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대로 아름다운 알프스 마을 칸더슈테크와 블라우제 [깊숙이 스위스]

시간을 읽기 가장 좋은 계절이 가을이다. 나무에 달린 잎은 아침과 저녁 색이 다르다. 간밤에 바람이라도 세게 불어 닥치거나 비라도 뿌리면 다음날 아침 나무는 금방 휑한 모습이 된다.
찰나를 붙잡을 기세로 떠난 스위스 여행은 하루하루가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듯했다. 반가운 것은 역시 인정 넘치는 작은 마을이었다.
요정이 살 것처럼 아름다운 산중 호수 블라우제만큼 좋았던 것은 칸더슈테크 마을에서 현지인처럼 즐긴 아침 산책이었다.

바로 칸더슈테크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발레주 로이커바트에서 시작하는 겜미 패스 트레일을 걷는 일이다.

베르나 알프스 발름호름(Balmhorn, 3698m)과 블뤼엠리스알프(Blüemlisalp, 3663m) 그리고 그로스 로너(Gross Lohner, 3049m) 등 고봉에 둘러싸인 칸더슈테크 마을은 칸더 계곡(Kander Valley) 상류에 위치한다.

현재 주인은 클라우디아 게르하르트 레만 부부다. 이들은 몇 년 전 호텔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
묵직한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작은 방이 보인다. 침대와 책상 그리고 발코니로 연결되는 창틀 역시 전부 나무다. 바닥에는 따스한 느낌의 빨간 카페트가 깔려 있다.

참고로 이곳은 애완견과 함께 머무는 객실도 있다. 실제로 커다란 개 두 마리와 함께 투숙하는 현지인도 만났다.
호텔 베르너호프는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하다. 제법 규모가 있어서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파티나 연회를 즐기는 장소이기도 하다.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접근성이 좋다는 것. 기차역과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서 5분 거리라서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도 어렵지 않게 오갈 수 있다.
또 산중 호수 외시넨제(Oeschinensee)로 가는 곤돌라 정류장까지도 예쁜 산책길을 따라 10분이면 닿는다.

작은 교회 건물과 푸른 초원 그리고 뒷배경으로 웅장한 산까지 더해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호텔을 등지고 오른쪽 길을 따라 올라가면 아기자기한 마을 모습이 보인다. 각종 호텔과 관공서, 관광 안내소가 큰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큰길이라고 해봤자 왕복 2차선 도로다.

칸더슈테크에서 가장 예뻤던 장면은 칸더강으로 합류하는 작은 개천 주변이었다.

다리에 걸터앉아 물소리를 들으며 잠깐 멍을 때리는 시간이 내내 기억에 남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2024년 10월 기준으로 입장료와 운영 시간은 때때로 달라질 수 있으니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블라우제 자연공원은 블라우제라는 천연 호수를 끼고 조성했다. 호수 주변으로 호텔과 카페, 레스토랑, 어린이 놀이터와 송어 양식장, 스파, 바비큐장 등 다양한 시설을 구비해 놓았다.

가장 빠른 방법은 일직선으로 놓인 메인 산책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걸어서 5분이면 유리알 같이 투명한 블라우제가 눈앞에 나타난다.
약간 돌아가는 ‘협곡 산책로(Gorge path)’로 가면 이끼에 뒤덮인 신비로운 숲 풍경도 만날 수 있다.

면적 0.64㏊(6300㎡)로 호수 변을 따라 한 바퀴 걷는데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클라우디아가 개인적으로 가을 블라우제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빛이 움직이는 속도도 고스란히 눈에 잡힌다. 태양이 움직일 때마다 시시각각 물빛이 바뀌는 것도 신기하고 대체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 속 이곳저곳 헤엄치는 연어를 지켜보는 일도 재밌었다.
그러다 사랑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는 엄마와 아이를 보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모든 것이 동화 같은 온정적 풍경에 사르르 녹아내릴 지경이었다.

지금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스위스 가을 여행이었다. 자연도 인간도 오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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