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대규모 통신 조회, 무너지는 법치주의

검찰이 정치인·언론인 통신자료를 대규모로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계 인사들은 지난 2일 검찰 콜센터 번호로 '통신이용자 정보제공 사실 통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가 지난 1월 4일 통신 이용자 가입 정보를 조회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였다. 조회 대상자들은 수사기관이 권력을 오남용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해 9월부터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전현직 언론인 간부가 허위 보도로 윤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오는 중이다.

문자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외에 추미애 의원 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이름을 공개했다. <경남도민일보>, <한겨레>, ,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자유언론실천재단,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등 언론계와 언론 관련 단체 전현직 임직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통신 조회에 사후 통지 절차가 의무화됐다.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의2는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을 받은 검사,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은 통신이용자 정보를 제공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서면 또는 문자메시지 등 전자적 방법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테러, 증거인멸, 도주,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는 자, 국가와 공공 안전보장이 위태롭거나, 피해자에게 위협이 되는 경우 등은 예외를 뒀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7개월이 지난 8월 2일에야 사실을 통보했다. 검찰이 법을 위반한 것이다. 국가 안보를 위협한 사실도 없는 선량한 시민들의 정보까지 수집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 사회를 실현하려면 검찰의 정치인, 언론인 사찰에 대해 엄중한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