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빌라를 반 값에 낙찰받고 눈물 흘린 사연
전세 사기, 역전세난으로 울며 겨자 먹기 셀프 낙찰
올 들어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경매로 넘긴 주택을 직접 '셀프 낙찰' 받은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경우 경매에서 유찰되는 경우가 많아 임차인이 자신의 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수하는 격이다. 전세사기 여파가 경매시장에 미친 영향을 알아봤다.
◇’셀프 낙찰’ 작년 동기 대비 2배 증가
빌라 세입자 A씨는 지난 17일 자신이 경매에 넘긴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전용면적 29㎡ 빌라를 본인이 낙찰 받았다. 앞서 집주인이 보증금 1억9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자 빌라를 경매에 넘겼는데 4차례 유찰되자 5회차 경매에서 ‘셀프 낙찰’ 받은 것이다. A씨의 낙찰가는 감정가 2억5500만원의 반값인 1억3057만원(51%)이었다. 집주인으로부터 5000만원이 넘는 나머지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어 결국 자신의 보증금으로 해당 주택을 사들인 것이다.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살던 집을 경매에 넘겼다가 자신이 직접 낙찰 받는 경우가 작년 동기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수도권에서 임차인이 직접 거주 주택을 낙찰받은 경우는 총 17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88건) 대비 98% 증가한 것으로, 작년 1년간 임차인이 직접 거주 주택을 낙찰받은 건수(168건)보다도 많다.
강서구 화곡동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처럼 은행 근저당권에 앞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있는 경우 경매 낙찰자가 낙찰금액 외에 임차인의 보증금까지 모두 변제해줘야 한다. 이 때문에 경매에서 유찰되는 경우가 많아 임차인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해당 주택을 매수하는 것이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됐던 인천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작년 1~7월 인천에서 임차인이 셀프 낙찰받은 사례는 6건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총 37건으로 5배 넘게 늘었다. 경기도는 올해 53건으로 작년 동기(29건)보다 83%, 서울은 84건으로 작년(53건)보다 58% 각각 증가했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한 사람 2974명
정부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살던 주택을 경매에서 낙찰받는 경우 손실을 줄이기 위해 국세와 지방세보다 전세보증금을 먼저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했다. 이때 경매로 주택을 낙찰받은 임차인을 '무주택자'로 간주해 청약 당첨이나 생애최초 등 대출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했다.
정부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한 사람은 전세 대출금을 최장 20년에 걸쳐 무이자로 나눠 갚고, 정부로부터 매달 100만원 안팎의 생계·주거 지원비를 6개월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전세사기 피해지원 위원회’를 열고, 피해자 신청을 한 임차인을 위원회에 상정해
최정 인정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6차례 전체회의를 열어 총 2974명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했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