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후위기] 열 스트레스 시대…당신의 신장이 위험하다

정종오 2024. 9. 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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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신장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 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열은 신장 손상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여러 연구 결과 열 스트레스로 신장 질환에 걸리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매체 가디언 지는 최근 미국의 여러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미국 애틀랜타의 한 투석 센터 전문 간호사 로렌 카스퍼(Lauren Kasper)는 최근 “투석 기계를 연결하면서 이들의 나이를 보면 환자 중 많은 이들이 젊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례적 상황에 대한 의문을 품은 카스퍼는 2022년 젊은 환자들의 업무 이력에 관한 연구를 공동 집필했다. 그 결과 투석을 받은 젊은이 중 대부분이 조경, 지붕공사, 농업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로사의 기온이 45도까지 오른 가운데 한 남성이 얼음주머니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 대부분은 화학물질과 극심한 열에 노출된 이들이었다. 카스퍼의 이번 연구는 지구가 가열화된 상황에서 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신장 질환에 걸릴 위험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카스퍼는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면서 “더위뿐 아니라 습도도 마찬가지”라며 “더위와 습도로 인해 사람들은 탈수증에 걸린다”고 설명했다.

올해 여름 미국은 많은 주에서 기록적 폭염 상황을 겪었다. 극심한 열 스트레스는 일반적으로 열사병과 같은 급성 응급 상황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심장 질환, 인지 장애는 물론 신부전과 같은 장기적 건강 문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일반적으로 신체가 불볕더위에 노출되면 심혈관 시스템은 신체를 안전한 온도로 유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작동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심장이나 신장과 같은 장기에 큰 타격을 준다고 진단했다.

워싱턴대 건강과 지구환경 센터의 크리스티 에비(Kristie Ebi) 교수는 “야외 근로자에게는 열 스트레스 시대에 만성 신장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스리랑카, 중앙아메리카,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미국의 투석 센터에는 당뇨병, 자가면역 질환 또는 심각한 고혈압과 같은 일반적 위험 요인이 없으면서도 심각한 신장 손상을 입은 젊은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같은 열 스트레스가 건강한 젊은 사람들의 신장 질환의 주요 원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살충제, 오염된 식수 또는 진통제 사용과 같은 다른 요인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에모리대 록사나 치카스(Roxana Chicas) 교수는 “(열 스트레스에 따른 신장 질환은) 아마도 여러 가지가 합쳐져 ​​신장 기능 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며 “분명한 것은 탈수는 열 노출과 함께 (신장 질환을 초래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신장은 혈액을 여과해 몸에서 노폐물과 지나친 체액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열에 노출되거나 탈수하면 신장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어 산소가 부족해진다. 이 과정에서 염증을 일으키고 근육 조직을 파괴해 신장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전문가는 ‘열(Heating) 촉진제(accelerator)’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스탠퍼드대 신장 전문의인 슈치 아난드(Shuchi Anand)는 “열은 신장 손상의 촉진제”라고 설명했다.

‘열이 신장 손상의 촉진제’라는 명제는 치카스 교수의 관련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5월 치카스 교수는 근무 시간보다 수확한 음식의 양에 따라 급여를 받는 근로자의 급성 신장 손상 비율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땀에 젖은 노동자들이 가능한 한 빨리 과일과 채소를 따기 위해 무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치카스 교수는 “이런 실정이다 보니 휴식 시간은 적고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폭염 상황에서 지나치게 일하다 보면 관련 질환에 노출되기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폭염 상황에서 구체적 ‘열 기준’ 등을 통해 노동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미국에서조차도 몇몇 주에서만 이런 기준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7월 약 3600만 명의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 열 표준(national heat standard)을 제안했다. 내년에 발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표준이 열 관련 질병으로부터 최소한의 예방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카스 교수는 “기후변화 최전선에 있는 농장 노동자들은 이미 기온 상승과 관련한 신장 기능 장애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며 “가열화된 기후에서는 우리 모두, 이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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