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우주 기업들이 2030년까지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중국을 앞서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달 탐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데 이어 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모든 기술을 달 착륙선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1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팟캐스트와 사내 회의에서 달 기지인 ‘문베이스 알파’ 건설과 달에 위성 발사 장치를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스페이스X는 해당 기지를 통해 최대 100만개의 위성으로 구성된 인공지능(AI) 컴퓨팅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머스크는 2022년 스페이스X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화성 이주 계획을 강조해왔다. 불과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무인 우주선 스타십을 화성으로 발사하길 바라며 달을 “주의를 분산시키는 요소”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달을 전략적 요충지로 삼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머스크는 지난 8일 소셜미디어(SNS) X를 통해 “스페이스X는 화성에도 도시를 세우기 위한 준비를 이어갈 것”이라며 약 5~7년 내 첫 단계에 착수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인류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일이며 그 관점에서 달이 화성보다 더 빠른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또 달에 “스스로 성장하는 도시”를 건설하고 달 표면에서 AI 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페이스X는 AI 컴퓨팅을 우주로 확장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달 초 머스크의 AI 기업인 xAI를 인수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가 올해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을 상대로 스페이스X가 우주 산업의 지배적 기업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루오리진 역시 최근 몇 주 동안 달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예정된 무인 달 탐사를 앞두고 자원을 재배치하기 위해 준궤도 우주 관광 사업을 중단하고 달 착륙선인 블루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베이조스는 머스크가 달 탐사 전략에 대한 SNS 글을 올린 이후 자신의 계정에 느리지만 꾸준한 거북이가 빠르지만 충동적인 토끼를 이긴다는 이솝 우화를 떠올리게 하는 흑백 거북이 이미지를 게시했다. 이 우화를 바탕으로 한 블루오리진의 모토는 “한 걸음씩, 그러나 담대하게”다.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는 NASA로부터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아 달 착륙선을 개발 중이며 NASA는 이를 활용해 스타십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유인 달 착륙을 추진할 계획이다.
NASA는 1969년 최초로 인간의 달 착륙에 성공했고 1972년 종료된 아폴로 프로그램을 통해 총 12명의 미국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을 걸었다. NASA는 달 복귀를 향후 화성 탐사를 위한 준비 단계로 보고 있다. 또 2030년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중국과의 우주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기업들에게 개발 속도를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블루오리진이 올해 추진하는 무인 달 탐사는 향후 우주비행사 착륙을 위한 사전 단계이자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의 일환으로 이뤄진다. 해당 프로그램은 스페이스X의 스타십에도 크게 의존하고 있다. 블루오리진의 달 착륙선은 지난주 텍사스에 있는 NASA 존슨우주센터로 이송돼 발사를 위한 핵심 개발 단계인 열 및 진공 테스트를 진행했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 로켓은 2023년 이후 11차례 발사됐으며 이달 안에 업그레이드된 시험 비행을 앞두고 있다. 달 착륙선 역할을 하는 상단부는 2028년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을 달 착륙선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궤도상 연료 보급 기술 시험, 달의 거친 표면에 안정적으로 착륙하는 기술 확보 등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전 NASA 유인 우주 운영 부문 책임자이자 현재 스페이스X의 텍사스 스타십 개발 시설을 감독하는 캐시 루더스는 머스크가 달에 더 집중하면서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간 경쟁이 심화될 수 있고 이는 NASA의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머스크가 최근의 발언을 하면서 스페이스X는 이제 달 복귀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머스크와 베이조스 간의 경쟁 심화로 산업 전반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달 탐사 기업 루나아웃포스트의 저스틴 사이러스 CEO는 “이번 주에만 20명의 투자자가 연락해왔다”며 “지난 2년간 투자자들 사이에서 달 산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고 머스크의 발표로 그 흐름이 더욱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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