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의 악몽’ 딛고 다시 사람들이 모이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

“악몽의 현장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은 물론 외지 관광객까지 찾는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요.”
지난 18일 오후 일본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시 와카바야시(若林)구 해안지역.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및 거대 쓰나미로 마을이 사라진 곳이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쓰나미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나고 주택 등이 완전히 사라진 아라하마(荒浜) 등 해안 지역 주민들을 고지대 등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켰다.
2022년 초까지도 썰렁한 공터로 남아있던 이 지역은 그해 4월 온천·식당·카페·농산물판매장·농장 등으로 구성된 복합시설인 ‘아쿠아이그니스(AQUAIGNIS)’가 문을 열면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복합시설 건설 사업은 민간업체인 센다이리본(주)에 의해 추진됐다. 업체 측은 이곳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온천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1000m까지 파 내려간 끝에 온천수를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3만2000㎡에 이르는 거대 부지에 새로운 시설이 생기자마자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온천에서 피로를 푼 손님들은 지역에서 생산된 식자재로 만든 요리 등을 즐긴다. 시설 측은 앞으로 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 착용 규제 등이 풀리면 연간 10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센다이리본(주)의 후카마쓰 쓰토무(深松努) 대표는 “이 시설은 약 250여명의 지역주민 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민들이 생산한 농수산물을 적극적으로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면서 “쓰나미로 어려움을 겪어온 시민들이 다시 힘을 내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센다이리본 측은 이 시설을 건설하는데 약 36억엔(약 342억원)을 투입했다.
일본 언론 등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완성한 이 복합시설 개발사업을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 복구 사업의 상징’으로 보도하고 있다.
아쿠아이그니스가 문을 연 이후 다른 해안지역 개발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역의 한 부동산개발회사는 ‘모두의 해안광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해안지역 공터에 카페 등 다양한 시민 편의시설을 짓는 것이 핵심이다. 이 부동산개발회사와 함께 올 10월 해안지역에 카페를 열 예정인 시미즈 미호(淸水美穗)는 “동일본대지진과 거대 쓰나미를 겪고 다시 일어선 시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미야기현 등은 향후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쓰나미를 막기 위해 센다이 해안 일대에 높이 7m, 길이 29㎞의 거대 제방을 새로 쌓은 데 이어 그 안쪽에 2차 제방 역할을 하는 도로를 새로 건설해 이곳이 새로운 지역 거점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정부와 마야기현·센다이시 등 지자체는 ‘그날의 기억’을 남기기 위한 사업도 펼치고 있다. 센다이시 등은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모든 것이 사라진 아라하마 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은 시설인 아라하마초등학교 건물을 ‘기억의 장소’로 남겨 놓았다. 부서진 건물 난간과 교실 천장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의 위력을 살펴 볼 수 있다.
또 다른 기억의 장소인 ‘센다이 3.11 메모리얼 교류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하나부치 미도리(75)는 “대지진 당시의 상황을 후세에 전함으로써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재해에 제대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1년 일본의 도호쿠(東北) 지역인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큰 지진이 발생한 이후 지역에 따라 높이 10m 이상(최대 높이 40.5m)의 거대 쓰나미가 발생했다. 이 지진과 쓰나미로 1만5900명이 숨지고, 2523명이 행방불명됐다. 센다이시가 있는 미야기현의 경우 954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가장 큰 인명피해를 입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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