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엔필드의 새로운 로드스터, 로얄엔필드 게릴라 450
젊고 역동적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강렬한 이름만큼이나 매력적인 로드스터를 만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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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전투라는 어원에서 비정규군을 지칭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게릴라Guerrilla는 스페인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원래 발음은 ‘게리야’ 혹은 지역에 따라 ‘게리샤’로 발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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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450은 강렬한 이름에 걸맞게 로얄엔필드 역사에서 가장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로드스터 모델이다. 클래식 브랜드로만 여겨지던 로얄엔필드가 히말라얀 시리즈와 헌터350, 샷건650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조금씩 탈피했하고 있으며 게릴라는 그 정점을 찍는 모델이다. 하지만 게릴라 450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앞서 선보인 히말라얀 450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두 모델은 엔진을 공유하는 형제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히말라얀 450이 아직 국내 출시 전이기에 빗대어 설명하기가 힘들다. 우선 두 바이크에 장착된 셰르파 450 엔진은 452cc배기량의 수랭 단기통 엔진이다. 셰르파라는 이름부터가 히말라야 산맥고산지대에 살며 히말라야 원정대를 돕는 티벳 민족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름부터 히말라얀을 위해 태어난, 정체성이 확실한 엔진이다. 2020년 모토히말라야에 참가했을 때 당시에 히말라야 쏘카Tsokar 호수 인근에서 차량 테스트 중인 로얄엔필드 본사 직원들을 만났다. 그리고 운 좋게 당시 테스트 중인 모델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위장막에 가려있었고 내부 사양은 알 수 없었지만 외부에서 봐도 알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정보는 엔진이 수랭 방식이라는 점과 휠 사이즈였다.
세 대의 테스트 바이크는 히말라얀 450으로 공개된 21인치 휠을 장착한 어드벤처 바이크, 19인치 휠을 장착한 스크램블러 스타일, 그리고 전후 17인치 휠을 장착하고 한결 간결한 디자인의 바이크가 있었다. 당시에는 이름도 몰랐지만 이번에 그 바이크가 게릴라 450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입이 얼마나 간질거리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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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게릴라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카탈루냐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이며 동시에 젊고 역동적인 도시다. 전통적인 가치를 지켜오던 브랜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젊고 역동적인 바이크를 선보이는 장소로는 완벽한 곳이다. 하루 종일 바르셀로나 도심과 고속도로, 인근의 산을 둘러싼 와인딩 로드를 달리며 테스트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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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영접
미디어 테스트 일정이 정해질 때까지도 ‘게릴라’라는 이름을 몰랐을 정도로 베일에 꽁꽁 싸여있었다. 그래서 실물은 현장에서 처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미디어 테스트의 첫 대면 현장에서 각국의 미디어는 크게 술렁였다. 첫인상부터 마음에 들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특징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 히말라얀 450도 배기량에 비해 당당한 사이즈였으니 게릴라가 큼직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요즘 경쟁이 치열한 쿼터급과 400클래스 바이크들까지 살짝 작게 만드는 것이 보편적이기에 게릴라의 사이즈가 더 크게 느껴진다. 휠베이스 역시 1,440mm로 긴 편이다. 단순히 큰 게 아니라 엔진과 연료탱크, 시트, 그리고 전후 휠의 비율이 상당히 이상적이다. 큼직한 차체에 비해 시트고는 780mm로 적당하며 포지션은 전반적으로 넉넉해, 다양한 체형에 잘 어울린다. 800mm와 760mm 시트고의 옵션 시트도 준비되어 자신에게 더 적합한 포지션을 찾을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어느 모델의 아류라는 느낌 없이, 로얄엔필드 브랜드의 연장 선상에 있으면서도 새롭다.
디자인의 완성도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게릴라를 통해 로얄엔필드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부품 하나하나의 완성도도 좋고 마감도 깔끔하다. 물론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 살짝 거친 부분이 남아있다. 하지만 특정 부분의 퀄리티가 처지는 느낌도 없이 전체적으로 고르게 완성도가 높았다. 히말라얀 450과 엔진을 공유하고 있지만 차제 전반에는 전용 부품들이 많이 쓰이고 있다. 히말라얀 450과 메인 프레임 구조는 비슷하지만 서브프레임과 스윙암도, 볼륨감 있는 연료 탱크까지 모두 게릴라 전용이다. 연료 탱크는 근육질의 캐릭터라인이 엇갈리며 볼륨감이 상당히 좋다. 배색 역시 독특하다. 블랙과 옐로우의 강렬한 대비에 보색이 되는 보라색을 포인트 컬러로 사용한 ‘옐로우 리본’, 선명한 블루와 화이트 컬러가 조합된 ‘브라바 블루’, 금색과 레드 컬러가 아이언맨을 연상시키는 ‘골드 딥’ 등 다양한 컬러가 준비된다. 히말라얀 450에서 칭찬했던 TFT계기반은 그대로 적용되었다. 계기반 상단에 네비게이션의 라이브 맵을 화면 가득하게 띄울 수 있다. 아쉽게도 구글맵의 문제로 국내에서는 지원되지 않는다. 현장에 전시되었던 차량 중 베이직 라인업에 속하는 스모크 실버 컬러에는 아날로그 계기반이 장착되어 있었는데 계기반 사양은 국가별로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엔진과 배기 시스템은 히말라얀과 완전히 동일하다. 하지만 게릴라가 추구하는 공격적인 주행 스타일에 맞게 엔진 맵과 전자식 스로틀 세팅을 완전히 새롭게 다듬었다. 엔진의 저회전 토크가 인상적이다. 오른손은 완전히 스로틀에서 뗀 상태로 왼손으로 클러치만 부드럽게 붙여주면 바이크를 어렵지 않게 출발할 수 있다. 미션의 기어비는 동일하지만 드리븐 스프로켓(대기어)을 히말라얀의 47T에서 2T 줄인 45T로 세팅했다. 드라이브 스프로켓(소기어)은 15T로 동일하다. 히말라얀보다 게릴라가 더 긴 기어비를 가지고 있지만 차체가 11kg 가벼워서 초반부터 더 힘차게 밀어주는 느낌이다. 토크가 전 회전영역에 고르게 퍼져있어서 다루기도 쉽다. 장점이라면 굳이 회전수를 높여 쥐어짜듯 달릴 필요가 없이 속도를 훅훅 붙이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고회전으로 올려도 큰 짜릿한 보상은 없다. 하지만 뛰어난 스로틀 반응이 주행의 재미를 채워준다. 내가 원하는 대로 엔진을 쥐어짜고 가지고 놀 수 있었다.
라이딩 모드는 퍼포먼스와 에코로 나뉜다. 에코 모드는 이름처럼 경제성을 위한 모드라기 보다는 초심자를 위한 모드로 보인다. 초반의 토크가 확실히 부드럽게 전개되고 저회전에서 훅 치고 나가는 느낌을 줄여준다. 초심자라면 확실히 부담 없이 탈 수 있다. 4,000rpm을 넘겨 스로틀을 풀로 전개하면 퍼포먼스 모드와 차이가 없는 토크를 내기 때문에 원할 때는 풀파워를 꺼내어 쓸 수 있어 꽤 유용한 모드다.
차량의 전체적인 진동은 잘 잡혀 있다. 단기통 차량이지만 장시간, 고회전으로 달려도 손발이 저리는 일은 없었다. 엔진의 진동은 6,000rpm을 넘어서면 차체로 퍼지기 시작하는데 손과 발, 그리고 엉덩이까지, 차량과 몸이 맞닿아 있는 곳으로는 진동이 크게 전달되지 않는다. 특히 3점식 고무댐퍼로 연결된 풋 패그는 히말라얀 450과 같은 방식으로 주행감각은 해치지 않으면서 진동을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다만 이로 인해 풋 패그가 차체에서 살짝 멀어졌고 그만큼 하체의 일체감은 살짝 부족하다.
핸들링은 무척 가볍다. 차체가 기울어지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경쾌하다. 원하는 기울기를 빠르게 가져오고 기울어 진 후에는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선회한다. 동급에 비해 살짝 긴 휠베이스지만 길이로 인해 둔한 느낌은 없다. 그리고 선회 중 라인의 수정이 상당히 편했다. 약간의 체중이동과 시선처리만으로도 내가 원하는 라인으로 빠르게 바꿔 탈 수 있어 살짝 오버스피드로 들어가거나 말리는 코너를 만나도 부담없이 라인을 수정해 탈출할 수 있었다.
순정으로 채택된 타이어는 인도 브랜드인 씨엣CEAT제품이다. 굵직한 패턴의 트레드 덕분에 스크램블러 분위기도 난다. 사실 와인딩로드를 빠르게 달리다 보면 차체의 출력보다도 타이어의 그립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큰 믿음이 안 가던 타이어지만, 막상 달리다 보니 예열도 빠르고 살짝 열이 오르고 나면 쫀득하게 그립을 잡아준다. 주행에 있어 타이어 성능이 발목을 잡은 적이 한 번도 없었을 정도다. 로얄엔필드의 요구에 따라 개발된 타이어답게 게릴라의 성능과 잘 조화되는 타이어다.
서스펜션 세팅도 만족스럽다. 특히 프런트 포크의 댐핑이 제동 초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지긋하게 앞바퀴에 하중을 실어주는 점이 마음에 든다. 리어는 큰 존재감이 없었는데 승차감이 좋으면서 존재감이 적은 서스펜션이 묵묵히 제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스펜션 작동 범위가 앞 140, 뒤 150으로 온로드 모델치고 긴 편으로 쉽게 한계가 오지 않고 움직임에 낭창임도 없으니 승차감과 운동성이 덩달아 높아지는 느낌이다. 전륜에 싱글디스크지만 브레이크 제동 성능은 충분했다. 프런트 브레이크의 초기 응답은 부드럽지만 레버에 가하는 힘과 제동력이 고르게 상승하는 느낌이라 다루기 편하다. 전후 ABS가 적용되어 있는데 리어의 ABS개입이 조금 늦는 편이라 급제동시 리어의 자세가 다소 흐트러지는 일이 있었다. 아무래도 노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동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세팅으로 보이는데 차라리 ABS 해지 옵션을 더하고 ABS세팅은 조금 더 보수적으로 하는 것이 이 바이크의 타겟층이 될 초심자에게는 더 안심감을 주는 세팅이 아니었을까?
게릴라 450은 전반적인 성능이 만족스럽고 무엇보다 주행 자체가 무척 재밌었다. 누구에게 추천해도 좋을, 넓은 매력을 지닌 모델이다. 그리고 대규모로 진행된 미디어 런칭 행사를 통해 로얄엔필드가 이 모델에게 거는 기대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단숨에 기대작으로 뛰어올랐다. 라이더들의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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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의 확장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이크로 출퇴근을 하는 생활 밀착형 라이더. 바이크 여행, 모토캠핑 정보 등을 영상으로 전하는 유튜브 채널 더스티노에서 박쌤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과거 로얄엔필드의 성능을 표현할 때는 클래식이라는 테마에 의존적인 모습을 보였다. 클래식은 항상 로얄엔필드의 중심을 관통하는 테마였고 로얄엔필드도 굳이 그 틀을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타본 게릴라 450은 클래식이라는 프레임을 벗겨 볼 필요가 있다. 꽉 차고 팽팽한 느낌이 드는 다부진 차체, 앞뒤 17인치가 적용된 전형적인 로드스터 바이크. 이미 평균적인 도로흐름을 거뜬히 상회할만한 출력을 갖추었고 쉽고 편하면서 안정적인 느낌은 이 바이크가 히말라얀에 뿌리가 있음에 누리는 혜택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자칫 단조로운 주행 특성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엄연히 쿼터들과 경쟁해야 하는 모델이니 만큼 민첩함과 재미까지 알뜰히 챙기고 있다.
디자인은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의 관점에서도 최신 바이크에 눈이 익숙한 사람이 봐도 준수한 외모다. 과감한 그래픽 모델과 단순한 솔리드 컬러 모델간의 온도차가 커서 상당히 넓은 취향을 만족시킬법한 구성이다. 히말라얀의 형제모델이지만 히말라얀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도 칭찬할만한 포인트였다. 시인성이 끝내주는 원형 TFT 계기판도 이 바이크와 궁합이 좋은 선택이다. 게릴라 450은 이미 바이크의 순수 능력만으로 매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클래식한 터치는 제한적으로 사용되었고 그 역할 또한 보조적이다. 이는 더이상 예쁘니까, 클래식하니까에만 의존하는 로얄엔필드가 아니라는 뜻이다. 초보자에겐 이 바이크의 쉬움과 편안함이 장점이고 중급자에겐 민첩함과 재미가 장점이다. 처음 바이크에 올랐던 오전과, 익숙해진 오후의 주행 느낌이 다르게 느껴졌다. 쉽지만 아주 만만한 바이크는 아니며, 예측하기 편한 운동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깊이가 결코 얕지 않다. 로얄엔필드는 지금 껍질을 깨고 있는 중이다. 아니 이미 이 바이크가 깨고 나온 것이다. 게릴라 450은 현시점 가장 화끈한 로얄엔필드이며, 내가 알고 있던 로얄엔필드의 세계관을 200% 쯤 확장시켜주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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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ENFIELD GUERRILLA 450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단기통 DOHC
보어×스트로크 96 × 72(mm)
배기량 452cc
압축비 11.5 : 1
최고출력 40.02PS/ 8,000rpm
최대토크 40Nm / 5,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1ℓ
변속기 6단 리턴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정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R17 (R)190/55 R17
브레이크 (F)310mm싱글디스크 (R)270mm 싱글디스크
휠베이스 1,440mm
시트높이 780mm
차량중량 185kg
글 양현용
사진 로얄엔필드
취재협조 로얄엔필드 코리아 royalenfield.c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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