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자폭' 논란 이래경 민주당 혁신위원장 10시간 만에 자진사퇴

조현호 기자 2023. 6. 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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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경 이사장 "마녀사냥식 정쟁 대상돼 유감…당에 부담" 자진 사퇴
이재명 당 대표 또다시 인사 파문으로 논란 가중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혁신기구를 이끌 혁신위원장에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을 지명했으나 이 이사장의 과거 발언 문제가 논란으로 떠올라 비판이 쏟아지자 결국 이 이사장이 스스로 사퇴했다.

10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만의 낙마다. 이재명 대표가 초기 최고위원 인선을 했다가 하룻만에 사퇴한 데 이어 또 부실 인사 파문을 낳았다. 이 이사장은 친명 인사로 평가받는 인사였다. 특히 이 이사장이 최근에도 페이스북 등에 '자폭된 천안함', '윤가', 'CIA의 한국 대선 개입' 등의 주장을 펼쳐온 사실이 큰 논란이 됐다.

이재명 대표는 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민주당은 당의 혁신 기구를 맡아서 이끌 책임자로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이래경 명예 이사장님을 모시기로 했다”며 “새로운 혁신기구의 명칭·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도부는 혁신기구가 마련한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친명 인사라는 점에서 당 대표와 지도부로부터 거리를 두고 당을 혁신하는데 어울리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구나 본인의 페이스북에 쓴 글 들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을 윤가라고 표현하고 있고, '윤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단체 성명을 여럿 인용했다. 무엇보다 이 이사장은 지난 2월10일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하여 남북관계를 파탄낸 미패권 세력들이 이번에는 궤도를 벗어난 중국의 기상측정용 비행기구를 마치 외계인의 침공처럼 엄청난 '국가위협'으로 과장하여 연일 대서특필하고 골빈 한국언론들은 이를 받아쓰기에 바쁘다”라고 썼다. 이 이사장은 지난달 5일엔 “아마도 지난 한국대선에도 이들 미정보조직들이 분명 깊숙히 개입하였으리라”라고 주장했다.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5일 민주당 혁신위원장에 지명됐다가 10시간도 안돼 자진사퇴했다. 사진=이래경 페이스북

코로나19의 중국의 우한 연구소 진원설을 두고 이 이사장은 지난 2021년엔 “미국과 서구의 언론매체들이 조작과 가설수준의 정보에 의존하여 WIV(우한연구소)설을 자가발전시”켰다고 쓰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뿐 아니라 정의당, 민주당 내부에서도 인사 철회를 촉구했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무엇을 위한 혁신이냐”며 “많은 국민들이 현재 민주당의 혁신위원장 인선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금 내정된 혁신위원장은 시작도 전에 논란에 휩싸이며 많은 국민들이 혁신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다”며 “민주당의 명운을 좌우할 혁신위원장이라면, 당 안팎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심사숙고해서 선임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번 인선은 이런 절차 없이 왜 이 사람인지, 누가 추천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 결과, 인사참사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며 “내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이래경 이사장은 대표적인 친이재명계”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시절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 대표 제안자로 참여했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찬양성 글들을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의 '천안함 자폭', '코로나는 미국발', '한국 대선에 미국 정보 조직이 깊숙이 개입' 등의 발언을 두고 이 대변인은 “상식 밖의 발언들이 이사장의 자질을 더욱 의심케 하고 있다”며 “온갖 당내 리스크를 바로 잡고 당을 혁신하기 위한 기구의 장이 현재 당대표에게 편향된 인사라는 것 자체가 고이고 고여버린 민주당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이 쏟아지자 결국 이 이사장은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오후 7시경 민주당을 통해 보낸 사의표명문에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당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혁신기구의 책임을 어렵게 맡기로 했다”면서도 “그러나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한국사회의 현재 처한 상황을 압축하는 사건이라는 것이 저의 개인적 소견입니다만,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며 “역사 앞에 기도하는 심정으로 저로 인해 야기된 이번 상황을 매듭지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천안함 자폭, 조작' 등 이 이사장의 과거 발언이 드러나자 “그 점까지는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며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발표는 공식적 발표고, 저는 그 발표를 신뢰한다”고 해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당 대표 회의실을 나오면서 기자들의 혁신위원장에 지명한 이래경 이사장이 과거 천안함 조작 등의 발언을 했다는 지적에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한편, 최원일 전 천안함장 발언에 대한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반박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 전 천안함장은 5일 오후 페이스북에 “현충일 선물 잘 받았다”며 “해촉 등 조치 연락없으면 내일 현충일 행사장에서 천안함 유족, 생존장병들이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최 전 함장은 “국민을 대표하는 공당이 이런 인사를 혁신위원장에 임명하고 뭐가 잘못되었냐는 식으로 일관한다”며 “내일 현충일 추념 행사장, 호국영령분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해 달라”고 밝혔다.

이에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저녁 국회 소통관 백브리핑에서 최원일 전 함장 발언을 놓고 “천안함 함장은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거냐”며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네”라고 말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곧바로 입장문을 내어 “백브리핑을 마치고 이동하는 가운데 한 발언은, 민주당 당직 인선과 관련해 천안함 유족 및 생존 장병의 문제 제기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책임도 함께 느껴야 할 지휘관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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