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선 왜 한글을 안 알려줄까 [김유나의 풀어쓰는 교육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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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놀이중심 따라 직접적 교육 금지
부모들 “취학 직전엔 가르쳐야” 입장
누리과정, 교육격차 야기 수단 우려도
“오늘 뭐 했어?” 올해 한국 나이로 6살인 아이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자녀를 유치원·어린이집에 보낸 부모는 아이가 종일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합니다. 기관에서 보내 준 사진 속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 있기도 하고,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언뜻 보면 큰 의미 없이 노는 것 같지만, 이런 활동도 모두 미리 짜인 커리큘럼 틀 안에서 계획된 것들입니다. 국가가 만든 5∼7세(만 3∼5세)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입니다.
현장 분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실제 초등학교 교사에게 물어보면 입학생 중 글을 읽지 못하는 비율은 10∼20%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입학 전 한글을 어느 정도 익혀야 학교생활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 한글 수업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학년 수학 교과서는 ‘수 세기’부터 시작하는데, 당장 숫자 ‘1’과 글자 ‘하나·일’을 연결하라고 요구합니다. “빨간 공책은 위에서 몇 번째일까?”란 문장형 문제도 있습니다. 문제를 읽는 아이와, 교사가 읽어주는 것을 귀로 듣기만 하는 아이의 학습 환경이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기관에 따른 편차가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국공립유치원은 누리과정을 충실히 따라 한글 교육을 하지 않는 반면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원장·교사 재량에 따라 한글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여력이 되는 아이들은 사실 어느 기관에 다니든 큰 상관이 없습니다. 집에서 알려주거나 사교육에 맡기면 되니까요. 하지만 따로 배울 형편이 안되는 아이들은 어떨까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의견을 전달하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 시기 아이들은 학습보다 놀이중심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과학적 기반이 있다. 학부모 판단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는 “학부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한글 교육을 걱정하는 부모는 ‘전문가 의견을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니 오히려 부모를 교육해야 한다는 얘기였죠. 하지만 저는 이 부총리야말로 현장 걱정을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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