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신약허가 수수료 46배 인상…‘가뭄에 단비’인 이유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사진 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약허가 수수료를 기존 대비 46배 올린 4억1000만원으로 인상한다. 신속한 심사·허가와 심사 역량 향상이 목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인력 충원과 과중한 업무 경감, 외화 벌이 등이 기대된다.

식약처는 수익자부담 원칙을 전면 적용하는 내용의 ‘의약품 등의 허가 등에 관한 수수료 규정’ 개정안을 최근 행정예고했다. 수익자부담 원칙은 특정 정책 시행으로 이익을 얻는 수혜자가 있는 경우 그 정책의 소요 비용 등을 수익자로 하여금 부담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신약허가 수수료는 기존 883만원에서 4억1000만원으로 약 46배 인상된다. 국내 중소기업은 50% 감면 혜택을 받는다. 바이오의약품 신약허가 수수료 또한 4억1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번에 식약처가 신약허가 수수료를 인상한 이유는 전문 인력 채용 때문이다. 식약처는 늘어난 신약허가 수수료로 제품별 전담 심사팀을 신설한다. 또한 임상시험(GCP)과 제조·품질관리(GMP)는 우선 심사해, 신약 허가기간을 기존 420일에서 295일로 단축한다. 신약 품목별로 임상·제조·품질 등 분야별 심사자로 구성된 전담 심사팀(10~15명)을 운영해 업계와 규제기관 간 허가 단계별 전문 상담을 제공한다. 심사팀 내 전문 의·약사 등 역량 높은 심사자의 비율이 30%에서 70%로 늘어난다.

식약처는 선진국 대비 수수료가 낮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선진국 대부분은 이미 수익자부담 원칙을 적용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신약허가 수수료는 1건당 53억원 수준으로, 현행 우리나라의 883만원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크다. 전문 인력을 늘려 심사 역량을 향상시키고, 신속한 심사로 이어나가겠다는 것이 식약처의 계획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인력 충원에 따른 과중한 업무 경감이 가장 크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식약처는 만성적으로  의료제품(의약품, 의료기기 등) 인허가 담당 인력과 GMP실사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인허가 인력이 늘어나면서 1인당 담당 업무가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타부서에 좀 더 많은 인력을 채워넣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식약처 내부에서는 과중된 업무에 식약처를 떠나는 직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인력 충원 방안이 ‘가뭄에 단 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신약허가 수수료 인상이 뜻하지 않게 외화 벌이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식약처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허가된 신약 품목 수는 총 256개로, 연평균 32개다. 같은 기간 동안 국내 신약은 총 14개였다. 4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납부하는 기업 대부분이 다국적제약사라는 의미다. 이같은 추세라면 식약처는 다국적제약사로부터 연간 약 130억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신약허가를 큰 틀에서 새롭게 혁신함으로써 제약기업과 바이오헬스산업의 혁신적 성장을 견인하는 동시에 국민, 업계, 정부 모두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신속한 허가를 통해 국민의 치료기회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안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