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구달’ 만남 직전 생태교육관 급조하고 예산 20억 끼워넣기
사용 승인도 전에 김 여사가 ‘예정지’로 소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 박사의 만남 행사를 위해 정부가 용산에 ‘어린이환경·생태교육관’(이하 교육관)을 급조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 7월 김 여사는 방한한 구달 박사를 만났는데, 이를 계기로 이전까진 아무런 계획도 없던 어린이환경·생태교육관이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다.
24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등을 종합하면, 환경부는 지난해 7월6일 국방부에 용산어린이정원 내 미군 장군 관사로 쓰이던 건물을 어린이를 위한 환경·생태교육관으로 조성하려 하니 일시적으로 사용을 허가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 다음날인 7월7일 김건희 여사는 방한 중이던 제인 구달 박사를 만났고,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구달 박사와 함께 “용산어린이정원 내 조성 예정인 ‘어린이 환경·생태 교육관’ 예정지를 둘러봤다. 김 여사는 “구달 박사님의 뜻을 알리기 위해 이곳에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생태 공간을 조성하려 한다”고 소개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정부 계획에도 없었고 아직 사용 허가도 나지 않은 장소를 김 여사가 ‘예정지’로 선포한 것이다. 국방부의 사용 승인은 그로부터 8일 뒤인 7월14일에 나왔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의원은 이 사실을 밝히며 환경부에 “기존 예산안에도 편성하지 않았던 교육관 조성 사업을 예산 끼워넣기를 한 것은 ‘김건희 관심 사안’이기 때문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병화 환경부 차관은 “행사를 위해 (기존 시설의 사용승인 요청을 국방부에) 한 것은 맞다”면서도 “누군가의 지시나 압박을 받고 진행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교육관 건립은 계획에 없던 일일 뿐 아니라 구달 박사와 김 여사의 만남이 정해진 뒤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해 구달 박사의 방한은 국내 생태·환경연구단체인 ‘생물다양성재단’의 초청으로 진행됐고, 방한 일정이 공식 발표된 것은 그해 6월9일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부처의 예산안은 전년도 5월에 기획재정부에 제출되는데, 지난해 5월 환경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교육관 관련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여사와 구달 박사의 만남 이후 20여일 뒤인 7월27일 환경부는 교육관 건립 계획을 마련했고, 올해 예산안에 ‘생물다양성변화 관측네트워크(K-BON) 운영’ 항목 아래 교육관 관련 예산을 23억2500만원 배정했다.
‘생물다양성변화 관측네트워크’는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이 운영 중인 생물다양성 관측 관련 사업으로, 전문연구자와 시민과학자가 다양한 생물종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연구에 활용하는 사업이다. 보통 연간 3억원대 예산이 편성되어 왔다. 계획에도 없던 교육관 사업을 한 달만에 급조한 뒤, 관련 예산 23억원을 전혀 관계 없는 사업에 끼워넣은 셈이다.
이렇게 급조된 교육관은 올해 2월부터 공사를 거쳐 6월에 개관했다. 6월5일 진행된 개관식에는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명품백 수수의혹 등으로 두문불출하던 김 여사가 7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어린이환경·생태교육관 내 ‘미래관’ 중앙에는 김 여사의 사진과 여사의 반려견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 “환경부는 전시업체와 논의해 사진 공간을 마련했다고 답변했으나, 전시업체가 환경부에 제출한 제안서에 사진 전시 공간 계획은 없었다”고도 짚었다.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병화 환경부 차관(당시 대통령실 기후환경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이 구달 박사와 김 여사와의 만남을 기획했고, 환경부와 기념 나무심기와 기념사업 등을 논의한 것은 맞다고 답했다. 예산안 제출 시점에 대해서도 “5월 부처 예산안에는 없었고, 그 이후에 신청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당시 여러 부처도 장교 막사를 리모델링 해 과학관이나 보훈관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경쟁적으로 내는 상황이었다”며 “환경부에서도 서울권에 어린이 환경 전시관이 없으니 이번 기회로 설치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급조한 건 맞지만 김 여사를 위해 마련한 사업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용우 의원은 “환경부가 교육관을 건립할 계획이 진작에 있었다면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 혈세 23억이 김건희 여사 이미지 만들어주는 것에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인에 불과한 영부인의 한마디에 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정부 시스템의 붕괴와 같다”고 비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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