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추천 여행지

평화로운 강가를 따라 걷는 한적한 산책길, 그 위에 놓인 오래된 철교는 처음엔 그저 고즈넉한 풍경의 일부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다가갈수록 그 철교 위에 새겨진 깊은 흔적들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님을 알려준다.
전쟁의 포성이 울려 퍼졌던 순간, 다리는 단절과 연결의 상징이었고 생과 사의 경계였다. 경상북도 칠곡에 위치한 ‘호국의 다리’는 한국전쟁의 치열했던 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장소다.
지금은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산책길이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당시의 긴박했던 공기가 남아 있다. 여름철, 특히 광복절을 앞두고 있는 8월에 이 다리를 찾는 이유는 단지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한 철교가 70여 년 전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직접 마주하는 경험은 분명 특별하다.

의미 있는 역사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칠곡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전쟁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호국의 다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호국의 다리
“포격 흔적·절단면 그대로, 칠곡 평화분수·수도원 산책길 연계 가능”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에 위치한 ‘호국의 다리’는 공식 명칭보다 ‘칠곡 왜관철교’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05년 일제가 군용 목적의 단선 철도로 건설한 이 철교는 한국 근대 철도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구조물이다.
6·25 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하기 위한 유엔군과 북한군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장소였고, 결국 남진을 막기 위해 철교 일부는 직접 폭파되었다.
현재 이 다리는 복원되지 않은 폭파 지점을 그대로 남겨두고 있어 그 자체로 전쟁의 흔적을 보여주는 상징물이 됐다.

철교 상부에는 포격으로 인한 파편 자국과 파손된 철재 구조물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건설된 지 10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보존 상태는 양호하다.
단순한 교통 시설을 넘어, 교량사적·철도사적 가치 모두를 인정받아 2008년 10월 1일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다른 지역의 복원 철교들과 달리, 이곳은 없는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전쟁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수 있는 장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다리 아래에는 칠곡평화분수가 설치되어 있어 날씨가 좋은 저녁 시간에는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움직이는 분수 쇼를 관람할 수도 있다. 역사적 의미와 함께 감각적 체험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역사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인근에는 왜관 성베네딕도 수도원부터 시작해 관호산성 둘레길로 이어지는 걷기 코스도 마련돼 있다. 짧은 산책으로 다리와 주변 풍경을 둘러보거나 천천히 둘레길을 따라 하루 코스로 묶어 여행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호국의 다리는 별도의 입장료 없이 상시 개방되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자가용 이용객을 위한 주차 공간도 마련돼 있어 접근성도 우수하다.
역사적인 장소를 가볍게 걸으며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더운 여름철에도 부담 없는 일정 구성이 가능하다. 전쟁을 기억하고 평화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칠곡 ‘호국의 다리’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