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돈 후안’의 최후… 급성 각성제 중독 미스터리

노자키 고스케(오른쪽)와 스도 사키. 아사히신문

 
재력을 앞세운 복잡한 여성 관계로 중세 유럽 전설의 바람둥이 '돈 후안'이라는 별명을 가진 70대 일본 사업가의 사망 사건을 둘러싼 재판이 지난 12일 열렸다. 이 사건은 일본 사회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특히 피해자와 피고인 간의 복잡한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앞서 사망한 사업가는 노자키 고스케(당시 77세)로, 그는 2018년 5월 급성 각성제 중독으로 사망했다. 이날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노자키의 전처인 스도 사키(28세)는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첫 공판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스도는 "저는 사장님(노자키)을 죽이지 않았고, 각성제를 섭취하도록 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스도의 변호인은 재판부에 "스도가 치사량의 각성제를 노자키에게 먹일 수 있었는지, 그리고 노자키가 스스로 각성제를 마시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검찰 측이 입증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또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스도의 범죄 혐의를 증명할 증거가 없다면 무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자키는 생전 자신을 '기슈의 돈 후안'이라고 자칭할 정도로 소문난 바람둥이였다. '기슈'는 일본의 와카야마현과 미에현 남부를 지칭하는 지역명을 의미하며, '돈 후안'은 17세기 스페인 전설에 등장하는 호색한 캐릭터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고철 수집과 방문 판매를 통해 돈을 모으기 시작했으며, 이후 주류 판매와 부동산 투자로 사업을 확대하여 고액 납세자 명단에 오를 정도로 자산가가 되었다.

그는 자서전에서 "자신의 욕망은 성욕뿐"이라며 "돈을 버는 것은 미녀와 성관계하기 위해서"라는 신념을 드러냈다. 자서전에는 "기슈의 돈 후안, 미녀 4000명에게 30억 엔을 바친 남자"라는 제목이 붙어 있으며, 그의 삶과 여성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노자키는 2017년 하네다 공항에서 스도를 처음 만났고, 넘어지려던 그를 스도가 도와주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그는 55세 연하인 스도에게 "마지막 여자가 돼 주겠냐"며 청혼했고, 2018년 2월 8일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 3개월 만인 5월 24일, 노자키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사인은 급성 각성제 중독으로 확인됐다.

당시 스도와 가정부가 침실 소파에 알몸으로 쓰러져 있는 노자키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에는 여러 대의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사망 당일 저녁부터 노자키가 숨진 채 발견된 시각까지 출입한 이들이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3년 가까이 수사를 진행한 뒤, 2021년 4월 28일 스도를 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스도는 노자키 사망 약 2개월 전부터 인터넷에서 '완전 범죄 약물', '각성제 과잉 섭취' 등을 검색한 기록이 있으며, 사망 한 달 전에는 밀매사이트를 통해 치사량에 해당하는 각성제를 주문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노자키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그와 함께 있던 사람이 스도뿐이었다고 주장하며, 스도가 노자키의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각성제로 살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자키의 유산은 약 15억 엔(약 141억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내였던 스도에게 상속권이 있지만, 스도가 살인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상속인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재판에서는 노자키의 회사 관계자 등 28명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며, 이 사건은 일본 사회에서 많은 논란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