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극 총잡이가 총보다 먼저 준비하는 건?”…애드립으로 대학로에서 살아남다, ‘웨스턴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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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극의 총잡이들이 대학로 무대에 올라오면 총보다 먼저 장전하는 것 있습니다.
요즘 서울 대학로 공연장에서 조용히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소 규모의 뮤지컬이 하나 있는데 바로 '웨스턴 스토리'입니다.
'웨스턴 스토리'의 웃음을 책임지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배우들의 '애드리브'입니다.
그만큼 관객들 입장에선 배우마다 나오는 애드리브가 다를 것으로 기대하게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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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극의 총잡이들이 대학로 무대에 올라오면 총보다 먼저 장전하는 것 있습니다. 바로 애드리브입니다.
요즘 서울 대학로 공연장에서 조용히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소 규모의 뮤지컬이 하나 있는데 바로 '웨스턴 스토리'입니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작품인데요.
미국 애리조나 황야의 '다이아몬드 살롱'에 초보 현상금 사냥꾼 제인 존슨과 총잡이 빌리 후커 등이 한꺼번에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습니다.
2022년 초연, 2024년 재연된 작품으로 성종완이 대본과 작사·연출을, 김은영이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설명하려면 줄거리보다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같은 공연인데도 매일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죠.
'웨스턴 스토리'의 웃음을 책임지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배우들의 '애드리브'입니다. 상대 배우가 던진 한마디를 받아치고 예상하지 못한 몸짓에 또 다른 배우가 즉석에서 반응하면서 정해진 장면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관객들 사이에서 이 작품을 두고 '총잡이 대결'이 아니라 '애드리브 대결'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니까요.
그래서 한 번 본 관객이 다른 배우 조합으로 다시 공연장을 찾을 이유가 생기는 겁니다. 오늘의 빌리와 내일의 빌리가 다르고 같은 빌리라고 해도 상대역이 바뀌면 웃음의 타이밍과 장면의 온도까지 달라집니다.

요즘 공연계가 중요하게 여기는, 이른바 'N차 관람'(한 작품을 여러 차례 관람하는 것)에 유난히 잘 맞는 작품인 셈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자유분방함을 가능하게 하는 원작의 구조입니다.
'웨스턴 스토리'의 스토리 뼈대는 놀랄 만큼 단순합니다. 현상금을 노리고 사람들이 살롱에 모이고 서로 정체를 속이고 속으면서 사건이 꼬입니다.
등장인물의 목적 역시 비교적 명료합니다. 복잡한 서사나 거대한 세계관으로 관객을 끌고 가는 작품은 아닙니다.
약점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이 단순함이 배우들에게 넓은 공간을 내주고 있는 겁니다.

대본이 모든 웃음을 완성해 놓았다기보다 배우들이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 놓았다고 보는 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같은 대사도 누가 어떤 표정과 호흡으로 던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장면이 되고 배우들은 노래와 춤, 코미디 연기와 순발력까지 총동원해 145분을 채웁니다.
현재 공연 역시 주요 배역을 조영화, 정욱진, 송원근, 최수진 등 여러 배우가 나눠 맡는 멀티캐스트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공연들도 이런 멀티캐스트 방식을 채택하지만 대부분 핵심 주·조연 역할만 2~3명이 나눠 맡는 방식인 데 비해 이 작품은 거의 모든 역할을 여러 배우가 나눠 맡는 방식이라 조금 다릅니다.
그만큼 관객들 입장에선 배우마다 나오는 애드리브가 다를 것으로 기대하게 만드는 거죠.
하지만 이런 방식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촘촘하게 짜인 드라마를 기대한다면 이야기가 헐겁다고 느낄 수 있고, 애드리브가 길어지는 순간 극의 흐름이 잠시 멈출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웨스턴 스토리'는 그 위험까지 공연의 재미로 끌어안습니다. 완벽히 통제된 무대보다 배우와 관객이 그날 함께 만들어내는 '라이브성'을 과감하게 선택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 특성은 대신 SNS 시대에는 강력한 무기로 활용됩니다.
짧은 애드리브 한 장면,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 캐릭터까지 주고받는 한마디가 그대로 쇼트폼 콘텐츠가 됩니다. 작품의 매력을 긴 줄거리로 설명하지 않아도 짧은 영상 하나만으로 웃음의 성격이 전달될 수 있다는 게 장점이 되는 거죠.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이 재미있는 순간을 이야기하고 다른 캐스트의 장면을 궁금해하고 다시 공연장을 찾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입니다.
이 작품이 엄청난 대작들이 항상 걸려 있는 대학로에서 살아남는 방식입니다.
이 작품의 오리지널 대본을 꼭 한 번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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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기자 (kshsg8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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