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나라 카리모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딸이 3000억원 이상의 부동산 제국을 건설한 방법

굴나라 카리모바와 런던에 있는 그의 자산 일부

우즈베키스탄 독재자의 딸 굴나라 카리모바는 팝스타이자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그가 런던부터 홍콩에 이르기까지 부동산에 2억4000만 달러(약 3100억원)를 사용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비영리 인권단체 '프리덤포유라시아'의 조사에 의하면, 굴나라 카리모바는 뇌물 수수와 횡령 자금을 이용해 영국 회사 경유로 주택과 제트기를 구입했다.

이 과정에서 런던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회계법인이 영국 회사의 거래에 관여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영국이 불법 축재를 저지하기 위해 제대로 노력 중인지 새로운 의문이 떠오른다.

영국 당국은 영국 부동산을 이용한 해외 범죄자의 자금 세탁 방지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비판받아 왔다.

이 보고서는 카리모바가 영국 부동산을 쉽게 취득한 것이 "우려"된다고 말한다.

카리모바와 연관된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카리모바와의 관계나 자금 출처 의혹을 인지했다고 볼만한 근거는 없다. 영국에서 이 업무를 담당한 사람 중 누구도 조사를 받거나 벌금을 부과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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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나라 카리모바의 부친 이슬람 카리모프는 1989년부터 2016년 사망 전까지 우즈베키스탄의 대통령을 지냈다. 한동안 카리모바가 그 뒤를 이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카리모바는 '구구샤'라는 예명으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고, 주얼리 회사를 운영했으며, 스페인 대사를 역임했다.

그러던 중 2014년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그는 부친 집권 기간의 부패 혐의로 구금됐고 2017년 12월에 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는 가택연금 조건을 위반한 혐의로 감옥에 수감됐다.

검찰은 영국·러시아·아랍에미리트 등 12개국에서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움직이는 범죄 집단의 일원이라는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프리덤포유라시아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톰 메인은 "카리모바 사건은 역사상 가장 큰 뇌물 수수 및 부패 사건 중 하나"라고 말한다.

싱글 앨범 '라운드런' 뮤직비디오에 나온 '구구샤'

그러나 카리모바와 그 일당은 부패 자금으로 취득했다고 추정되는 부동산 중 일부를 이미 매각했다.

프리덤포유라시아는 부동산 및 토지 등기 기록을 조사해 14개가 넘는 부동산을 확인했다. 이 부동산들은 카리모바가 체포되기 전 영국·스위스·프랑스·두바이·홍콩 등 여러 국가에서 의심스러운 자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3월 14일(현지시간) 공개될 이 보고서의 제목은 '누가 우즈베키스탄 공주를 묵인했는가?'로 붙여졌다. 보고서는 런던과 그 주변에서 구입한 부동산 물건 5개에 초점을 맞추는데, 현재 약 800억원의 가치가 있다. 버킹엄 궁전 서쪽 벨그라비아의 아파트 3채, 메이페어의 주택, 약 285억원에 상당하고 호수에서 개인용 보트를 띄울 수 있는 서리 지역의 저택을 포함한다.

벨그라비아의 아파트 2채는 카리모바가 구금되기 전 2013년에 매각됐다. 2017년에는 영국 중대비리수사청(SFO)이 메이페어의 주택, 서리의 저택, 벨그라비아에 남은 아파트 1채를 동결시켰다.

또한 보고서에는 런던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회사들이 등장한다. 카리모바나 그 일당이 범죄 수익금으로 부동산과 개인 제트기를 구입할 때 이 회사들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공식 문서에 영국, 지브롤터,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해당 회사들의 "수익적 소유자"로 기재된 것은 카리모바의 남자친구 루스탐 마두마로프와 현재 카리모바 일당으로 알려진 다른 사람들이다. 수익적 소유자는 회사의 실질적 지배권을 가진 자를 가리키는 법적 용어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이름들은 카리모바의 대리인일 뿐이고 해당 회사들을 통해 수억 달러를 세탁됐다고 한다.

카리모바와 연결된 두 영국 회사 '패널리' 및 '오덴튼 매니지먼트'에 대한 회계 업무는 한때 런던의 뉴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위치했던 'SH 랜데스'가 담당했다.

2010년 7월 말 SH 랜데스는 다른 회사를 등록 또는 인수하려 했는데, 당시 목표는 약 4000만 달러(약 520억원)에 개인 제트기를 구입하는 것이었다. 그 수익적 소유자는 마두마로프로 지정됐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거래 배후에 카리모바가 있다.

카리모바가 소유했던 런던 메이페어 지역의 부동산. 중대비리수사청이 동결시켰다

당시 자금 출처에 대해 물었을 때 SH 랜데스는 "마두마로프의 개인적 부에 관한 질문은 이 상황과 무관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제트기 구입에 사용된 자금이 마두마로프의 개인 자금이 아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런던에 본사를 둔 SH 랜데스는 이후 마두마로프의 재산 중 일부가 우즈베키스탄에 본사를 둔 통신사 '우즈돈로비타'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당시 카리모바와 이 회사의 연관성을 두고 이미 의문이 제기된 상태였다. 러시아 영자신문 '모스크바 타임스'는 2004년 한 기사에서 카리모바가 가짜 송장을 사용해 '우즈돈로비타'에서 약 2000만달러(약 260억원)를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전 고문도 카리모바의 "공갈" 혐의를 비난했다.

보고서는 해당 거래가 고위험 지역인 우즈베키스탄과 연관된 고액 거래였던 만큼, SH 랜데스가 "강화된 실사"를 진행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금 출처가 합법적인지, 범죄 활동에서 파생된 수익이 포함되지 않았는지 철저한 배경 조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또한, SH 랜데스는 2012년 패널리의 재무제표를 제출했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카리모바의 측근인 당시 30세의 가야네 아바키안이 2013년 9월 해당 재무제표에 서명했다고 한다.

그 전년도에 BBC는 아바키안이 지브롤터 등록 회사 '타퀼란트'의 수익적 소유자라고 주장한 바 있다. 타퀼란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발생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사기 및 부패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회사다.

당시 스티븐 랜데스는 BBC를 향한 성명에서 "SH 랜데스는 굴나라 카리모바와 연관된 적이 없다. SH 랜데스는 루스탐 마두마로프를 대리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SH 랜데스는 모든 고객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으며 관련 규제당국에 꾸준히 정보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프리덤포유라시아의 톰 메인은 카리모바가 그렇게 많은 영국 부동산을 쉽게 사들인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카리모바의 은행 계좌와 부동산을 이미 동결한 다음 몇 년이 지난 2017년이 돼서야 영국 당국이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