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 북중미 월드컵, 누구를 위한 축제일까
세계인 축제 월드컵 개최할 자격 있나

2026 북중미 월드컵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이번 대회는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월드컵은 세계인의 축제다. 승리해야 한다는 단순한 스포츠 대회를 넘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상대를 존중하고 화합하는 '스포츠정신'을 공유한다. 이번 월드컵의 슬로건인 '위 아(WE ARE) 26' 역시 전 세계인이 함께하고 하나로 연결되는 고유한 경험, 그리고 누구나 월드컵을 즐기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의 개최국 미국의 행보는 월드컵이 추구하는 가치와는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선된 직후부터 폭력적인 이주 단속을 하며 이주민을 내쫓고 그들의 인권을 짓밟아 오고 있다. 그리고 현재 중동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비극의 배후에는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이자 분쟁의 핵심축인 미국이 존재한다. 현재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한 군사적 행동으로 매일같이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고 있으며, 수만 명의 난민이 발생해 삶의 터를 잃고 있다. 폭탄과 각종 무기로 누군가의 목숨과 삶을 파괴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월드컵이라는 세계 축제를 내세워 평화와 화합을 위한다며 축포를 쏘아 올리는 이 같은 행위는 미국의 위선과 월드컵의 모순을 보여준다. 전범국가로서의 책임은 회피한 채 화려한 스포츠 무대에서 보여줄 미국의 예견된 행보는 전쟁으로 피해를 본 수많은 희생자에 대한 명백한 다른 가해이자 세계 축구 팬들에 대한 기만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보이는 폭력적인 이민 정책과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각종 발언 등 미국의 대내적인 행보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 중 하나다. 월드컵은 다양한 국적과 문화가 어우러져 다양성을 존중하는 축제로 불리나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보여준 이민자에 대한 배타적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는 과연 이 축제가 지향하는 가치와 부합하는지 의문을 남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등록 이민자에 대한 강제 단속과 추방을 추진하며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주방위군까지 동원해 무력으로 탄압하고 있다. 그 무력 속에서 누군가는 목숨을 잃기도 했다. 또한, 특정국에 대한 비합리적인 입국 제한, 그리고 높게 솟은 국경 장벽은 미국의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정책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누구나 월드컵을 즐기기를 바란다'라는 의미에서 'WE ARE 26'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실상은 '누구나'가 아닌 그들이 '선택한 자'에 한해서만 월드컵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이 허락한 'WE'는 과연 누구일까. 자신들이 허락한 '우호국'과 대회에서 막대한 자본을 지원한 스폰서, 자본가들이 아닐까.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번 대회가 개최된다면 '누구나' 즐기는 축제가 아닌, 미국이 '선택한' 자들만의 파티로 변질 될 것이다. 과연 미국이 월드컵을 개최할 자격이 있을까. 전쟁의 포화 속에서 목숨을 잃은 아이들, 무자비로 쏟아지는 폭격 속에 집을 잃은 난민들, 높은 국경 장벽 앞에 무릎 꿇은 이주민들에게 이번 월드컵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겠는가. 꿈과 희망의 축제라 불리는 월드컵이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빼앗는 땅 위에서 개최된다면 이 축제는 결코 꿈과 희망의 무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조은성 청년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