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노무현 애티튜드’와 국회의원 곽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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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김어준씨는 《닥치고 정치》라는 책에서 '노무현 애티튜드(태도)'의 위대함을 설파했다.
"상황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올바른 발언을 하는 것. 그때 노무현 애티튜드는 빛이 나고 사람들은 매료된다"고 주장했다.
15년이 흐른 2026년 2월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노무현 애티튜드'를 목격한다.
노무현 애티튜드의 찬양자였던 김어준씨는 세월이 흘러 '이재명 권력'의 중심에서 소위 사법 개혁의 나팔수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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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전영기 편집위원)
2011년, 김어준씨는 《닥치고 정치》라는 책에서 '노무현 애티튜드(태도)'의 위대함을 설파했다. "상황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올바른 발언을 하는 것. 그때 노무현 애티튜드는 빛이 나고 사람들은 매료된다"고 주장했다. 사실 생전의 노 전 대통령은 손해를 감수하고 던지는 정직한 돌직구 같았다.
15년이 흐른 2026년 2월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노무현 애티튜드'를 목격한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의원(55). 그는 자기가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법왜곡죄'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1대 163. 노무현 정신을 계승했다는 집권여당이 대통령 추종자 집단처럼 법안을 일방 처리한 것과 대비된다.

"민주주의와 삼권분립 붕괴 우려돼"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밀어붙인 이른바 '사법 개혁 3법'은 '법치 파괴 3법'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특히 법왜곡죄가 가관이다. 정치권력의 뜻을 거슬러 기소한 검사나 선고한 판사를 언제든 처벌할 수 있게 설계됐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형사사법 영역에 이토록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집권세력을 본 적이 없다.
그 뒤 민주당 지도부의 언행은 거칠 것이 없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3월4일 이 대통령이 피고인인 대장동·대북 송금 사건을 '정치검찰의 조작 기소'로 규정하며 국정조사를 예고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을 무력화하고, 검찰 기소권을 거대 여당이 사유화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들렸다. 온 세상을 거머쥔 듯한 집권당의 오만한 권력 행사에 맞서 곽상언은 홀로 "아니오"를 외쳤다. 당론에 대한 반대 투표는 국회의원의 생명줄인 차기 공천 박탈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필자는 곽 의원과 통화했다. 목소리는 차분하고 담담했다. 반대 표결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정치권력의 행사를 사적 감정이나 사적 보복의 수단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입장이다. 장인어른(노 전 대통령)께서 국가권력, 특히 검찰권력의 희생이 되신 것은 가슴 아픈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도를 왜곡해선 안 된다."
"법은 특정 세력을 지키는 도구가 아니다.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의 붕괴가 우려된다. 군대에서도 부당한 명령엔 복종하지 않는다"는 말에서 '그 장인에 그 사위'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재명, 노무현의 '법의 지배'에서 벗어나
노무현 애티튜드의 찬양자였던 김어준씨는 세월이 흘러 '이재명 권력'의 중심에서 소위 사법 개혁의 나팔수 역할을 했다. 그는 노무현 죽음에 대한 복수를 검찰과 사법부 손보기의 동력으로 삼아온 듯하다.
정작 노무현의 가족이자 고통의 당사자인 곽상언은 복수극에 가담하기를 거부했다. 곽 의원은 과거 윤석열 검사가 자신의 아내를 기소했을 때 직접 변호를 맡았을 만큼 검찰권 남용의 생생한 피해자다. 그럼에도 그는 "사적 감정이 입법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어준의 사법관을 노무현의 사위가 교정해 보인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예상대로 자신의 구원줄인 3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한때 열렬 노사모의 일원이었던 이 대통령은 법치의 가치에서 벗어난 세계관 속에 살고 있다. 진영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법의 지배'라는 보편적 상식을 지켜내고 있는 곽상언 의원이 귀해 보인다.
곽 의원은 필자에게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도 내 의견에 동조하지만 숨죽이고 계신 분이 많다"고 했다. 여야를 떠나 당파보다 헌법과 신념을 따르는 국회의원을 보는 건 오랜만이다. 감동을 느끼는 국민이 적지 않다.
권력을 가졌을 때 절제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힘이다. 장인의 이름을 팔아 승리한 세력 안에서, 노무현의 정직함을 이어가고 있는 곽상언. 그에게서 한국 정치의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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