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을"… 각종 의혹에 해체됐던 자율방범대 재개 논란

김혜지 2025. 5. 2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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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문제 연루됐던 A대장에 연락해
대원 모집 요청… 현수막 게시 안내도
A대장 등 탈퇴 회원 이름 일지에 '버젓이'
완주군 "보조금 내역 등 달라 지급 중단"
경찰 "대원 개개인 몰라" 뒤늦게 유예 검토
지난달 완주 지역 마을 곳곳에 자율방범대 남·여 대원을 모집한다는 문구와 전임 대장 A씨의 휴대폰 번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현수막은 옥외광고물 시행령에 따라 게시 기간이 지나 현재는 철거된 상태다. 독자 제공

근무 일지를 허위로 작성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활동 보조금을 부정 사용한 의혹을 받은 전북 완주 지역 모 자율방범대가 해체된 지 8개월 만에 재개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이 각종 의혹에 연루됐던 전임 방범대장에게 대원 모집을 요청한 게 발단이 됐다. 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자율방범대 관리 체계의 허술함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6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완주 지역 한 파출소는 지난해 자율방범대장을 맡았던 A씨에게 대원 모집을 요청했다. 해당 지역만 장기간 공백으로 둘 수 없어 A씨 등 자율방범대 전 간부 3명에게 대원 모집을 요청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현행 자율방범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상 읍·면·동 단위로 1개 조직(인구·면적 등 지역 여건에 따라 2개 이상 가능)을 구성하는 게 원칙이다. 경찰의 대원 모집 요청 이후 완주 지역 마을 곳곳에는 '○○○(지역명) 자율방범대 남·여 모집'이라는 문구와 A씨 휴대폰 번호가 적힌 현수막이 붙기 시작했다. 문제는 A씨가 지휘했던 자율방범대가 지난해 근무 일지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하고, 보조금을 여행 경비 및 회식비에 썼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해 9월 자진 해산했다는 점이다.

완주군에 따르면 A씨가 이끈 자율방범대는 근무 일지에 탈퇴한 대원들의 이름과 서명을 적어 마치 활동한 것처럼 속여 서류를 작성했다. 한눈에 봐도 글씨체는 유사했다. 여기에 근무 활동 시간과 보조금 사용 내역, 첨부된 영수증의 내용 등이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 완주군이 서류 보완을 요청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2분기(4~6월) 보조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시 A씨는 한국일보에 "명단 정리를 다시 해서 경찰에 전달했고, 여행은 개별적으로 비용을 내서 다녀온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전북 완주 지역 한 자율방범대 근무 일지에 탈퇴한 회원이 순찰 활동을 한 것처럼 이름과 서명이 적혀 있다. 독자 제공

각 지역 자율방범대는 조별로 매주 정해진 요일마다 야간 순찰 활동을 한 후 대원 이름과 서명, 활동 시간 등을 적은 근무 일지와 보조금 사용 내역 등을 관할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면 1인당 하루 기준 4,000원의 야식비를 비롯해 주유비, 전기세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대원 숫자에 따라 보조금 규모도 달라지는 셈이다. 완주 지역은 분기별로 통상 자율방범대 한 곳에 200여 만 원이 지급된다는 게 군 설명이다. 일각에선 경찰의 관리·감독 없이 자율방범대가 자율적으로 작성한 서류만 보고 활동비를 지급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원들의 책임감 결여로 이어지기 쉽고, 지역 안전을 위한 봉사라는 미명 아래 세금만 낭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완주군 관계자는 "자율방범대 구성부터 관리·감독 권한은 경찰에 있어 지자체 차원에서 대원들이 활동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작년에 해당 자율방범대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담당 직원이 여러 차례 점검을 벌였고, 제대로 방범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을 확인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A씨가 운영한 자율방범대는 지난해 9월 해체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경찰이 최근 A씨에게 자율방범대 구성을 위해 다시 연락하면서 진상 규명과 문책은커녕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문제를 흐지부지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관할 파출소 관계자는 "해당 지역 자율방범대를 다시 구성하기 위해 2019년부터 활동한 대원 명단을 확인했는데 큰 변동이 없었다"며 "누군가는 대원을 모집해야 하는데 내부 상황을 잘 모르니 간부급 대원을 중심으로 참여 의사를 물어봤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있어서 해당 자율방범대가 해체됐다고 들었지만 대원 개개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며 "상황을 인지한 만큼 해당 자율방범대 활동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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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2812580000043)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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