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인 환자’ 사망에 입 연 양재웅···“환자 사망 죄송, 의도적 방치는 아냐”
지난 5월 27일 30대 여성 환자 사망
양재웅 “사건의 본질은 펜터민 중독”
방송인 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웅(42) 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환자가 사망한 가운데, 양씨가 “의도적 방치는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19일 양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너무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일이다. 병원장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이번 사망사고에 대해 치우친 시선으로 일반화해서 결론짓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환자를 방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병원장인 제 입장에서 봤을 때는 ‘방치’라는 표현은 직원들 스스로 본인들이 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게으르게 환자를 돌봤다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많은 거 같다. 그러나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부인했다.
앞서 지난 5월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양씨가 운영 중인 W진병원에 내원했던 30대 여성 A씨가 입원 17일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사망 전날인 26일 오후 7시께 병원 내 안정실에 홀로 격리됐고, 이후 A씨가 저항하자 의료진은 사망한 날 약 2시간가량 그의 손과 발, 흉부를 침대에 묶는 강박 조처를 실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A씨의 추정 사인은 ‘급성 가성 장폐색’이었다. 이에 유가족은 A씨의 사망 후 양씨 등 의료진 6명을 유기치사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날 보도에서 양씨는 “병원 쪽의 과실을 인정하는가”라는 질문에 먼저 사죄의 뜻을 밝힌 뒤 “응급 상황에서 처치를 비롯한 시스템적 측면과 환자 상태를 놓친 부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반성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수 있도록 검토, 점검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언론에 과장되게 표현되는 것처럼 치료진들이 의도적으로 환자를 방치했다고는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양씨는 자신은 입원 환자를 담당하지 않고 외래 진료만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양씨에 따르면 그의 병원 병동은 1명의 진료원장과 2명의 진료과장으로 구성된 3명의 전문의가 주치의가 되며, 퇴원 이후에도 외래 치료가 필요할 경우 해당 주치의에게 진료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사망한 A씨의 경우 처음부터 입원을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했기에 양씨나 다른 전문의의 외래를 거치지 않았다고 양씨는 설명했다.
A씨의 주치의 또한 사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주치의와 양씨는 A씨의 입원 초기부터 시행된 격리와 5월 24일과 27일 두 차례 진행된 강박에 대해 “자·타해 위험 때문에 불가피했다”며 “(사망 직전 간호진이) 환자분 옆에서 정성스럽게 간호했다”고 말했다.
양씨는 이어 “사망사건의 본질적 문제는 격리·강박이 아니라 펜타민(디에타민) 중독 위험성”이라면서 “다른 중독도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다른 중독이 어떤 종류의 중독인지 사망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격리·강박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 혹은 위험과 위해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양씨는 “환자의 격리·강박은 더 큰 위험을 막기 위한, 위험이 일부 따를 수 있는 치료”라고 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다이어트 약이라고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는 ‘펜터민’과 ‘에페드린’의 위험성이라는 게 양씨의 입장이다.
그는 “환자분은 2시20분 강박 해제 이후 2시36분까지, 2시45분부터 3시까지 간호진과 함께 있었고, 3시20분에는 수면을 취하고 있는 환자 상태를 확인했다”며 “다만 환자 상태를 더 빨리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대처했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라고 했다.
또 사망 직전 A씨에 대한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에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는 지적에는 “1년에 1번씩 내과 과장님이 병동 치료진을 대상으로 응급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CPR)과 제세동기 사용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왔다”고 부연하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겪어보는 내과적 응급 상황에서 대처가 미숙했던 것 같다.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교육을 더 디테일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양씨는 “유가족에게 다시 한 번 깊은 사죄드린다. 코로나 이후 많은 정신병원들이 문을 닫고 있다. 이번 일을 통해 정신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커질 수 있고, 중독환자를 기피하고 입원을 피하는 정신과 의사, 정신병원 들이 더 많아질 수 있어 걱정된다. 부디 이번의 사망사고에 대해서 치우친 시선으로 일반화해서 결론짓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문예빈 기자 muu@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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