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수주 회복세지만…고민 많은 신성이엔지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며 클린룸 전문기업인 신성이엔지도 반등을 점치고 있다. 다만 신사업인 이차전지 드라이룸, 태양광 사업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2분기 적자전환한 신성이엔지는 삼성전자 평택 신규 팹인 4공장(P4) 등 그간 지연된 프로젝트를 재개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2일 신성이엔지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하반기 클린환경(CE) 사업에서 3000억원, 재생에너지(RE) 사업에서 100MW(메가와트)의 수주를 사업화할 방침이다. 신성이엔지는 이들 수주가 올해 말까지 모두 매출에 반영돼 실적이 본격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성이엔지는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제조 공간에서 공기청정도를 제어하는 클린룸이 주된 사업이다. 반도체 클린룸과 이차전지 생산시설의 드라이룸을 비롯해 공동주택용 에어샤워(퓨어게이트) 등 공기정화설비 전반이 사업 영역이다.
반도체 클린룸에서는 신성이엔지가 압도적인 1위다. 신성이엔지의 추산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클린룸 시장 점유율은 이 회사가 1위로 약 60%를 차지한다.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설투자(CAPEX)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다.
실제로 신성이엔지는 반도체 업황이 부진해지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신성이엔지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765억원, 영업이익 73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3.19%, 영업이익은 65% 감소했다. 삼성전자 등 고객사들이 CAPEX를 보수적으로 관리하면서 투자 계획이 연기, 취소된 영향이다. 올 상반기에도 실적부진이 이어졌다. 신성이엔지는 올 상반기 매출 2794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0.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61% 감소했다. 특히 2분기 기준으로는 매출 1453억원, 영업손실 26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다행인 점은 반도체 업황이 최근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의 반도체 재고가 해소되고 수출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8월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11.4% 증가한 579억달러(약 77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이 중 국내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전체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19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8.8%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올 4월부터 4개월 연속 50% 이상을 유지해왔다.
문제는 신사업인 이차전지와 태양광이다. 전기자동차 업황 부진으로 이차전지 드라이룸 사업 전망이 좋지 않은 데다 태양광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이에 이차전지 시장을 겨냥한 신성이엔지 해외법인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성이엔지는 현재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3곳(베트남·인도), 미국, 중국, 유럽(스페인·중국·폴란드) 등에 법인을 두고 있다. 대부분 반도체 클린룸, 이차전지 드라이룸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차전지의 비중이 높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등 주요 해외법인은 올 상반기 자본잠식, 적자전환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성이엔지 말레이시아법인은 올 상반기 자본이 마이너스로 전환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흑자였던 중국법인은 올 상반기 2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한편 신성이엔지는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연내 흑자전환하는 한편,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힘쓸 계획이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상반기 이차전지 시장의 침체로 말레이시아, 중국 등 해외법인에도 악영향을 미쳤지만 연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레거시 반도체, 이차전지 고객사 외에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삼성전자 평택 P4 단계별 수주가 진행되고 있고, 말레이시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2차도 수주해 현재 진행 중"이라며 "태양광 사업은 3분기 흑자전환하는 등 기존 사업, 신사업에서 모두 연내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