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규 HDC 대표이사 회장
1,280만 주 947억 원 규모 처분
현재 가치 1조 5,000억 원 수준
최근 삼양식품 주가가 장 중 한때 100만 원을 돌파하면서 ‘황제주’에 등극한 가운데 HDC 정몽규 대표이사 회장이 쓴웃음을 짓고 있다. 이는 그가 지난 2019년 보유하고 있던 삼양식품 지분을 모두 매각했기 때문이다. 정몽규 회장이 현재까지 삼양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추정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삼양은 불닭볶음면으로 시작한 면 브랜드 ‘불닭’의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주가 역시 끌어올려진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8분 현재 삼양식품은 전 거래일 대비 1만 5000원(1.51%) 내린 97만 8,000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장중 약세로 돌아섰으나. 개장 직후 주가가 한때 100만 1,000원까지 치솟았다. 실제로 주가가 장중 100만 원을 터치한 것은 상장 후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전 세계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는 삼양의 불닭이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면서 올해 들어 ‘황제주’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 온 바 있다. 이는 불닭 브랜드가 월드 스타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즐겨 먹는 제품으로 꼽히며 전 세계 팬덤에 제품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매운맛에 도전하는 ‘불닭 챌린지’가 확산해 해외에서 입지를 굳힌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삼양식품의 수출실적 호조가 이어진 것이다. 더하여 증권가는 최근 들어 삼양식품 실적 추정치도 계속 상향 조정한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양식품의 매출액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4,982억 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045억 원으로 확인됐다.
DS 투자 증권 장지혜 연구원은 “우호적인 환율 영향 속 전분기에 이어 수출 실적 개선세가 전체 수익성 개선을 견인할 것”이라며 “작년보다 중국과 미국, 동남아, 유럽 수출이 늘어 또 한 번 분기 수출 실적 최고치를 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의 해외 실적 비중이 지난해 1분기 75%에서 올 1분기 80%로 늘 것“이라며 “불닭 브랜드의 전 세계적 인기와 생산능력(CAPA) 확장으로 해외 실적 개선세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삼양식품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 나가고 있는 가운데 과거 삼양식품의 지분을 대거 보유했던 정몽규 회장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2019년 그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삼양식품 주식 전량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故 정세영 명예회장 당시부터 14년간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며 HDC현대산업개발을 통해 보유해 왔던 삼양식품 주식 전량(보통주 1,280만 주·947억 원 규모)을 박현주 회장의 미래에셋대우에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재계에서는 대한민국 국적기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미래에셋대우와 손잡은 HDC로서는 인수 자금으로 최대 2조 원에 가까운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는 보유하고 있는 삼양식품 지분 전량인 127만 9,890주를 모두 처분하기로 이사회를 통해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삼양식품의 지분 17%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자리 잡았던 HDC가 전액 처분을 결정함에 따라 주주 순위가 바뀌게 됐다.
아울러 당시 HDC는 삼양식품의 종가(7만 7,800원)에서 할인율 5%를 적용해 주당 7만 4,000원으로 매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규모는 총 947억 원에 달한다.
정몽규 회장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실탄 마련을 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HDC의 아시아나 인수는 결국 실패했다. 즉, 아시아나 항공의 인수도 실패하고 삼양식품의 지분까지 모두 매각해 버린 정몽규 회장에게 ‘황제주 등극’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몽규 회장이 지분을 팔지 않고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었다면 추정 가치는 얼마나 될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오전 10시 삼양식품의 주가는 전장 대비 0.69% 하락한 113만 6,000원으로 확인됐다.
앞서 삼양식품은 지난 16일 사상 최대 분기 실적 발표와 더불어 주가가 치솟아 118만 원에 장을 마감해 황제주에 등극한 바 있다. 정몽규 회장이 보유했던 지분 1,280만 주를 현재 시세에 대입하면 약 1조 4,535억 7,704만 원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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