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영어’에 더 뜨거워진 경쟁…대학별 ‘점수 환산법’ 꼼꼼히 따져라

오는 29일부터 3일간 2026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진행된다. 올해 정시모집은 가군(1월5~12일)부터 시작해 다군(1월21~28일)까지 이어진다. 지난 12일 기준 193개 대학의 정시모집 인원은 6만9272명으로, 전체 모집 인원(34만9289명)의 19.8%에 해당한다. 대학들은 전체 모집 인원의 10명 중 2명만 정시에서 선발하는 셈이다. 정시모집 선발 비율은 2024학년도(21.1%)와 2025학년도(20.4%)에 비해 감소했다. 수도권 대학의 정시모집 비율은 34.6%다.
올해 정시모집의 가장 큰 변수는 난도가 높았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올해 수능은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이 3.11%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만점자도 5명에 그치며 이른바 ‘불수능’으로 평가됐다.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시모집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수험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수험생이 대거 정시모집에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이과생의 사회탐구 응시 현상인 ‘사탐런’과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이 다시 3058명으로 줄어든 점도 정시모집의 변수로 꼽힌다. 의대 모집 인원은 2025학년도보다 1500명가량 줄었다.
연세대, 영어 1·2등급 점수차 5점
서강대는 0.5점으로 차이 적게 둬
대학별 기준 맞춰 유불리 계산을
이과생 ‘사탐런’영향도 고려해야
‘과탐 응시 가산점’ 주는 대학 늘어
올해‘무전공 전형’ 30곳 이상 증가
AI 관련 신설 학과도 눈여겨보길
수능 영어 반영 비율을 살펴보자
수능 영어 영역이 어렵게 출제됐던 만큼 대학별 영어 반영 비율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종로학원이 최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대·이화여대 등 서울 주요 10개 대학의 자연계·인문계 지원자의 영어 등급은 예년에 비해 0.2~0.6등급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능 영어 등급이 낮게 나온 경우 정시모집에서 영어 반영 비율이 낮고, 등급 간 점수 차가 크지 않은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등급제로 반영되는데, 대학마다 등급별로 부여하는 점수가 다르다. 예를 들어 연세대는 1등급 100점, 2등급 95점, 3등급 87.5점을 부여하는 반면, 서강대는 1등급(100점)과 2등급(99.5점), 3등급(98.5점) 간 점수 차가 매우 좁은 편이다. 영어 반영 비율이 같더라도 등급 간 점수 차이가 큰 대학들도 있다. 국민대와 숭실대는 모두 영어를 20% 반영하지만, 숭실대는 2등급(194점)과 3등급(186점) 간 점수 차가 8점으로 국민대(3점)보다 영향력이 크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와 아주대 역시 영어 반영 비율은 15%로 같지만, 2등급과 3등급의 점수 차는 아주대가 3점,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0.5점으로 차이를 보인다.

‘선택적 점수 반영’도 살펴보자
최근 정시모집에서는 과목별 수능 반영 비율을 선택적으로 두는 대학이 늘고 있다. 서강대는 올해부터 수능 영역별 가중치를 A형과 B형으로 나눴다. A형은 국어 36.7%, 수학 43.3%, 탐구 20%이며, B형은 국어 43.3%, 수학 36.7%, 탐구 20%다. A형은 수학 점수가 높은 학생에게, B형은 국어 점수가 높은 학생에게 유리한 구조다. 대학은 두 유형 중 지원자의 상위 점수를 자동으로 반영한다.
성균관대와 건국대, 동덕여대 등도 서강대와 유사한 점수 반영 비율을 두고 있다. 성균관대는 인문계열에서 A형(국어 40%·수학 30%)과 B형(국어 30%·수학 40%)으로 나눠 지원자의 상위 점수를 반영한다.
유형을 나눠 지원자의 점수 반영 비율을 조정하는 대학의 경쟁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가스터디는 “정시모집에서 이원화된 과목별 점수 반영 방식을 적용하면 기존 합격권뿐 아니라 특정 영역 성적이 우수한 학생까지 흡수할 수 있어 경쟁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사탐런’ 유불리를 따져보자
2026학년도 수능에서는 이과생의 사회탐구 응시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탐구 영역에서 사회탐구만 선택한 수험생은 전체의 60%에 달했다. 사회탐구 1과목과 과학탐구 1과목을 선택한 수험생까지 포함하면 사회탐구를 1과목 이상 응시한 비율은 77.1%다. 사회탐구에서 1·2등급을 받은 수험생 수도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자연계열에서 사회탐구를 선택한 수험생의 정시 지원이 대거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학과 모집단위에 따라 과학탐구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탐구 고득점 이과생이 반드시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려대·연세대·서울시립대는 3%, 성균관대는 최대 5%, 이화여대는 6%, 경희대는 4점의 가산점을 과탐 응시자에게 부여한다. 명지대·성신여대·순천향대(의예·간호)는 과탐 응시자에게 10%의 가산점을 준다.
수험생들은 사회탐구·과학탐구 응시 조합에 따라 유불리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함께 응시한 경우 과학탐구 2과목을 응시한 수험생보다 가산점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과학탐구 2과목을 응시한 수험생은 과학탐구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대학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등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무전공·신설 학과도 살펴보자
2025학년도부터 도입된 무전공 전형은 올해 30개 이상 대학에서 신설됐다. 세종대(첨단융합계열), 고려대 세종캠퍼스(과학기술자유전공학부·글로벌비즈니스) 등이 대표적이다. 무전공 전형은 유형1과 유형2로 나뉜다. 유형1은 보건의료·사범계열 등을 제외한 대부분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유형2는 계열 또는 단과대 내에서만 전공 선택이 가능하다.
인공지능(AI) 발전과 함께 신설되는 학과도 주목할 만하다. 2026학년도부터 서강대 반도체공학과, 성균관대 배터리학과·바이오신약규제과학과, 연세대 모빌리티시스템전공, 중앙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가 신설된다. 이들 학과는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가 아닌 일반 첨단학과로 운영된다.
유웨이는 “신설 학과는 입시 관련 데이터가 쌓여 있지 않는 게 특징이라 ‘유사 학과’를 지표로 삼아야 한다”며 “신설 학과와 커리큘럼이 유사한 기존 학과를 찾거나 비슷한 수준의 대학에 이미 개설된 동일 학과의 위치를 확인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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