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도 불안한 삼성 반도체…연말 '대대적 인적쇄신' 예고

유선일 기자, 임동욱 기자, 한지연 기자 2024. 10. 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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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것은 반도체 사업 부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성과급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반도체 사업 '경쟁력 부족'이 원인이란 것이 삼성전자 안팎의 공통 진단이다.

4분기에도 당장 실적을 끌어올릴 '무기'가 마땅치 않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 통과는 지연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 적자도 심화하는 모습이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반도체 사업의 대대적 혁신을 예고했다.
멀어지는 반도체의 '봄'
삼성전자는 8일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에서 사업부별 성적표를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은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 하락 원인이 대부분 반도체 사업에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올해 1분기 1년 동안 이어졌던 적자를 탈출, 영업이익 1조910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영업이익이 6조4500억원까지 확대되며 '반도체의 봄'을 맞는 듯했다. 그러나 3분기 영업이익이 다시 5조원(추정치) 수준으로 꺾이며 다시 위기감이 커졌다.

3분기 반도체 사업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우선 스마트폰·PC 판매 저조에 따른 범용 D램 판매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기대대로 HBM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면 사업 부진을 일부 만회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엔비디아 퀄 테스트 통과가 지연되면서 HBM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삼성전자도 이날 낸 자료에서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 향(向) 사업화가 지연됐다"며 HBM 사업을 실적 하락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파운드리 사업은 부진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1위 TSMC와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는 올해 1분기 50.7%포인트(p)에서 2분기 50.8%p로 확대됐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파견됐던 삼성전자 한국 직원들은 저조한 수율 등으로 최근 대거 한국으로 복귀했다.
'대대적 혁신' 예고한 전영현 부회장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2024.10.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 /사진=(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당장 4분기에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회복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HBM 사업의 경우 연내 엔비디아 퀄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퀄을 통과하더라도 실적이 제대로 반영되는 것은 내년부터일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올해 3월 HBM3E 8단 엔비디아 납품을 시작한데 이어 최근 12단 제품 양산까지 시작해 삼성전자와 격차를 더 벌렸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당분간 적자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시선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혁신'에 집중됐다. 전 부회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고객·투자자·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내 부진한 실적을 사과하는 한편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전 부회장은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술 근원적 경쟁력 복원 △보다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을 제시했다.

그는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다.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며 "단기적인 해결책 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또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며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 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다"고 밝혔다.

전 부회장의 메시지에 비춰볼 때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R&D(연구개발) 투자가 예상된다. 대형 M&A(인수합병) 추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도 '투자 확대'로 위기 돌파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 필리핀 칼람바의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우리는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고 싶다"며 "분사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연말로 예상되는 인사도 '쇄신'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인사에서 경영진 변화를 최소화한 만큼 올해는 대대적인 변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조직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결국 신상필벌이 가장 중요하다"며 "연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대대적인 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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