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부부 가고 이불을 개려는데.." 베개 밑에서 나온 봉투에 한참 앉아 있었다

아들 부부가 하룻밤 자고 돌아간 오후였습니다. 손님방 이불을 개려고 베개를 들어 올렸습니다.그 밑에 하얀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봉투를 열어 보고 저는 그 자리에 한참 앉아 있었습니다.

베개 밑에 놓인 봉투

이불을 털려고 베개를 드는 순간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흰 봉투였고 겉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아들이 깜빡 두고 간 물건인 줄 알았습니다. 전화를 하려다 혹시 몰라 먼저 열어 보았습니다. 안에는 접힌 편지지 한 장과 작은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편지에 적혀 있던 말

편지는 며느리의 글씨였습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시댁에서 편하게 잠들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늘 긴장해서 새벽에 몇 번씩 깼는데 이번에는 아침까지 푹 잤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불에서 나는 냄새가 친정 엄마 냄새 같았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사진은 몇 년 전 가족 여행 때 제가 며느리와 나란히 찍은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앉아 있었던 이유

저는 며느리가 우리 집을 불편해한다고만 생각해 왔습니다. 올 때마다 조용하고 말수가 적어 서운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조용함이 긴장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편하게 잤다는 한 줄이 그 어떤 인사보다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날 저녁 며느리에게 다음에도 그 이불 깔아 두겠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며느리와의 거리는 말보다 잠자리 하나에서 좁혀지기도 합니다. 불편해 보였던 모습 뒤에 긴장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다음에 자식 내외가 오면 잠자리를 한 번 더 살펴보시면 어떨까요. 그 밤의 편안함이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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