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습] 석유 시설 때리기에 ‘오일쇼크’ 공포… 이란 “200달러도 각오하라”

김송이 기자 2026. 3. 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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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란 석유 시설 공격
유가 우려에 美도 “무슨 짓이냐”
이란, 유가 상승으로 휴전 압박
美는 이란 하르그 섬 장악 검토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발발한 이란 전쟁이 세계 주요 석유 공급지인 중동의 석유 시설까지 표적이 되는 양상으로 확산되면서 ‘오일쇼크’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테헤란 북서쪽의 한 석유 저장 탱크에서 연기 기둥이 솟아오르고 있다. / UPI=연합

9일(현지 시각) 미 NBC는 “이스라엘의 테헤란 석유 시설 공습 이후 테헤란에서는 짙은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아 낮이 마치 밤처럼 보였다”며 “유독성 비가 석유와 뒤섞여 하늘에서 떨어졌고, 도심의 한 중심대로는 불길의 벽으로 둘러싸였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 IRNA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 밤부터 8일 새벽 사이 테헤란 북서부의 주요 연료 보급 기지인 샤흐런 석유 저장소와 남부 정유 단지 레이 지역의 연료 저장고, 서쪽 외곽 카라지 등의 연료 저장 시설이 이스라엘의 집중 공습을 받았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공습으로 이란의 연료 저장 시설 30여 곳이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공격에 나선 이유는 이란의 군사력을 타격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군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를 통해 “이란 정권이 이란 내 여러 군사 조직에 연료를 공급하는 데 사용하는 시설을 공습했다”며 “이번 공격은 이란 정권의 군사 인프라에 대한 피해를 크게 확대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공격에 대해 같은 편인 미국에서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이란 석유 저장고 공습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에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WTF·What The F***)”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테헤란 석유 저장고가 불타는 영상들이 온라인에 확산되면서 유가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이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데다, 석유 매장량 세계 3위인 이란의 석유 시설까지 공습을 받으면서 국제 유가는 크게 출렁이고 있다. 지난 8일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약 30% 급등하며 한때 배럴당 119.50달러까지 치솟는 등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7개국(G7)이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검토한다는 소식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이) 매우 빨리 끝날 것”이라는 언급에 국제 유가는 잠시 안정을 되찾았지만, 유가 급등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9일(현지 시각)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시위대가 이란 국기를 흔들고 고(故)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그의 아들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 AP=연합

이란은 국제 유가 상승을 통해 휴전을 압박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려는 모양새다. NBC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앞으로 유가가 오랫동안 100달러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역시 이스라엘이 테헤란 인근 석유 시설을 집중 타격한 뒤 “배럴당 200달러가 넘는 유가를 감당할 수 있다면 이 게임을 계속하라”고 밝혔다.

더구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길이 막히면서 중동 산유국들도 감산에 나선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이라크 남부 주요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량이 이전의 3분의 1 수준인 하루 130만 배럴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도 원유 감산을 선언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55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정유 시설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미국은 이란 원유·석유 제품 수출의 90%가 통과하는 하르그 섬(Kharg Island) 점령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르그 섬은 이란 경제의 핵심 산업 거점이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아직 이 섬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 런던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기후·에너지·국방 분야 연구원 페트라스 카티나스는 “이 섬을 장악하면 이란 정권에 필수적인 석유 생명선을 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하르그 섬을 장악할 경우 국제 유가는 다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JP모건은 하르그 섬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질 경우 이란의 원유 수출 대부분이 즉각 중단될 것이며, 이는 호르무즈 해협이나 역내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강력한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이란-이라크 전쟁 기간 하르그 섬이 대체로 운영을 유지한 점을 언급하며 “이 시설을 무력화하려면 지속적이고 대규모의 공격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미 경제매체 CNBC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하르그 섬을 점령하려는 시도는 지상군 투입이 필요한 작전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은 이에 대해 현재로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 구스타프슨 전 백악관 상황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큰 홍보 성과를 주장할 수 있고, 미국이 이란 본토로부터 자연적인 방어 장벽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하르그 섬 점령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작전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를 것이다. 테헤란이 해당 섬으로 연결된 송유관을 파괴하는 ‘자해적 파괴 행위’를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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