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AXA손해보험(악사손보)은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발탁해 ‘AXA 365 CARE’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김혜수의 카리스마와 신뢰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할인 특약과 보상 서비스를 알리는 전략이다.
“20조 시장 포기할 수 없다”… 비대면 판매 급성장이 기회
자동차보험 시장 규모는 20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특히 온라인 판매채널(CM)의 비중이 2023년 상반기 28.2%에서 2025년 상반기 35.6%로 7.4%포인트나 급증했다. 이는 비대면 전문사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대형 4사의 시장 점유율이 85.4%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소형사들은 8.2%에 불과하다. 반면 악사, 캐롯, 하나손보 등 비대면 전문 3사는 꾸준한 마케팅을 통해 점유율을 5.3%에서 6.4%로 끌어올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면서 전체 시장만 20조원에 달한다”며 “비대면 판매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지금도 약 8조를 차지하기 때문에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적자에도 광고비 쏟아붓는 이유는?
그렇다면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천억원대 광고비를 투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장기보험’ 전략에 있다.
하나손보의 경우 자동차보험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궁극적으로는 수익성이 높은 장기보험 상품 판매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확보하려면 장기보험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배성완 하나손보 대표는 그룹의 시니어 사업 강화 기조에 맞춰 치매간병보험 등 장기보험 상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화재 출신으로 하나손보 최초 외부 영입 CEO인 배 대표의 전략적 판단이다.
손해율 악화에도 멈출 수 없는 광고 전쟁

2025년 상반기 주요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보면 상황이 심각하다. 하나손보는 89.7%의 손해율을 기록하며 11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캐롯손보도 손해율 96.3%로 27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악사손보만이 손해율 85%로 34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이처럼 적자 상황에서도 보험사들이 스타 마케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MZ세대를 비롯한 젊은 고객층 확보와 브랜드 인지도 제고가 장기적 생존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캐롯손보는 고윤정과 김상호의 ‘스위트홈’ 케미를 활용한 ‘요즘 자동차보험 뭐 듦?’ 캠페인으로 젊은 층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고윤정의 ‘무빙’, ‘환혼’, ‘헌트’ 등 화제작 출연으로 인한 높은 인지도가 보험 가입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디지털 혁신과 AI 기술로 차별화 시도
단순히 연예인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으로도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캐롯손보는 인공지능 사고케어 시스템을 도입해 사고 접수부터 보상까지의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하나손보도 홈페이지와 앱 고도화를 통해 자동차보험 재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악사손보는 ‘AXA 365 CARE’를 통해 365일 언제든 고객을 돌본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다양한 할인 특약과 보상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하고 있다. 김혜수의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가 이러한 서비스의 품질을 보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광고 전쟁 더욱 치열해질 전망
업계에서는 2025년 하반기에도 이러한 스타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한화손보와 캐롯손보의 합병이 완료되면서 고윤정을 활용한 시너지 마케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온라인 채널의 비중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디지털 마케팅과 연예인 마케팅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광고 전략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을 겨냥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마케팅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자동차보험 업계의 이러한 스타 마케팅 열풍은 결국 고객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다. 적자 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는 보험사들의 생존 전략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