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무대에 진짜 코끼리를 올렸네”…‘이 작품’에 사활 건 최고 무용수들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9.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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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사랑 다룬 ‘라 바야데르’ 공연
유니버설발레단·국립발레단
같은 이야기 다른 결말로 대진
유니버설, 공연마다 다른 커픔
신예 전민철 전막 도전에 관심
국립발레단, 월드스타로 맞불
박세은·김기민 15년만에 호흡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중 높이 2m, 무게 200kg에 달하는 거대 코끼리와 무용수들이 함께 등장하는 2막 결혼식 장면.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대 발레단이 올가을 화려한 ‘라 바야데르’로 관객을 찾아온다. 각각 9월 27~29일 유니버설발레단, 10월 30일~11월 3일 국립발레단의 공연이다. 120~150명의 출연진을 자랑하는, 정교하면서도 웅장한 매력이 큰 이른바 블록버스터 발레다. 두 발레단 모두 안팎에서 유명한 무용수들을 발탁해 무대를 가득 채운다.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으로, 인도의 풍경과 신분 구조가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신분을 초월해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는 비극과 배신, 얽히고설킨 관계, 배신과 용서 등을 다뤘다. 인도 황금제국의 무희 니키야(국립발레단 버전 표기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는 서로 사랑하지만, 왕은 솔로르를 자신의 딸인 공주 감자티와 결혼시킨다. 니키야를 욕망하는 승려 브라민(브라만)과 솔로르도 맞선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의 한 장면. 사진제공=국립발레단
같은 이야기를 다루지만,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의 안무 버전과 결말 등은 서로 다른 작품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거장 마리우스 프티파의 1877년 초연 버전의 살린 정통 버전이다. 1999년 국내 초연했고, 2018년 이후 6년 만에 선보인다. 국립발레단은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볼쇼이 발레단을 위해 재안무했던 버전으로, 2013년 초연한 바 있다. 이 작품은 2021년 이후 3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등장인물들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을 다루는 1막은 비슷하게 전개되지만 2막의 장대한 결혼식(약혼식) 장면 등에서 차이점이 드러난다. 특히 결말 장면이 다르다.

예를 들어 유니버설발레단의 솔로르-감자티 결혼식 장면은 높이 2m, 무게 200kg에 달하는 거대 코끼리 모형이 무대에 등장한다. 궁중 결혼식의 화려함을 보여주기 위해 무희들의 부채춤, 앵무새춤, 전사들의 북춤, 황금신상 춤 등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국립발레단은 이를 약혼식 장면으로 풀었다. 화려한 볼거리, 극적 요소와 수준 높은 기교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두 버전 모두 3막에선 32명의 무용수가 선사하는 ‘망령들의 군무’를 백미로 꼽는다. 흰색 튀튀와 스카프를 두른 무용수들이 일사불란하게 빚어내는 장면은 서정성을 극대화한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의 한 장면. 사진제공=국립발레단
극 중 니키야는 감자티의 계략으로 죽음을 맞는다. 브라민이 자기 사랑을 받아 달라고 요구하며 해독제를 내밀지만, 니키야는 죽음과 함께 숭고한 사랑을 택한다. 비탄에 잠긴 솔로르는 꿈속에서나마 니키야와 다시 만난다.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에선 두 사람이 망령들 속에서 사랑의 스카프로 연결돼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현실에선 못 이뤄졌을지언정 둘의 아름다운 사랑을 강조하며 막을 내린다. 반면 국립발레단 버전에선 솔로르가 망령 세계의 어둠 속에서 니키야의 환영을 보고, 망령을 따라 세속을 떠나는 ‘슬픈 결말’이다.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중 황금신상의 춤.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연출·안무뿐 아니라 무대에 설 무용수 면면도 기대를 모은다. 먼저 유니버설발레단은 총 5회차 공연 모두 다른 캐스팅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니키야·솔로르 역에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1회차),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이동탁(2회차), 홍향기·이현준(3회차), 서헤원·강민우(4회차), 이유림·전민철(5회차) 등이 연기한다. 발레단 근속 도합 41년, 실제 부부 사이인 강미선·노보셀로프 커플이나 발레단의 간판스타이자 2018년에도 같은 역할로 합을 맞췄던 홍향기·이현준 커플에게선 연륜 있는 합이 기대된다.

반면 이 역할로는 처음 무대에 서는 이유림·전민철 커플에게선 풋풋함을 기대해봄 직하다. 이유림은 헝가리 국립발레단 솔리스트로 7년간 활동하다 지난해 10월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했다. 전민철은 내년 상반기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을 앞둔 신예 스타다. 스무 살의 나이에도 완성형 기량으로 발레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객원무용수로 첫 전막 발레 무대에 서게 된 그는 앞선 인터뷰에서 “제 나이에 표현할 수 있는 솔로르를 펼쳐 보이겠다”며 “드라마 발레의 요소(감정 연기 등)뿐 아니라 어떤 동작과 라인으로 풀어내야 가장 예쁘게 보일지 많이 연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서혜원, 체프라소바 등도 이번에 니키야 역할로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다. 차세대 주역들의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국립발레단은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 박세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을 깜짝 캐스팅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발레단에서 최고 기량을 보이는 두 사람의 무대를 국내에서, 그것도 전막 발레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두 사람은 2009년 ‘백조의 호수’ 공연 이후 15년 만에 국립발레단과 협업한다. 국립발레단 측은 “단순한 예술적 협력 그 이상의 의미”라며 “국립발레단 단원과의 네트워킹, 세계 발레단과의 활발한 교류에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립발레단은 니키아 역할에 조연재·안수연, 솔로르 역할에 허서명·하지석도 캐스팅해 다양한 주역을 선보인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중 1막 솔로르와 니키야의 2인무.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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