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상한 보완하라" 지시…주69시간 '백지화' 수순 밟나
기사내용 요약
64시간 하향도 수정 불가피…고민에 빠진 고용부
'주50시간대' 관측도…'개편 왜 했나' 비판 일 수도
진전된 案 미지수…"尹, 정부에 책임 떠넘겨" 질타
[서울=뉴시스] 강지은 고홍주 기자 = 1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재검토를 지시한 윤석열 대통령이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밝히면서 수정안 방향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부정적 여론이 높은 만큼 '주69시간'은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주60시간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주 최대 근로시간이 50시간대로 조정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대통령실은 전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입법예고된 정부안에서 (근로시간에)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이틀 뒤 구체적인 개편 방향까지 제시한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은 현행 주52시간제의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 단위에서 노사 합의 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일할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는 길게 쉬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 경우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MZ 세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지금도 주52시간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데, 근로시간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주69시간은 극단적인 사례로, 제도가 바뀌어도 근로시간 총량은 절대 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주69시간' 자체만 부각되면서 논란은 계속됐다.
특히 양대노총과 차별화를 선언해 노동개혁의 강력한 '우군'으로 여겨온 MZ 노조마저 개편안을 비판하며 등을 돌리면서 윤 대통령의 개편안 보완 지시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연일 MZ 노조와 청년을 만나며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고용부는 "일부 비현실적 가정을 토대로 잘못된 오해가 있다"며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토대로 다양한 보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실근로시간 단축 등 제도 개편 취지를 정확히 설명하고 우려를 해소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판이 거센 만큼 '주69시간'은 사실상 폐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히 청취한 뒤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주69시간은 과도하기 때문에 그렇게 가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 최대 69시간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가능성을 모두 다 열어놓고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여당은 현재 주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에서 64시간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편안은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이 없을 경우 근로시간 상한을 주64시간으로 제시했는데, 11시간 휴식(주69시간 근무 시)이 주어질 때에도 주64시간으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언급하면서 주64시간 역시 수정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주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향 토론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아직 거기(주60시간)까지는 (논의가)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말씀도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노동계에서 하는 얘기를 잘 경청해 보완책을 만들어나가겠다"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권기섭 고용부 차관도 "(대통령께서) 캡을 씌우는 부분까지 말씀하셨으니 그런 것까지 다 고민을 한 번 해보겠다"며 "중요한 목표는 장시간 근로 해소이고, 대통령께서도 큰 틀에서 그런 말씀하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상한 발언에 일각에선 주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59시간' 사이에서 정해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기존 제도와 큰 차이가 없어 '이러려고 개편했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노동계는 '주69시간은 길고 주60시간은 괜찮다는 것이냐'고 묻는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주120시간에서 무려 절반이나 줄었으니 고마워해야 하느냐"고 비꼬았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양대노총은 아예 근로시간 개편안 자체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전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보완 검토 지시는 소통 강화를 통해 오해를 해소하라는 것일 뿐 장시간 압축 노동이라는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니다"며 개편안 완전 폐기를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개편안의 '원점 재검토'나 '백지화'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정식 장관은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는데, 개편안 폐기나 원점 재검토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 "그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권기섭 차관도 "어떻게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MZ노조 협의체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도 "주69시간까지 일하지 않게 하는 대비책이 있어야 하고, 실질적으로 실근로시간을 줄이는 방향까지 같이 고민해 우려를 먼저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안 모색에 고심하고 있지만, 얼마나 진전된 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특히 고용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정부가 개편안을 발표할 때 '주69시간'을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았다며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주69시간은 이미 지난해부터 계속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를 두고 대통령이 여론 악화의 책임을 고용부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이제껏 주69시간제를 추진해놓고 이제 와서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니 대통령도 모르게 정책을 결정했다는 말이냐"며 "정말 뻔뻔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근본적인 철학의 부재에서 출발한 대통령의 노동시간 개악 의지는 현장의 노동자에겐 분노를, 일선 공무원들에겐 자괴감과 헛고생만 유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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