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에서 시작된 챗GPT의 변화가 글로벌 AI 시장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기존에는 대부분 차단되던 성인 콘텐츠가 일정 조건 아래 허용되는 ‘성인 모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더 이상 단순한 경고 문구만 받지 않고, 선택한 범위 안에서 성숙한 표현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이 조치는 2025년 12월 1일, 오픈AI가 캐나다 일부 사용자 대상으로 연령 인증 기능을 먼저 적용하면서 본격화됐다. 샘 올트먼 CEO가 10월 15일 직접 “성인 인증 사용자에 한해 에로티카 등 성인용 콘텐츠를 허용한다”고 밝힌 데 이어, 11월 30일 제품 책임자 마크 크레치만도 동일한 내용을 공유하며 전 세계 확대를 예고했다.
연령 인증과 안전 장치, ‘선택적 개방’의 구조
이번 성인 모드는 자동 적용되지 않으며, 사용자가 직접 활성화해야 한다. 오픈AI는 연령 예측 모델을 통해 사용자가 성인인지 추정하고, 잘못 분류되면 신분증·셀카 인증으로 권한을 회복하게 한다. 인증 절차는 제3자인 페르소나(Persona)가 처리하고 완료 후 삭제된다고 설명하지만, 일부 사용자들은 “AI 사용에 국가ID까지 필요하냐”며 SNS를 통해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성인 콘텐츠 허용 범위는 분명히 규정돼 있다. 에로티카·로맨스·관능적 서사처럼 성숙한 표현은 제공 가능하지만, 미성년자·비동의·불법 행위는 동일하게 차단된다. 핵심은 기존의 PG-13 수준이 성인에게는 R등급에 가까운 수준으로 조정되지만, 노골적 성인 사이트 수준으로 가지는 않는 ‘중간 지대’를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성인 창작·AI 관계형 서비스 수요 증가
오픈AI는 그동안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던 필터링이 성인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줬다고 인정했다. 최근 1년간 사용자 패턴을 보면 디지털 동반자형 대화, 친밀감과 감정 표현, 창작 에로티카 같은 영역의 수요가 확연히 증가했다. 이는 단순 오락을 넘어, 개인적 관계 탐색 도구로 활용하려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AI 컴패니언 시장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여러 스타트업이 AI 여자친구·남자친구 서비스를 내놓으며 투자를 받고 있고,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30년 9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사 xAI가 이미 3D 애니메이션 형태의 AI 컴패니언 ‘그록(Grok)’을 선보인 것도 오픈AI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 흐름으로 평가된다.

청소년 이용 증가 속 ‘탈옥 위험’ 우려도 커져
그러나 우려는 여전히 뚜렷하다. 온라인 안전 관련 조사에서 9~17세 청소년의 67%가 이미 AI 챗봇을 사용 중이며, 이 중 35%는 “친구처럼 느껴진다”고 답했다. 특히 취약군 일부는 인간보다 챗봇에 조언을 먼저 구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성인 기능이 추가되면 우회 접근 혹은 필터 무력화(일명 탈옥)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픈AI는 미성년자에게는 기존과 동일한 필터링 환경만 제공하고, 성인 콘텐츠 접근은 절대 열리지 않도록 설정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안전 구조가 더 복잡해지는 만큼 모니터링과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기술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프라이버시·신뢰 문제, 구독 이탈 변수가 될 가능성
연령 인증 과정에서 정부 발급 신분증이 필요하다는 점은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일부 유료 구독자는 레딧과 X에서 “프라이버시 부담 때문에 구독을 해지하겠다”거나 “제미나이·클로드로 옮길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픈AI가 인증 데이터 즉시 삭제를 약속했음에도,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성격 변화…‘사용자가 원하는 AI’로 이동 중
올트먼 CEO는 “사용자가 원할 때만 챗GPT가 친구처럼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챗GPT가 점차 고정된 챗봇이 아니라, 선택 가능한 ‘성격 옵션’을 갖춘 맞춤형 AI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인 모드는 그 방향성의 한 축이며, 플랫폼 전체 UX가 바뀌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기술 규제와 사용자 자유 사이에서 플랫폼이 어떤 균형을 선택하는지는 시장 경쟁 속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성인 모드의 실제 이용 패턴, 인증 시스템의 정교함, 미성년자 보호정책의 실효성이 향후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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