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실 오피스·상가를 공공임대로 바꾸는 사업, 2,000가구 첫 발걸음
- LH 재정 부담·소유 구조 문제… 기대만큼 현실도 복잡
빈 건물이 공공임대주택으로 탈바꿈된다고?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1차 매입 공고를 실시하는 '비주택 리모델링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말 그대로 공실 상태로 방치된 업무용·상업용 건물을 사들여 주거용으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입니다.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뚝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미 지어진 건물을 활용해 빠르게 임대 재고를 확보하겠다는 발상이죠.
매입 방식은 두 가지입니다. LH가 직접 공실 건물을 사들인 뒤 리모델링하는 방식과, 민간 사업자가 먼저 공사를 마치면 LH가 약정한 가격에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올해 우선 목표는 최소 2,000가구 이상. 청년, 신혼부부, 신생아 가구 등이 공공임대 형태로 입주하게 됩니다.
서울과 경기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건물이 대상이며, 역세권 등 입지가 좋은 곳을 우선적으로 선정합니다. 향후에는 공급 과잉으로 공실이 심각한 지식산업센터도 포함할 예정입니다.
왜 지금? 전·월세 가뭄의 현실

실거주 의무 강화와 다주택자 규제의 여파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초보다 33.1%나 줄었습니다. 경기 아파트 전세 매물도 26.8%나 감소했고요(아실, 4월 8일 기준). 당장 입주 가능한 새 집을 짓는 데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기존 건물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빠른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비주택 리모델링 매입임대주택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기존 주택을 허물지 않아도 되고, 역세권 도심 공실을 활용하면 직주근접 수요를 채울 수 있습니다. 소형 평수뿐 아니라 신혼부부·신생아 가구를 위한 중형 평형도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전환 가능한 물량이 제한적이고 공사 기간이 필요한 만큼 즉각적인 대량 공급은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문제의 근본 해소보다는 '일부 보완'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넘어야 할 세 가지 장벽
비주택 리모델링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기대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LH의 재정 문제입니다. LH는 이미 수년간 택지 개발과 임대주택 공급 부담이 누적돼 부채비율이 높은 상태입니다. 직접 매입 방식을 확대할수록 단기 현금 유출이 커지고 이자 부담도 늘어납니다. 정부 재정 지원 없이 LH 단독으로 사업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둘째는 소유·관리 구조의 복잡성입니다. 매입 대상 건물 중에는 구분소유 형태가 많아, 일부 층만 사들이면 같은 건물에 주거와 비주거가 뒤섞이는 상황이 생깁니다. 관리비 산정, 소방·피난 기준 적용, 용도지역 규제 등 법적 쟁점이 한꺼번에 얽히게 됩니다.
셋째는 민간 참여 유인 부족입니다. 매입약정 방식은 완공 전 사업 리스크를 민간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라 수익성이 불투명하면 참여 동기가 낮아집니다. 용도변경 절차 간소화, 저리 융자나 세제 혜택, 사전에 확정된 LH 인수 가격 등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가 보장되지 않으면 민간은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효성을 높이려면? 보완이 필요한 부분들
전문가들은 입지 좋은 공실을 선별하는 기준과 전환 후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수요가 없는 곳의 건물을 사들이면 공급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와 중산층 수요를 흡수하는 중간 유형을 구분해, 어떤 계층에게 얼마나 공급할지 세분화 전략도 필요합니다. 정책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사업 성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장기 지속성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빈 상가와 오피스를 임대주택으로 돌린다는 발상 자체는 합리적입니다. 도심 내 가용 부지가 부족한 현실에서 기존 건물의 용도 전환은 유효한 선택지죠. 하지만 LH 재정 여력 한계, 소유·관리 구조의 복잡성, 민간 참여 유인 부족이라는 세 가지 문제가 동시에 풀리지 않으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LH 단독 매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을 실질적으로 끌어들일 금융·세제 인센티브와 규제 간소화가 함께 설계돼야 이 사업이 진짜 '공급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결국 이 사업은 ‘보완책’인지 ‘대안 공급’인지가 핵심 변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