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국 넘자" 총리·왕족도 나섰다?…일본 농촌마을 들썩인 이유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24일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제1공장 문을 열고 생산을 시작했다. 일본은 TSMC 공장 가동을 계기로 자국 반도체 산업 부활을 노리고 한국 등에 뺏긴 반도체 강국 지위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TSMC 구마모토 1공장 개소식은 TSMC 주요 임원과 일본 정부 인사, 소니 그룹의 요시다 겐이치로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됐다.
일본 정부와 현지 언론들은 공장 개소식 전부터 TSMC 관련 발표 및 보도를 이어가며 구마모토 공장 가동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개소식 참석자 명단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일본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왕실 소속인 가코 공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일본 왕족이 해외기업 공장 개소식에 참석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실제 가코 공주와 기시다 총리의 개소식 참석은 없었지만, 이들이 참석자로 언급된 것만으로도 일본이 TSMC 구마모토 공장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는 것을 보여준다. 개소식에는 사이토 산업상이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했고, 기시다 총리는 영상을 통해 축하 메시지와 함께 구마모토 제2공장에 대한 지원 의사를 전했다.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개소식 전 류더인 TSMC 회장과 회담에서 "첨단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을 기대한다"며 TSMC 공장이 일본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성형 AI 등 최첨단 기술혁신은 첨단 반도체 없이는 있을 수 없다"며 "일본에서 진정한 디지털화를 실현하기 위해 TSMC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일본 정부가 앞을 내다본 투자를 결정해 (구마모토 공장 설립을) 실현할 수 있었다. 경제산업성이나 구마모토현청, 현지 자치단체 등의 지원도 감사하다"며 "정부와 기술자들의 지원으로 공장 가동을 성공시키고 싶다"고 화답했다.
인공지능(AI), 전기차, 로봇 등 미래 경제를 좌우할 첨단산업에서 반도체는 필수적으로, 미국·중국·한국 등 세계 각국은 반도체 관련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런 경쟁 구도에 합류하지 못하며 선진국 대열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0년대까지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며 세계시장을 장악했지만, 이후 첨단산업에 대한 인재 육성과 기술개발 등에 소홀히 하며 국제경쟁력이 악화했다는 지적이다. NHK는 "일본의 반도체산업은 제조장치나 소재 등 일부를 제외하면 국제경쟁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라며 "반도체산업 부활을 위해 기술자 확보·육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고 진단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장중머우(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이날 행사에서 "일본 반도체 제조의 르네상스의 시작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구마모토현 농촌 마을 기쿠요초에 자리 잡은 TSMC 제1공장 면적은 21.3만㎡로, 도쿄 돔 4개분 이상에 해당한다. 일본 소니·덴소 함께 TSMC 자회사 일본첨단반도체(JASM)가 설립한 것으로 12~28㎚(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공정 제품을 생산한다. 토요타도 최근 TSMC 공장 투자자로 합류했다.
현재 일본 반도체 업계에서 양산할 수 있는 최신 공정이 40nm라는 것을 고려하면 일본에서의 TSMC 공장 가동은 현지 반도체 업계의 대전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와 반도체 업계는 TSMC 구마모토 공장 가동을 자국 반도체 산업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구애에 TSMC는 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구마모토에 제2공장을 설립하기로 했고, 제3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다. 제2공장에서는 1공장보다 상위 공정인 6~7㎚급 제품이 생산된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 1공장 전체 투자액의 40%인 4760억엔(약 4조2141억원)을 지원했고, 오는 2027년 가동 예정인 구마모토 2공장에는 이보다 큰 7300억엔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지원금은 현금으로 선지급해 자금 부담이 큰 초기 투자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츠시 오사나이 와세다 경영대학원 교수는 블룸버그에 "정부가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기업이 나아가야 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는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리는 기업 경영진의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행정원 국가발전위원회 궁밍신 주임위원(장관급)도 지난 21일 니혼게이자이와 단독 인터뷰에서 "많은 나라가 대만과의 협력을 원하면서도 지원 조건이 정돈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일본 정부는 (TSMC 공장 유치에) 결의를 보였다"며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급, 인프라 정비 지원 등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 터프츠 대학의 크리스 밀러 교수는 현재 건설 중인 TSMC의 애리조나 공장과 구마모토 공장을 비교하며 "일본 정부는 (TSMC 공장 유치를 위한) 목소리를 덜 냈다. 하지만 물밑에서 미국과 유럽보다 더 적극적으로 TSMC를 지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TSMC의 애리조나 공장은 현재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인재 부족 등의 문제로 가동 시기가 지연된 상태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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