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경험'으로 나아가는 직방과 '스마트홈' 사업 의미

안성우 직방 대표가 22일 직방 리브랜딩 미디어데이에서 회사의 새로운 슬로건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직방) 

직방이 회사 로고를 교체하고 세계 최초로 삼성페이가 연동되는 디지털 도어록 제품을 출시했다. 그간의 서비스가 '집을 찾는 경험'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집을 사는 경험'에 중점을 두겠단 방침이다. 디지털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 스마트홈 파트너로서의 정체성을 더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직방은 22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직방 리브랜딩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직방의 새 슬로건 'Beyond Home(집 너머)'을 공개하고 스마트홈 사업 비전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슬로건은 새 로고에 담겼다. 기존 로고가 전형적인 부동산 서비스를 떠올리게 했다면 새 로고는 집 모양 아이콘에 '확장'을 의미하는 타원을 얹었다. 프롭테크(부동산+기술) 기반으로 주거 경험을 무한히 확장하겠단 의미다. 또 로고 내 한글명 '직방'은 'zigbang'으로 변경해 글로벌 스마트홈 진출 의지도 강조했다.

기존 직방 로고(좌)와 새로운 로고의 디자인 차이. (사진=직방)

이날 현장에서는 세계 최초로 삼성페이와 연동되는 스마트 도어록(모델명 SHP-R80)이 공개·시연됐다. 직방이 지난 7월 삼성SDS의 홈IoT 부문을 인수한 이후 만들어낸 첫 결실이다. SHP-R80에는 초광대역(UWB) 기술이 접목돼 삼성페이 디지털키를 발급받은 스마트폰을 근처에 가져가면 문을 자동으로 열 수 있다. 스마트폰+UWB 기반 잠금해제는 현재 일부 고급 승용차에 탑재되는 기능인데 이를 도어락에도 접목한 것.

이 기능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낼 필요도 없이 문을 열 수 있다. 몰래카메라 촬영에 의한 비밀번호 탈취 범죄에서도 안전하다. 게다가 삼성페이는 3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84%(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 이르는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대부분에 탑재된 간편결제 플랫폼이다. 기능 접근성 또한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직방은 홈 컨트롤러 서비스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홈이 구축된 집은 주로 댁내에 설치된 월패드로 가전을 제어하지만, 직방이 개발하는 서비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연동해 집 밖에서도 제어가 가능한 형태다. 앞서 2021년에는 공동주택 관리 플랫폼 기업 '모빌'을 인수해 100세대 이하 빌라·원룸 등 관리 사무소를 두기 어려운 주거 환경에서 무인·원격 관리사무소 역할을 제공하는 건물관리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안 대표가 삼성페이 디지털 키가 입력된 기기를 주머니에 넣고 도어락에 접근하자 잠금이 자동으로 해제되는 모습이 시연됐다. (사진=이건한 기자)  

직방이 집을 사는 경험으로 나아가는 이유

이 같은 제품과 서비스 출시는 직방의 사업이 부동산 중개와 더불어 스마트홈 서비스로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2012년 출시된 직방의 첫 서비스는 디지털 환경에서 젊은 1인 가구를 타깃으로 원룸 매물을 중개해주는 것이었다.

이후 2015년부터 아파트 매물 중개와 신축분양에 집중했으며 2018년에는 아파트 실거래가 확인 플랫폼 '호갱노노'를 인수해 경쟁력을 더했다. 더불어 직방은 편리한 디지털 부동산 거래 지원을 위해 △정교한 3D 매물 확인 서비스 △전문 중개사와 24시간 비대면 상담이 가능한 '중개 라이브' △매도자를 위한 부동산 컨설팅 등의 특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여기까진 전형적인 부동산 중개거래 플랫폼의 사업 형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트렌드와 소비자 수요가 변화하며 직방의 사업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이날 "과거엔 좋은 집의 기준이 주로 입지에 있었다면 최근 소비자들은 집의 기능에 집중한다"며 "아이폰과 테슬라 이후 핸드폰과 자동차의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기능이 중요해진 것처럼, 주거에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직방도 단순 중개를 넘어 집 구매 후에도 더 편리한 거주까지 돕는 홈 디지털화 매니지먼트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새 슬로건을 Beyond Home으로 정한 일환이다.

불안정한 시장 환경도 직방의 변화를 촉구한다. 부동산은 규제와 경제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다. 국내만 하더라도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금리 인상 여파로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는 등 확연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의 침체는 단순히 좋은 중개 기술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또한 중개는 보통 집을 살 때 일회성 서비스와 수익화로 마무리된다.

반면 주거 관련 서비스에는 연속성이 있다.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도 자신이 사는 환경에 대한 편익 개선 욕구는 존재한다. 이미 거주지를 보유한 잠재적 고객층도 넓다. 직방을 통해 편리하게 집을 구한 사용자에게 직방의 스마트홈 기기, 서비스 등을 제공하게 되면 수익 창출의 기회도 확대된다.

이처럼 집의 기능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수요 대응과 부동산 시장의 한계를 돌파해야 하는 사업적 과제의 측면에서도 직방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구석이 있다. 안 대표는 "집을 찾는 경험에서 집에 사는 경험까지 기술로 주거의 경험을 혁신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장 성장세, 매출 모두 안정적...변화의 '청신호'

사업의 기회, 매출 전망은 밝을까? 안 대표는 국내 부동산의 특징에 집중했다. 단독주택이 많은 미국 등 해외와 달리 국토가 작은 한국은 대단지 아파트 형태의 부동산 공급이 많으며, 하나의 사업지에서 홈IoT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 규모도 크다.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한국민의 특성상 적용 사례를 만드는 일도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직방은 우선 국내에서 관련 경험을 쌓은 후 글로벌에서는 B2B(기업간거래) 형태로 스마트홈 사업을 확장하겠단 계획이다.

스마트홈 시장의 기존 경쟁 기업이 적지 않지만 시장이 아직 성장 단계에 있음을 고려해도 직방에는 기회가 남아 있다. 한국스마트산업협회가 2021년 발간한 '국내 스마트홈 산업 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홈 시장은 2019년 약 71조원에서 2023년 10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2025년까지 연평균 8.4%의 높은 성장률도 예견됐다.

스마트홈 기기 사업의 경우 이미 시장에 안착한 삼성SDS의 사업 부문을 인수함으로써 경쟁력과 매출 양면에서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 안 대표에 따르면 직방이 인수한 삼성SDS 홈IoT 사업 부문의 도어락·월패드 제품은 인수 당시부터 이미 홍콩 50%, 아시아 등지에서 30%, 국내 1위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 충분한 수준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의 홈IoT 사업부문 매출은 최소 연간 1000억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직방이 지난해 달성한 연매출 558억원을 상회한다. 즉, 막대한 신규 매출과 새로 확보된 국내외 시장이 직방의 변화를 촉진할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일명 '직방금지법'으로 불리는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논의는 대대적 변화를 모색 중인 직방에 복병으로 꼽힌다. 모든 공인중개사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한공협을 법정단체로 인정, 중개시장 관리와 시장 교란 감독 권한을 부여한다는 이 법은 현재 시장에서 직방을 비롯한 부동상 중개플랫폼 사업의 위협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플랫폼 업계는 이 법이 통과될 경우 한공협이 저렴한 수수료 등 다양한 소비자 혜택을 제공하는 프롭테크 기업들을 압박하고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직방도 이날 첫 매물 거래의 중개 수수료를 5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처음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안 대표는 이날 "최근 경기가 안 좋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줄고 있는데, 그런 이슈(직방 금지법)까지 있어 더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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