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 꽃가루 알레르기에 멸종했나

고대 지구상을 누빈 매머드가 멸종한 이유는 꽃가루 알레르기라는 새로운 가설이 제기됐다. 매머드는 약 4000년 전 자취를 감춘 거대 생물로 현재 복원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생명공학 스타트업 스프링스타일 테크 디자인(SpringStyle Tech Design) 사는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꽃가루 알레르기가 매머드 멸종의 미스터리를 풀 열쇠일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약 400만 년 전 지구에 출현한 매머드는 약 4만~수천 년 전 모든 종이 멸종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멸종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설이 존재하는데, 빙하기 말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설과 인간의 무분별한 사냥 설이 현재까지 유력하다.

스프링스타일 테크 디자인 고생물 연구팀은 매머드의 대표적인 종 케나가 매머드를 집중 조사했다. 케나가 매머드는 약 1만4000~1만 년 전에 사라졌지만 북극해 브란겔 섬 개체군은 약 4000년 전까지 생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머드의 멸종 원인은 공룡과 더불어 아직 해명되지 않았다. <사진=pixabay>

연구를 주도한 고생물학자 글레브 질베르스타인 연구원은 "올해 6월 발표된 연구에서는 브란겔 섬의 개체군은 서서히 멸종한 것이 아니라 수수께끼 사건으로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것으로 밝혀졌다"며 "유전적 다양성을 갖고 있었던 케나가 매머드가 단번에 멸종한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급속도로 매머드를 죽인 원인을 다각적으로 조사한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를 떠올렸다. 식물이 마구 번성하면서 꽃가루가 대량 발생,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결과 케나가 매머드의 후각이 둔해졌고 개체끼리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졌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글레브 연구원은 "이렇게 되면 번식기에 매머드들이 서로 냄새를 맡지 못해 짝짓기 하지 못하고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 멸종할 수 있다"며 "동물의 후각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기능 중 하나로, 짝짓기에 그치지 않고 먹을 것을 찾거나 이동 중 방향을 정하고 포식자를 피하는 중요한 감각"이라고 설명했다.

화석이 된 매머드의 위장 샘플 <사진=글레브 질베르스타인>

연구팀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매머드의 위장 내용물을 조사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물이나 꽃가루를 검출해야 한다. 매머드의 알레르기 반응 중에 몸이 생성하는 면역 체계의 단백질까지 찾으면 연구팀 가설이 들어맞는다.

화석이 된 매머드 샘플에서 단백질을 채취한 연구팀은 케나가 매머드의 몸통과 장으로부터 면역 단백질 펩타이드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매머드의 분변을 검사해 가설대로 심한 꽃가루 알레르기에 시달렸는지를 향후 조사하게 된다.

연구팀 주장은 학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일부 학자는 의문을 표했다. 미국 버펄로대학교 진화생물학자 빈센트 린치 교수는 "고대 동물의 DNA 샘플은 케나가 매머드가 특정 식물의 냄새를 맡는 능력을 잃었음을 시사하기는 한다"면서도 "후각이 망가져 멸종했다고 보기는 연구가 부족하다. 여전히 환경 변화나 인간의 영향으로 매머드가 멸종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역설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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