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신기록 초유의 3시간 24분 중단 사태, 왜?...' 역대급 대혈전, 끝내 KT가 한화에 DH 1,2차전 싹쓸이 [대전 현장리뷰]
KT 위즈는 1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펼쳐진 한화 이글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 경기 더블헤더 2차전에서 3-1로 승리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2시에 열린 더블헤더 1차전(관중 7406명 입장)에서 7-0 완승을 거뒀던 KT는 69승 54패 3무를 기록하며 리그 2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한화는 4연패 늪에 빠진 채 50승 66패 6무를 마크했다.
2차전에서 KT는 김민혁(우익수)-황재균(3루수)-강백호(지명타자)-박병호(1루수)-알포드(좌익수)-장성우(포수)-이호연(2루수)-배정대(중견수)-김상수(유격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웨스 벤자민. 더블헤더 1차전과 비교해 2루수가 오윤석에서 이호연으로 바뀌었으며, 포수 강현우 대신 장성우가 선발 마스크를 썼다.
KT는 1회부터 강백호의 중전 적시타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 뒤 4회에는 알포드가 좌월 투런포를 터트리며 3-0으로 달아났다. 5회까지 한화 선발 산체스의 투구 수는 101개. 반면 KT 선발 쿠에바스의 투구 수는 66개로 효율적이었다. 한화는 6회부터 장시환을 투입하며 불펜을 활용했다. KT는 7회 바뀐 투수 윤대경을 상대로 1,2루 기회에서 대타 이호연이 2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5-0) 결국 9회에는 2사 3루 기회에서 대타 김준태가 중월 투런포를 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7-0) 김준태의 시즌 3호 홈런. 아울러 대타 홈런은 올 시즌 27호이자, KBO 통산 1028호, 그리고 김준태 개인 2번째 대타 홈런이었다.
한화는 1회와 2회 모두 삼자 범퇴로 물러났으나, 3회부터 반격에 나섰다. 벤자민의 제구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았다. 선두타자 이원석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1사 후 문현빈이 몸에 맞는 볼로 1사 1,2루가 됐다. 곧이어 이원석이 기습적으로 3루 도루까지 성공한 가운데, 이진영마저 볼넷을 골라내며 만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윌리엄스의 2루수 강습 내야 안타가 나오면서 3루 주자 이원석이 홈인, 3-1을 만들었다. 하지만 노시환이 3구 삼진, 채은성이 유격수 땅볼로 각각 아웃되며 추가 득점엔 실패했다.
심판의 콜 순간, 이미 이글스파크에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한화 구장관리팀 직원이 즉각 나와 마운드부터 방수포를 깐 뒤 홈플레이트 근처에도 방수포를 깔았다. 그리고 외야 쪽으로 뛰어가 대형 방수포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내야에 흥건히 빗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약 20여명이 나와 대형 방수포를 설치했지만, 그라운드가 이미 완전히 젖은 상태였다.
다행히 소나기였다. 비는 30여분 정도 내린 뒤 다시 점점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그라운드를 정비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이미 내린 비의 양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구장 관리팀 직원과 경호팀 직원 및 볼보이까지 투입돼 10명의 인원이 그라운드 정비에 나섰다. 경기장의 물기를 뺀 뒤 롤러로 다지고 흙을 뿌리며 정상적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내야로 만들었다.
결국 오후 6시 33분에 중단된 경기는 3시간 24분을 지나 오후 9시 57분에 재개됐다. 이는 KBO 리그 역대 최장 시간 경기 중단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16분(1시간 56분)으로 지난 1987년 8월 15일 대전 삼성-빙그레전에서 나왔는데, 당시에는 두 차례 경기가 중단됐다. 또 지난해 7월 23일에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한화전에서 비로 인해 역시 116분 동안 경기가 중단된 바 있다. 당시 KT가 8회초 5-3 강우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올 시즌 최장 시간 경기 중단은 1시간 44분으로 지난 5일 수원 LG-KT전에서 나온 바 있다. 이토록 2시간 넘게 중단된 경기가 없었는데, 이날 무려 3시간 넘게 경기가 중단된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우천 중단과 관련해 "구단은 심판의 방수포 설치 사인 이후 2분 40초만에 방수포를 덮었다. 이후 비가 그친 뒤 방수포 철거 후 심판 측의 정비시간 문의에 '정비에 2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달했다. 이에 심판진은 '그럼 정비를 하라'고 구단 측에 지시했다"면서 "정비를 개시한 지 2시간 30분 가량이 지난 시점에 심판진이 나와 어느정도 시간이 더 필요한 지 문의해 구단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더 필요하다'고 알렸고, 이에 심판진은 다시 정비하라고 통고했습다. 이후 추가 정비를 진행해 21시 57분 경기가 재개됐다"고 덧붙였다.
3시간 넘게 쉬었다가 재개된 경기. 부상 위험도 클 수밖에 없었다. "약 15분 뒤에 경기가 재개되겠습니다"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나오자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 중 일부는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그 정도로 기다리면서 지칠 법도 한 매우 긴 시간이었다. 이후 경기가 속개되자 이내 이글스파크에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7회초 경기가 후반부로 돌입한 가운데, 한화는 김범수를 투입했다. 포수도 최재훈으로 빠꿨다. 김범수는 1사 후 1루수 포구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하긴 했으나, 황재균과 강백호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7회말 KT는 불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박영현을 올리며 지키기에 나섰다. 박영현은 7회말 삼자 범퇴로 한화 타순을 봉쇄했다. 8회초에는 바뀐 투수 주현상이 KT 박병호, 알포드, 장성우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그리고 8회말. 여전히 투수는 박영현이었다. 노시환을 3루 땅볼, 채은성을 중견수 뜬공, 김태연을 3루 땅볼로 각각 아웃시켰다.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장민재는 'KKK'로 KT 타선을 잡아냈다. 이호연을 5구째 포크볼, 배정대를 7구째 속구, 김상수를 10구째 속구로 각각 삼진 처리했다. 모두 헛스윙 삼진이었다. 9회말. KT는 김재윤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재윤은 선두타자 이도윤에게 중전 안타를 내준 뒤 대타 최인호를 3구 삼진 처리했으나 최재훈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며 1,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문현빈을 7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이진영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한 더블헤더 경기. 그리고 경기가 끝나는 순간, 전광판 시간은 오후 11시 26분을 알리고 있었다.
경기 후 장성우는 "공격적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많이 하려고 한다. 오늘 팀이 이길 수 있는 결승타를 쳐서 가장 기쁘다. 올해 내가 팀이 이길 수 있는 타점을 쳤을 때 경기 후반에 다시 역전을 허용한 적이 있어 그 부분이 가장 많이 신경쓰였다. 그래도 오늘은 도움이 돼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중단 당시 심정에 대해 "중단됐을 때 100호 홈런 기록이 없어질까봐 걱정하기보다는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5회말에 애매하게 중단이 돼 조마조마했다. 100호 홈런 기록은 하나 남았기에 언제든 나중에 세울 수 있는 기록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장성우는 "다만 3시간 30분이나 경기가 중단됐다 재개돼 선수단이 힘들었다. 특히 선발 투수가 타자와 승부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오랜 시간 쉰 벤자민이 다시 그 상황을 마무리하고 내려가야만 했다는 점에서 규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오늘 선수들이 장시간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은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승장' 이강철 감독은 "선발 벤자민이 우천 중단으로 끝까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본인의 역할을 다했다. 불펜도 타이트한 상황에서 5이닝을 잘 막아줘서 정말 고맙다. 타선에서는 장성우의 선취 투런 홈런으로 경기 분위기를 가져왔다. 박병호의 추가 타점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오늘 경기 끝까지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리고, 선수들 수고 많았다"고 인사했다.
대전=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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