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 열흘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의 성격이 선거관리 부실 항의에서 사적 검문·폭행·업무방해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여자 유소년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 6명이 소지품 검사를 요구받고 "양말도 벗어라"는 말을 들었고, 취재 중인 JTBC 기자가 폭행을 당했으며, 경기장 내 9개 체육단체의 업무가 열흘 넘게 마비됐다. 경찰은 불법행위 15건을 수사 중이며 특수강요죄(10년 이하 징역)를 적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행위자는 물론 공모자까지 엄중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선거 부실 문제 제기와 불법행위는 별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태의 출발점은 6·3 지방선거 당일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였다. 전국 50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랐고, 일부 유권자들이 참정권 행사에 불편을 겪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개표소가 설치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 모여 봉쇄 시위를 시작했다.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기장 출입 자체를 막는 물리적 봉쇄가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출입자들을 상대로 신원 확인과 소지품 검사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기장 내에는 대한핸드볼협회, 대한펜싱협회, 대한산악연맹, 대한우슈협회, 대한세팍타크로협회 등 9개 체육단체 사무실이 입주해 있었다. 이들 단체의 직원들은 출입이 막히면서 서류, OTP 기기, 경기 장비 등을 가져오지 못했고, 선수와 지도자 급여 지급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한펜싱협회는 16일 아시아선수권 출국을 앞두고 칼과 펜싱화 등 장비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선관위 관계자로 오인된 체육단체 직원들에 대한 모욕과 조롱도 이어졌고, 일부 직원들은 시위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여 가방 내부까지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대한체육회와 71개 회원종목단체는 12일 공동 호소문을 내고 "출입 제한이 장기화되면서 필수 업무 수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 피해가 결국 선수와 체육인, 나아가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정위원회 참석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고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논란이 가장 크게 불거진 사건은 지난 8일 여자 유소년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을 상대로 한 검문이었다. 훈련 기구를 가지러 경기장을 방문한 선수 6명은 일부 시위 참가자들에게 출입을 제지당했고, 소지품 검사를 요구받았다. 한 참가자는 여성 선수에게 "양말도 벗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12일 "주니어 대표팀을 대상으로 한 강요·폭행 등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9일에는 경기장 내 입주기관인 자전거21 소속 여성 직원이 시위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여 가방 내부까지 보여줬음에도 일부 참가자들이 신발까지 벗으라고 요구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퍼졌다. 5일에는 취재 중이던 JTBC 기자가 일부 시위 참가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한국기자협회 JTBC 지부의 성명이 나왔다.
경찰은 현재 잠실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불법행위 15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관 모욕 사건 3건, 시민·기자·경찰을 상대로 한 강요·폭행·업무방해·감금 의혹이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유소년 선수 검문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3명 중 여성 1명의 신원을 특정해 강요 혐의로 출석을 요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1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유소년 핸드볼 선수들에 대한 검문·검색은 다중의 위력을 과시한 심각한 범죄"라며 특수강요죄 적용을 확인했다. 특수강요죄는 10년 이하 징역이 가능한 중범죄다. 박 청장은 "아무 생각 없이 옆에서 불법행위에 동조했다가 공범으로 적용될 경우 패가망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자 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체포감금죄 적용을 검토 중임을 밝혔다.
6·3 당일인 3일부터 9일 오전 5시까지 올림픽공원 일대 112 신고는 총 139건이었다. 시위가 본격화된 5일부터 계산하면 하루 평균 35건 수준이었다. 신고 유형은 소란·오인 95건, 교통불편 22건, 소음 13건, 폭행 9건 순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유럽 순방 중 화상으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참정권 침해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인정하고 수용한다"면서도 "선거 결과 조작 등을 운운하며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반사회적 행태"라고 했다. 15일에는 SNS를 통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대해 행위자는 물론 공모자에 대해서도 엄중 수사하라"고 경찰에 지시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핸드볼 유소녀 선수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가방을 수색당하고 여론에 돌팔매질 당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시위에 참여하시는 분들을 원망하는 게 아니다. 다만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라며 공권력 개입을 공식 요청했다.
이번 사태에서 두 개의 문제를 분리해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자체다. 전국 50개 투표소에서 용지가 모자라 유권자들이 참정권 행사에 불편을 겪은 것은 실제로 발생한 사실이고, 선관위의 관리 부실에 대한 항의는 정당한 문제제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참정권 침해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인정하고 수용한다"고 밝힌 것도 그 맥락이다.

두 번째는 그 항의가 향한 방향이다. 유소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양말을 벗으라고 요구하는 행위, 경기장 직원을 둘러싸고 신발까지 벗으라는 요구, 취재 기자 폭행 의혹은 선거관리 부실과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경기장을 드나드는 체육단체 직원이나 유소년 선수가 선관위 부실의 가담자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체육계 피해는 수치로 나타난다. 9개 단체 업무가 열흘 넘게 마비됐고, OTP 기기를 꺼내지 못해 급여 지급이 중단됐으며, 펜싱 아시아선수권 출전 장비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이 피해의 직접적 대상은 선관위가 아니라 선수와 체육인들이다.
경찰이 특수강요죄를 적용한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단순 강요죄가 아닌 특수강요, 즉 다중의 위력을 이용한 강요라는 판단은 시위 현장의 집단적 압박 구조를 범죄 요건으로 본다는 의미다. "공모자까지 처벌 가능하다"는 경찰청장의 발언은 현장에 있었던 다수의 참가자들에게도 법적 책임이 미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왜 투표를 못 했나"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시위가 "누가 경기장에 들어오는가"를 감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간 것은, 문제 제기의 정당성과 그것이 현장에서 구현되는 방식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그 간극이 지금 경찰 수사와 체육계 공권력 요청이라는 형태로 되돌아오고 있다.
선관위 부실 문제는 합동수사본부 수사, 국정조사, 특검 추진 등을 통해 규명해야 할 사안이다. 그 문제제기의 정당성은 시위 현장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와 별개로 판단돼야 한다. 경찰 수사 15건, 특수강요죄 적용, 대통령 공모자 엄중수사 지시까지 나온 상황에서 잠실 시위가 어느 방향으로 마무리될지, 그리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규명은 어느 수준까지 이루어질지가 남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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