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피해 빈곤층·동물에 집중…그래도 희망은 있다[영상]
서울 탑산초 정용주 교사, 다양한 방식의 기후교육 진행
기후위기 대응 제품 만들고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 눈길
사회·도덕·실과·수학 등 모든 과목 연계해 연중 프로젝트로 진행
"기후위기 심각성 깨닫고 기후보호 실천방안 찾기 위한 과정"
학생들이 기후보호위한 법과 조례도 만들어 실제로 청원도 해
기후재난 피해 사회적약자·빈곤층·동물에 집중
서울 탑산초, 벼농사·텃밭체험 통해서도 기후영향 배워
기후교육, 모든 교과목 연결하는 융합적이고 간학문적 필요
서울 창덕여고 정미숙 교사, 청소년 기후우울증 연구
학생 대상 기후위기 감정 인식 프로젝트 진행
▶ 글 싣는 순서 |
①제주 짧아진 봄가을 뜨거워진 바다…기후위기 공포[영상] ②금요일 지구촌선 무슨일이…기후행동 나선 청소년들[영상] ③꿀벌 실종 미스터리…동행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영상] ④카누도 타고 쓰레기도 줍고…기후보호 이색활동[영상] ⑤이산화탄소 내뿜는 비행기 타고 휴가? 기후학교의 고민[영상] ⑥'우리는 행동한다' 모두가 책임자고 관리자인 기후학교[영상] ⑦'지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기후·환경위해 올림픽 포기[영상] ⑧기후피해 빈곤층·동물에 집중…그래도 희망은 있다[영상] (계속) |
지난 1일 서울 탑산초등학교 6학년 3반 교실에선 학생들이 창업하고 싶은 '사회적 기업'을 모둠별로 소개하며 토론하고 있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제품을 만들어 직접 판매도 하는 프로젝트다.
'B(Bear)-hope'를 기업명으로 한 모둠은 "빙하가 녹아내려 위기에 처한 북극곰을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겠다"며 창업이유를 설명했다. 로고는 작은 빙하 위에서 새끼 북극곰이 슬퍼하는 모습을 표현했고, "북극곰의 위기를 강조하는 목걸이, 빙하가 녹아내리는 걸 막는다는 의미로 북극곰이 그려진 우산과 휴대전화 케이스, 그림톡을 팔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담임을 맡고 있는 정용주 교사는 "기후위기로 지구온도가 올라가고 그렇게 되면 빙하가 녹아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동물이 북극곰"이라며 "지금 당장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북극곰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좋은 아이디어같다"고 칭찬했다.
정 교사는 이어 "인간이 파괴한 것으로 자연의 많은 동식물이 이미 피해를 보고 있는데 바다수위가 오르면 앞으로 인간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기후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건 인간의 이기적인 생각"이라며 "기후위기 대응은 지금도 너무 늦었다"고 강조했다.
기업명 'Clean Earth'는 "깨끗한 지구를 위해 친환경 제품을 만들겠다"고 소개했고,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지구를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의 로고도 제작해 재활용 비누와 에코백을 판매하겠다"고 한 학생이 설명했다.
토론을 지켜보던 정 교사는 "거의 다 쓴 비누 조각을 모아 새 제품으로 만드는 건 재활용 차원에서 괜찮다"면서도 "다만 에코백은 최근 너무 많이 만들어지고 무료로 제공되다 보니까 또다른 비닐봉투처럼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 접속'을 사명으로 내건 학생들은 "환경보존을 강조하는 우산과 비옷 등을 제작해 팔겠다"고 했고, 'ECO-flag'을 소개한 모둠은 "친환경이라는 행성에 깃발을 세우는 의미의 기업명을 앞세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환경보호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주 교사와 학생들은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 학교나 온라인에서 판매도 해보고 호응이 좋으면 남대문시장에서 모둠별로 직접 팔아볼 생각도 갖고 있다. 정 교사는 "사회적 기업의 목적은 기후위기를 알려 친구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있다"며 "물건을 만드는 학생도, 그걸 사가는 학생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기후보호를 위한 실천에 함께 나설 수 있게 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기업은 정 교사가 추진하는 연중 프로젝트로 교과 과정에선 사회시간을 주로 활용하지만 공정거래와 적정기술, 투자, 매출 등의 측면에서 도덕과 실과, 수학 과목 등과 연결해 진행하고 있다.
1학기부터 청년환경운동가 툰베리의 책을 읽어보고 일회용품 줄이기 등 기후보호를 위한 법을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국회에 청원도 했다. 또 서울시의회에 환경관련 조례도 제안했고 협동조합과 공정무역의 주제가 나오는 사회시간에 기후위기와 연결시켜 사회적 기업 만들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정용주 교사는 기후위기와 생태전환을 주제로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국어에서 글쓰기와 문학작품 읽기로 기후 문제를 다루고 사회에선 불평등과 빈곤문제 등을 토론하며 결국 기후위기는 사회적 약자나 빈곤층이 가장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 때 반지하 주택에 사는 시민들의 인명피해가 많았고 가뭄이나 홍수가 닥치면 자연파괴와 아동노동 착취가 자행되고 있는 아프리카의 피해가 가장 크고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의 피해는 자연을 파괴한 인간 때문에 동식물이 먼저 겪고 있고 선진국 보다는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 부유층 보다는 사회적 약자나 빈곤층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서울 창덕여자고등학교 정미숙 교사는 "지난 2014년 경주 리조트에서 열린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했다가 천장 붕괴로 숨진 고혜륜(당시 19세) 양의 부모가 이듬해 태풍 피해를 입은 바누아트에 유족 보상금으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지워줬다"며 "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부모가 기후재난에 취약한 나라에 도움을 준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고 밝혔다.
사회적 기업 만들기와 더불어 서울 탑산초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후교육 프로젝트는 다양하다. 학생들이 직접 씨앗을 뿌려 벼농사도 지어보고 상추와 배추, 무도 심어보는 텃밭 가꾸기가 대표적이다. 정 교사는 "모종을 사오는게 아니라 직접 지은 채소 등에서 채취한 씨로 다음해 농사를 짓는다"며 "벌과 식물의 관계 등을 관찰하며 기후가 식량재배에 미치는 영향 등을 배운다"고 강조했다.
텃밭 가꾸기 역시 기술과목 뿐만 아니라 국어와 미술, 수학, 사회, 도덕, 실과 시간을 연결해 진행된다. 텃밭 디자인과 로고를 만들고, 시도 써서 작물이 잘 자라길 기원하고, 수확물을 상자 꾸러미로 만들어 판매도 한다.
정 교사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모든 교과목이 연결되는 융합적이고 간학문적 접근이 기후나 환경 교육을 하는데 효과적이다"며 "독일의 기후교육이 주목받는 이유도 특정과목에서만 기후위기를 가르치지 않고 모든 교과목을 연결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체육시간에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까지 가 쓰레기를 줍고 어떤 쓰레기가 버려졌는지를 분류하며 기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학생들끼리 토론하게 한다.
또다른 기후교육 전도사 정미숙 창덕여고 교사는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기후 우울증에 관심이 많다. 대학입시 압박감이 큰 고등학생들이 극심한 기후변화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코로나19까지 겪으며 3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후변화 정책 전문가·졸업생 등과 함께 '경주 리조트 사고 희생자 고혜륜양 부모의 바누아트 태풍 피해 지원 사례'로 기후위기 감정 인식 프로젝트를 올해 진행했다.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은 한국의 부모가 유족 보상금으로 태풍 피해를 입은 먼 나라에 초등학교 등을 지어준 이야기를 7분짜리 영상으로 만들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감정 분석을 하는 프로젝트다.
놀람·슬픔·화남·희망·기쁨·행복 등의 감정을 인공지능(AI)으로 측정하고 기후위기와 관련한 감정 지구모형을 만들어 보면서 학생들은 누구나 기후재난과 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뜻밖의 도움을 주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점을 느꼈다고 한다. 절망속에 살아가던 부모가 먼나라의 기후재난을 외면하지 않고 희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실천방안을 찾는 정용주·정미숙 교사가 우리나라 기후교육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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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이인 기자·류도성 기자 twoma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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