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CEO 20년]⑧ 키움증권, 개미의 17년 이끈 김봉수·권용원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사진 제공=키움증권

키움증권은 2001년부터 2018년까지 17년간 김봉수·권용원 두 대표이사가 이끌었다. 온라인 위탁매매라는 사업 모델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동안 수장은 거의 바뀌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떠난 뒤로는 대표 임기가 눈에 띄게 짧아졌다. 리테일 1위라는 지위가 가져온 성장과 사고가 대표의 수명을 함께 좌우해 온 모습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5년 이후 키움증권 대표를 지낸 인물은 △김봉수 △권용원 △이현 △황현순 △엄주성 등 8명이다. 이 가운데 김 전 사장이 97개월, 권 전 사장이 106개월을 재임했다. 두 사람의 재임 기간을 합치면 203개월로 17년에 이른다.

이후 임기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2018년 1월 취임한 이 전 사장이 45개월, 2022년 1월 대표에 오른 황 전 사장이 24개월을 채웠다. 2024년 1월 취임한 엄주성 사장은 32개월째다. 권 전 사장이 물러난 2018년 1월부터 두 달간은 윤수영 전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권 전 사장의 퇴임은 경질과 거리가 멀었다. 그는 2018년 금융투자협회장에 선출되면서 자리를 옮겼다. 회사 밖에서 더 큰 자리를 맡는 형태의 퇴임이었던 셈이다.

반면 황 전 사장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의 책임을 지고 2023년 11월9일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이듬해 1월 물러났다. 취임 2년 만이었다.

사태의 규모가 컸다. 시세조종 일당이 일부 증거금만 내고 외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영풍제지 주가를 끌어올렸는데, 당시 키움증권이 설정한 미수거래 증거금률은 40%였다. 2023년 10월 주가가 7거래일 연속 하한가로 밀리면서 고객위탁계좌에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했다.

충격은 고스란히 실적으로 이어졌다. 키움증권은 그해 4분기에만 4500억원가량의 충당금을 반영했고, 2023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647억원, 당기순이익은 4407억원에 머물렀다. 같은 해 라덕연 사태로도 홍역을 치렀다.

리테일 고객 기반이 넓다는 강점이 리스크 관리의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는 얘기다. 개인 거래가 몰리는 만큼 미수·신용 거래의 사고 위험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수습은 내부 인사에게 맡겨졌다. 2024년 1월 취임한 엄 사장은 자기자본투자팀장과 투자운용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을 두루 거친 인물로 취임 이후 리스크 관리 시스템 고도화와 3중 관리체계 구축을 추진해 왔다.

실적은 빠르게 회복됐다. 키움증권은 2024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982억원, 당기순이익 843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4.5%와 89.4% 늘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1조4882억원, 순이익 1조1150억원을 거두며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성장의 축은 여전히 개인 고객이다. 지난해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8865억원으로 전년 7128억원 대비 24.3% 늘었다. 다만 대형주 중심 장세와 상장지수펀드 거래 확대 속에서 리테일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그래서 새 먹거리를 찾는 중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1월 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12월 첫 상품을 출시했고, 퇴직연금 사업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트레이딩 부문도 커져 올해 2분기 운용수익이 2044억원으로 2년 새 여섯 배 이상 불어났다.

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발행어음, 퇴직연금 사업부분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고객가치에 기반한 본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겠다"고 말했지만, 키움증권의 이익 구조는 여전히 증시 거래대금 등락에 크게 흔들리는 위탁매매에 기대고 있다.

황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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